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수요집회 25년, “분노는 용기를, 용기는 희망을 낳았다”
‘위안부’ 수요집회 25년, “분노는 용기를, 용기는 희망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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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동-길원옥 할머니 조각상 제막식도 열려, “새 정부 들어서면 일본과 재협상해야”
▲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 대사관앞에서 ‘일본 정부의 공식사죄-책임자 처벌’을 외쳐온지 오는 8일이면 만으로 25년이 된다. 4일 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264차 수요집회가 열렸다. 사진/고승은 기자
[시사포커스/고승은 기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 대사관앞에서 ‘일본 정부의 공식사죄-책임자 처벌’을 외쳐온지 오는 8일이면 만으로 25년이 된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은 지난 2015년 12월 28일,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묵살한 채 일본 아베 정부와 ‘한·일 위안부 합의’를 밀실에서 강행해 파장을 불렀다. 이미 박근혜 정권의 대표적인 ‘적폐’ 중 하나로 지목되는 행위인 만큼, 폐기돼야 한다는 여론이 매우 높다.
 
25년을 앞두고 열린 제1264차 수요집회에는 많은 학생들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길원옥 할머니 등이 함께 했다.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신년인사를 ‘아 해방이다’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그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잊으려하고 지우려했지만 당당히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며 기억의 중심에 서 있던 여성들, 전쟁이 그녀들의 삶을 파괴했지만, 휩쓸고 간 자리에 스스로 뿌리를 내리고 싹을 피고 꽃을 피웠다. 어느새 그 꽃들은 수많은 씨앗들을 만들어 그들이 소리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삶은 전쟁이 다 휩쓸어 갔지만 그녀들은 세상의 아이들을 생명으로, 평화로 품었다”며 “다시는 나와 같은 전쟁을, 성폭력 피해를 당하지 말라고 그렇게 25년간 수요일마다 거리에서 외쳤다. 그 거리는 평화로가 되었고, 분노는 용기를, 용기는 희망을 낳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은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했던 김서경·김운성 작가가 김복동-길원옥 할머니를 본따 만든 상 제막식이 열리기도 했다.
▲ 이날 수요집회에선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했던 김서경·김운성 작가가 김복동-길원옥 할머니를 본따 만든 상 제막식이 열리기도 했다. 사진/고승은 기자
김운성 작가는 “할머니들이 상처 극복을 넘어서, 동남아로, 아프리카로 돌아다니시면서 전쟁없는 사회와 평화를 만들자고 많이 노력하셨다”며 “과연 우리가 할머니들에게 무엇을 해드릴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조각을 해서 할머니들에게 선물을 드리기로 했다. 할머니들이 좀 더 웃으면서 평화롭게 싸울 수 있도록 힘을 모아드리자는 취지에서 작업하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강화플라스틱으로 된 조각상은 청동으로 마무리 작업을 거친 뒤,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전쟁과인권여성박물관에 전시될 예정라고 주최 측은 밝혔다.
 
◆ “하루라도 빨리 해결이 나야 여러분도 마음 놓을 텐데…정말 감사”
 
김복동 할머니는 이날 발언을 통해 박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최악의 국정농단에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과 관련 “세살 먹은 아이들도 아는 그런 일을, 입을 맞춰서 거짓말을 하고 미꾸라지 빠져나가듯 하려 한다. (과연) 이게 얼마나 가겠느냐”라며 “박근혜는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으면, 자신 때문에 나라가 시끄러워졌으니까 모든 책임을 자기가 짊어지고 ‘미안하다. 용서해주시라. 내가 잘못해서 여러분의 마음을 괴롭혀서 죄송하다’고 해야, 국민 앞에 얼굴을 내밀 수가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라 하는 사람이 분수가 있지, ‘내가 안했다. 그런 짓은 없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생각해서 했지. 나쁜 것은 하나도 없다’ 어떻게 그런 말이 나올 수가 있느냐”라며 “여러분도 속상하지 않는가”라고 목소릴 높였다.
▲ 이날 수요집회에선 김복동-길원옥 할머니를 본따 만든 상 제막식이 열리기도 했다. 사진은 김복동·길원옥 할머니가 자신들을 본따 만든 상 옆에 선 모습. 사진/고승은 기자
김 할머니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일본하고 다시 협상해서 우리 일도 마무리 짓고 세계가 평화롭게 살아 나가야 한다”며 “오늘이라도 박근혜가 물러가서 모든 책임을 짊어지면 시끄럽지가 않을 텐데. 우리 국민이 이렇게 추운데도 일주일에 한 번씩 나와서 싸우기도 너무나 힘들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여러분, 제발 몸 건강하고 씩씩하시라. 하루라도 빨리 우리들 해결이 나야 여러분들도 마음을 놓을 텐데 해결이 안 난다. 이렇게 추운데도 함께해주시니 너무나도 고맙고 감사하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 “역사는 정의롭게 발전하고 있다”
 
이미경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정권이) 위안부 합의 엉터리로 한 이후에 이거 어떻게 하나라고 걱정했고, 정대협도 탄압을 받았다. 그런데 이제 박근혜가 탄핵을 받았다. 역사가 정의롭게 발전하고 있다. 그 힘은 바로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서 나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향해 “대통령 박근혜보다 25년간 싸워 오신 할머니가 훨씬 힘있고 멋있는 분이다. 존경합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소녀상을 추우나 더우나 1년 넘게 지키고 있는 학생들에 대해서도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자기 온몸을 헌신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정말 의인이라 생각한다”고 극찬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수요집회를 시작한지 이제 4반세기(25년)인데, 오는 7일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1천일째 되는 날”이라고 언급한 뒤 “수요집회를 저는 생명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권 들어 세월호 사건을 비롯해 일본과 터무니없는 위안부 합의를 한 거를 보면서, 이 사람들은 정말 생명에 대한 존중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수요집회를 우리가 마무리해야 될 시점이 된 거 같다. 반드시 금년엔 정권교체를 해서, 이제 일본에 법적책임을 묻고 이런 터무니없는 합의는 완전 폐기시켜야 한다”고 목소릴 높였다.
▲ 새해 첫 열린 수요집회에선 많은 학생들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고승은 기자
청주에서 온 한 고등학생은 “일본정부의 뻔뻔한 태도와 우리나라 정부의 무능한 대처는 끔찍했다. 일본의 만행과 이로 인해 생긴 피해에 대해 도돌이표처럼 돌아온 얘기를 계속하고 있자니, 막막하고 그래서 지친감도 없지 않나 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진실은 진실이고 정의는 정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고등학생은 일본 정부를 향해 “할머니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는 못할망정, 옹졸하게 협상문 뒤에 숨어 어떻게든 죄를 지워보려는 행태가 아주 비겁하다고 생각하며 같은 사람으로서 그렇게 행동할 수 있나 궁금하다. 아베 총리가 진정으로 세계평화를 기원한다면 솔선수범하여 할머니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질타했다.
 
◆ 이어지는 소녀상 세우기 운동, “늦었지만 이제라도 다행”
 
정대협 등은 이날 선언문을 통해 ▲12.28 ‘위안부’ 합의 전면 폐기 ▲‘위안부’ 합의 강행한 박근혜-윤병세 즉각 퇴진 ▲화해치유재단 해체 ▲일본정부의 공식 사죄 및 법적배상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 등을 외쳤다.
 
최근에도 전국과 해외 곳곳에서는 소녀상이 적극적으로 세워지고 있다.
 
최근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에도 우여곡절 끝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지난달 28일 부산 동구청과 동부경찰서 직원들은 소녀상을 세우려는 시민과 학생들을 제압·연행하고 소녀상을 탈취해가는 등 물의를 일으켰다가, 전국에서의 거센 항의를 받은 뒤 소녀상을 돌려주고 설치를 허용한 바 있다.
 
이같은 적극적인 소녀상 세우기 운동에 지난 2005년부터 수요집회에서 자원봉사를 했다고 밝힌 한 활동가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말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라며 “(그동안)적극적으로 참여해왔던 분들의 심정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다행’이라는 마음일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권이 일본으로부터 받은 10억엔으로 세운 화해-치유기억재단에 대해선 “말할 가치도 없다. 인정하지 않는다”고 질타한 뒤, “(시민들의 모금으로 설립한)정의와 기억재단이 재단인지, 재봉틀인지 모르는 것을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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