사실상 차기 은행장 선정 돌입

우리은행은 12월 30일 서울 회현동 본점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노성태 전 한화생명 경제연구원장(한화생명 추천), 박상용 연세대학교 명예교수(키움증권 추천),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한국투자증권 추천), 장동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IMM프라이빗에쿼티 추천) 및 톈즈핑(田志平) 중국 베이징 푸푸다오허 투자관리유한공사 부총경리(동양생명 추천) 등 과점주주들이 추천한 인사 5명을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임시주주총회에 앞서 기존 사외이사 홍일화, 천혜숙, 정한기, 이호근, 고성수, 김성용 등 6명 전원은 자진사퇴했다. 우리은행이 구축한 새로운 지배구조 모델의 조기 정착을 위해 기존 사외이사들이 명예롭게 스스로 사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들 모두 아직 임기가 남아 있지만, 새롭게 추천된 사외이사와 함께 공존하게 될 경우 이사회 비대를 초래해 민영화된 우리은행의 성장에 제약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내달 4일 이사회 의장 확정
우리은행 사외이사 임기는 2년 이내로 1년 단위로 연임이 가능하다. 우리은행은 내달 4일 이사회를 열고 이들 사외이사 중 이사회 의장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사회 의장 선정이 주목받는 것은 차기 은행장을 결정하는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등 이사회의 주요 사항에 대한 결정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사회 의장으로는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이 유력한 후보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은행의 사외이사는 다른 은행과 달리 과점주주의 입장에서 경영진들을 견제해야 하므로 신한은행 행장을 역임하는 등 은행 경영 경험이 풍부한 신 전 사장이 의장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이사회 의장은 연장자가 한다는 관례에 따라 노성태 전 한화생명 경제연구원장이 의장에 오를 수 있다는 예측도 존재한다. 또한,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을 맡으면서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을 펼친 박상용 명예교수의 의장 선임 가능성도 점쳐진다.
우리은행은 이사회 의장이 선정과 함께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행장 선임작업에 들어간다. 상시 운영되는 임원추천위원회는 최고경영자 후보를 추천하고, 후보들의 자질 등 자격요건을 설정해 검증하는 작업을 한다. 이후 이사회가 최고경영자 후보를 결정하고,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하며 새로운 은행장을 선출하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우리은행을 매각하면서 임원추천위원회에 우리은행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보내는 비상임이사는 제외하기로 했다. 정부가 우리은행 행장 선임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서다.

◆ 이광구 행장 연임 가능성
은행 안팎에서는 차기 행장으로 이광구(59) 현 행장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공이 크고, 올해 주가 및 실적도 좋은 편이기 때문이다. 또한, 행장추천권을 갖게 된 5개 기업 중 4개가 금융회사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 행장이 그동안 핀테크, 모바일 플랫폼 등 금융계 최대 이슈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활동이 향후 사업 영업망 확대에 안정적인 시너지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광구 행장은 2014년 말 우리은행장으로 취임하면서 “2년 안에 민영화를 완료하겠다”며 종전 3년이었던 행장 임기를 2년으로 축소한 바도 있다. 다만 민영화 과정에서 내년 3월까지로 임기가 자동 연장됐다.
신상훈 사외이사는 이날 주주총회 직후 “차기 은행장 선임 절차에 대해서는 아직 언급하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우리은행을 잘 아는 분이 맡아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점주주들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이들이 아직 분명한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은 데다 이사회 의장 선출에 따른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변수가 존재한다. 또, 은행 내부에 이 행장의 연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어 연임 성공 여부는 현재로서는 속단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날 이광구 행장은 임시주주총회에서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준다는 ‘여호첨익(如虎添翼)’이란 사자성어를 인사말에서 인용하며 “우리은행이 민영화라는 날개를 달고 더 크게 날 수 있도록 주주들이 힘을 실어달라”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