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7시간’에 뭘 했느냐가 아니다. ‘왜 안 구했냐’다”
“‘세월호 7시간’에 뭘 했느냐가 아니다. ‘왜 안 구했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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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천일 앞두고 국민조사위원회 출범, “인양된 세월호 조사할 수 있도록, 강력한 2기 특조위 구성돼야”
▲ 세월호 참사 1천일을 나흘 앞둔 5일 4.16참사 국민조사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출범했다. 출범을 앞두고 ‘세월호 참사와 탄핵’이라는 주제로 국회에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고승은 기자
[시사포커스/고승은 기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2년하고 8개월이 넘었다. 오는 9일이면 참사가 일어난지 1천일째가 된다. 우여곡절 끝에 ‘수사권-기소권이 빠진’ 상태로 출범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정부의 시행령 강행 등 숱한 방해를 겪었다. 출범한지 7개월이 지나도록 예산이 한푼도 지급되지 않았고, 특조위의 핵심 자리에 해수부 파견 공무원들이 앉기까지 했다.
 
특조위와 야당, 시민사회단체들의 “조사기간을 보장해달라”는 지속적인 요구에도 지난해 9월 30일 정부에 의해 강제해산당한 바 있다. 핵심 증거물인 세월호가 인양되기도 전에 끝내버린 것이다.
 
세월호 참사 1천일을 나흘 앞둔 5일 4.16참사 국민조사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출범했다. 세월호 특별법을 다시 제정해 제2의 특조위가 구성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위원회는 국회의원회관 제2회의실에서 <세월호 참사와 탄핵>이라는 주제로 창립토론회를 열었다.
 
이석태 특조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특조위 활동 당시 정부의 방해를 받았던 점들을 거론하며 “저희가 결정적으로 일하지 못하게 된 것은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문제로 보여진다.”며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 당일 직무명령 수행을 어떻게 했는지, 명령 수행체계는 어땠는지 등을 알아보려 한 것임에도 ‘대통령에 대한 사생활 침해’라며 우리가 공격을 받았다. 또 여당 측 추천 조사위원들이 (집단으로)사퇴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올해 4월 세월호를 인양한다고 하는데, 그 배를 조사해야 한다. 제2기 특조위의 구성시기는 선체인양시기보다 늦어선 안된다. 해수부는 선체인양을 해서 배를 세 조각 내겠다고 한 만큼, 선체가 인양될 무렵부터 새로운 특조위가 관여해서 제대로 조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선체인양과 특조위는 맞물려 있다. 적어도 오는 2월달까지는 제2의 특조위가 구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조속한 새 특조위 구성을 촉구했다.
 
세월호 유가족인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2016년이 촛불시민의 힘으로 탄핵국면을 만든 것이라면, 2017년에는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안전사회가 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 힘으로 제2의 특조위는 더 강력한 조사권, 수사권 등을 가지고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른바 ‘박근혜 탄핵안’에 ‘세월호 7시간’이 명기된 부분에 대해선 “역사적으로 아주 뜻깊은 것”이라며 “대통령이 국민 안전을 지키지 못할 때는 어떠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 대한민국 헌정사에 남은 것”이라고 의의를 부여했다.
 
◆ “박근혜 7시간에 집중하면, 본질과 멀어진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선애 전 특조위 조사관은 “그동안 벌어진 수많은 재난의 배경에는 행정부의 무능과 부패, 부당한 권력행사, 비용의 논리 등이 용해됐다”면서 “그 정점에 세월호 참사가 자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세월호 특조위는 법에 의해 보장된 임기조차 채우지 못하고, 정부에 의해 물리적으로 종료당했다”고 지적한 뒤, “현재와 같은 관료체계 내에서 조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상태에서 작동되는 특조위의 한계를 보여주기도 한다”며 보다 강력한 권한을 가진 특조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조사위원회의 설립에 대해선 “당위성이 있다. 그 활동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영대 위원회 준비위원은 ‘세월호 7시간’에 대해 프레임이 작용하고 있음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김재원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새누리당 의원 시절 세월호 특조위를 ‘세금도둑’ 이라고 맹비난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닌 세금도둑 프레임을 씌우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 이날 열린 토론회에선 세월호 참사의 본질인 ‘왜 안 구했나’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달아 나왔다. 사진/고승은 기자
그는 “7시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순간, 10시 최초보고를 확고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면서 시야가 7시간으로 바로 간다. 그러면 안 된다”라고 말하며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그 이전에 신고가 됐고, 퇴선명령만 냈으면 전원구조됐을 거다. 우리 시야를 고착시키면 안 된다. 그러면 세월호의 본질과 멀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가 7시간동안) 주사를 맞았느니, 굿을 했느니 별의별 가십이 다 나온다. 세월호 참사의 본질은 ‘왜 안 구했나’”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은 세월호 참사에서 핵심 사항을 ▲세월호 침몰현장 출동세력 중 세월호와 단 한번도 교신한 적 없음 ▲출동세력 중 세월호 선내 진입한 사람 없음 ▲출동세력 중 구조자에게 세월호 상황 물어본 사람 없음 ▲세월호 안이나 외부에서 승객에게 퇴선지시한 존재 없음 ▲현장 출동세력에게 ‘승객 퇴선’을 지시하고 지시가 잘 이행됐는지 확인한 사람 없음 등을 강조하며 ‘본질’로 돌아갈 것을 촉구했다.
 
◆ “박근혜가 ‘해야 할 일을 안했다’는데 집중해야”
 
‘세월호 변호사’로 잘 알려진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토론발언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이)미용을 했다, 성형을 했다, 약물을 했다 등은 중요한 게 아닌, 대통령으로 꼭 해야만 했었던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야 할 일을 안했다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탄핵심판은 일반 형사재판과 달리 헌법재판이다. 그런데 (박근혜) 변호인단은 형사재판과 비슷하게 끌고 가면서 증거에 대한 조사도 해야한다고 반복적으로 말하고 있다“며 변호인단의 ‘지연’ 꼼수를 거론한 뒤, ”박 대통령이 7시간 동안 뭘 했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면, 무슨 약물을 했나. 미용을 했나. 이런 걸 따질 수도 없고 불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 세월호가 침몰한지 2년8개월이 넘게 흘렀지만 아직 인양되지 못했다. 사진은 진도 팽목항의 모습ⓒ시사포커스DB
박 의원은 “최근에 탄핵사건 관련해 (박근혜)대리인단이 ‘(박 대통령이 세월호 당일)무엇을 했는지 기억을 못하는 것 같다’고 하며 여론이 악화됐다. 박 대통령은 이를 수습하겠다며 한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 참사가)작년인지, 재작년인지’라고 말하고, 구조상황에 대해서도 ‘119도 있고 다 있지 않나’라는 발언을 하며 더욱 기름을 부었다. 당시 자신의 의무에 대해 아직까지도 전혀 파악을 하지 못했다는 점을 드러냈다”며 최근 상황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거듭 “대통령이 무엇을 했느냐가 아닌, 무엇을 하지 않았다는 데 초점을 맞춰서 해야 한다. 이게 최대 약점이다. 탄핵사유의 핵심인 청와대의 부적절한 대응을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박주민 의원은 이른바 ‘세월호 특조위 2기 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담당할 강력한 특별조사위원회를 새로 설립해, 두 참사의 피해자들의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에 당국이 최선을 다하고 참사의 발생원인-수습과정-후속조치 등의 사실관계와 책임소재의 진상을 밝히고, 재발을 방지토록 하자는 취지다.
 
◆ ‘강력한’ 세월호 특조위 재구성, 국민의 다수 여론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세월호 관련 탄핵사유로 ‘국민생명을 농간한 행위’ ‘직무유기 행위’ 등을 줄줄이 거론한 뒤, "세월호 7시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이후(세월호 당일 오후 5시경에 중대본 방문)의 7시간“이라며 ”구명조끼 발언 이후에도 세 차례의 서면보고만을 받았고, 종합대책을 위한 어떤 회의도 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인용이 2월 내 이뤄질 거라 예측하면서, “(세월호 특조위 2기 구성을 위한) 특별법을 관철시키기 위한 모든 노력을 해야 한다. 세월호가 언제 인양될지 모르고 특조위가 구성돼야 진상을 물을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특별법을 다시 추진하던가, 여야교섭단체 원내대표가 합의를 통해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으로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조위 재가동을 탄핵 인용전이라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다 강력한 세월호 특조위를 재가동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국민 여론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2014년 여름 세월호 유가족들이 ‘수사권-기소권이 포함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한 것처럼 그러하다.
▲ 최근 리서치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수사권/기소권 포함된 세월호 특조위 구성’에 국민 68.9%가 찬성했다. 정확한 진실규명을 위해 세월호 특조위가 재구성돼서 ‘제대로’ 파헤쳐야 한다는 것이 국민 다수의 여론이다. 사진은 광화문 세월호 천막의 모습 사진/고승은 기자
지난달 29일 <리서치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수사권/기소권 갖춘 ‘세월호 특조위’ 구성 관련 견해>에 응답자 68.9%가 찬성했다. 반대는 찬성의 3분의 1수준인 23.2%에 불과했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지지층은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개혁보수신당(가칭) 지지자도 찬성(51.3%) 여론이 반대(37.4%) 여론보다 높았다.
 
결국,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확한 진상규명을 위해 세월호 특조위가 재구성돼서 ‘제대로’ 파헤쳐야 한다는 여론이 국민 다수의 의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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