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천억원 대형 잭업리그 1기 인도… 회생 전망은 “글쎄…”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3년 덴마크 ‘머스크 드릴링社’로부터 수주한 대형 잭업리그 1기를 4일 인도했다고 밝혔다. 이 잭업리그 수주는 계약금액만 약 6,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이번에 인도가 완료됨으로써 발주사로부터 받은 잔금은 약 4,600억원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유동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온 대우조선해양은 다소 숨통을 트게 됐다.
이로써 대우조선해양은 앙골라 국영석유회사 ‘소난골’이 발주한 드릴십 2척을 포함해 총 7기의 해양플랜트 가운데 첫 번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이제 향후 생산일정도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이들 7기 모두 예정대로 올해 내 인도될 것으로 점쳐진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0월말 선체를 해상 145m까지 들어올리는 잭킹 시운전(Jacking Test)을 단 한 번에 성공하는 건조기술력을 선보이며 이번 대형 잭업리그를 새해 첫 인도 프로젝트로 만들기 위한 의지를 나타냈다.
잭업리그는 대륙붕 지역의 유전 개발에 투입되는 시추 설비로, 철제 기둥을 바다 밑으로 내려 해저면에 선체를 고정시킨 뒤 원유나 가스를 시추한다. 이번에 인도된 대형 잭업리그는 북해 중부 노르웨이 해역에 위치한 발할 필드(Valhall Field)에 투입되어 시추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운용 중인 잭업리그는 대부분 파도나 조류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 수심 100m 내외 해역에서 작업할 수 있는 중소형 설비가 주를 이루고 있다. 반면 이번 대우조선해양이 인도한 대형 잭업리그는 길이 90.5m, 너비 105m로 세계 최대 규모이며, 최대 수심 150m 해역에서 해저 12km까지 시추할 수 있는 최첨단 대형 설비다.
또한, 겨울철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북해의 혹한과 거친 해상 조건에서도 안정적으로 시추작업을 할 수 있도록 건조됐다. 북해지역은 자연조건으로 인해 품질 및 환경에 대한 요구사항이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지역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이번 대형 잭업리그의 성공적 인도를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독보적인 기술력과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며 “이러한 분위기를 살려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덴마크 머스크社는 대우조선해양에 현재까지 총 55척/기, 약 90억 달러 규모의 상선 및 해양플랜트를 발주한 오랜 고객 중 하나다. 현재 11척의 1만9,630TEU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옥포조선소에서 건조 중이다.
◆ 지난달부터 경영정상화 행보 두드러져
대우조선해양의 이번 대형 잭업리그 인도는 지난달부터 숨가쁘게 펼쳐온 자구안과 맞물려 경영정상화에 한발 다가서는 데 플러스효과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지난 연말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이후 최초의 성과여서 임·직원들의 사기 진작에도 일정 부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짐작된다.
지난달 초 대규모 조직개편을 통해 면모를 일신한 대우조선해양은 노르웨이 ‘콩스버그 마리타임社’와 공동기술개발협약을 체결, LNG(액화천연가스) 기술력의 건재함을 나타냈다. 이어 그리스 최대 해운사 안젤리쿠시스 그룹 자회사 ‘마란가스社’로부터 17만3,400㎥ 규모의 LNG-FSRU(부유식 LNG 저장·재기화 설비) 1척을 수주했다. 이 계약은 약 7,000억원 규모로 LNG선 2척에 대한 옵션도 포함돼 있어 올해 추가발주도 기대되고 있다.
또한, 미국 대형 에너지회사 ‘셰브론Chevron)社’와 해양플랜트 발주에 대한 기본합의서를 체결, 각종 관련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는 우선적 기회도 갖게 됐다. 이어 사모투자전문회사 ‘키스톤PE’에 설계자회사인 ㈜디섹을 약 700억원에 매각했으며, 30년 만기에 이자율 3.0%에 해당하는 1조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공시했다.
그밖에 대우조선해양은 이란 산업광물통상부 산하기관 ‘이란개발혁신기구(IDRO)’와 현지 조선소 개발사업에 대해 상호 협력하고 지원한다는 내용의 기본합의서도 체결했다.
◆ 여전히 회생 전망 불투명해
대우조선해양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자구계획이 조금씩 탄력을 받고는 있으나 아직도 전망은 불투명하다.
우선 금융감독원이 1년 넘게 펼친 회계감사보고서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3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최종 제재 수위가 결정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4월까지 4,400억원을 포함해 오는 11월까지 총 9,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상환을 앞두고 있는 등 유동성도 아직 불안하다.
더군다나 지난해 분식회계 등으로 검찰조사가 이어진 가운데 주식거래가 정지되고, ‘수주절벽’까지 겹치며 대규모 고전을 면치 못해 경영활동에 크나큰 제약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대우조선해양에 모든 지원을 중단하고 청산 절차를 밟는 것이 국가경제에 한결 부담을 줄이는 일이라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이러한 배경 아래 경영정상화를 위한 대우조선해양의 최근 움직임이 과연 얼마만큼 효과를 거둘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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