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의 기나긴 투쟁, “손배가압류 제도 폐기하라”

<쌍용자동차 범국민대책위원회> 등은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블랙리스트 낙인을 벗기 위해 광화문 농성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해고를 하지 말고, 불법으로 비정규직을 사용하지 말라. 법을 지키라고 외치는’ 노동자들을 검찰과 법원 등이 낙인찍는 것과,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다른 기업들이 채용을 기피하는 명단을 이른바 ‘노동블랙리스트’라고 명명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는 지금 박근혜와 재벌들이 청와대에 모여 나눈 추악한 뒷거래를 똑똑히 보고 있다”며 “재벌은 뇌물의 대가로 노동개악을 요구했고, 정권은 노동개악을 강행했다. 재벌은 뇌물의 대가로 노동문제 해결을 요구했고, 정권은 노동자들에게 형사처벌과 손해배상이라는 올가미를 씌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정부는 3천명 정리해고에 맞서 싸운 쌍용자동차 노동자들과 시민들에게 대한민국 정부는 100억원의 손해배상과 가압류 소송을 냈다. 그로 인해 28명(쌍용차 해고자 와 그 가족들)이 목숨을 잃었고, 쌍용차 노동자들은 정권과 자본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전문시위꾼’으로 범법자가 되어야 했다. 법원은 15억이 넘는 돈을 노동자들에게 물어내라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함께 살자는 외침에 국가와 자본이 들이댄 것은 언제나 ‘돈’이었다”면서 “장애인들이 온몸으로 외치는 목소리에 국가가 들이댄 것이 ‘벌금’이었고, 평화를 외치는 강정에게 들이댄 것이 34억5천만원이라는 ‘구상권’이었다”라며 “박근혜 4년, 노동자를 비롯한 투쟁하는 모든 이들은 블랙리스트가 됐다”고 개탄했다.
이른바 쌍용차 사태는 지난 2009년 사측이 직원 2천646명을 감축하는 대규모 구조조정 과정에서 벌어졌다. 사측의 일방적인 통보에 반발한 쌍용차 노조원 등 노동자들은 평택공장에서 77일동안 옥쇄파업을 벌였다. 하지만 대대적인 경찰의 진압작전 과정 속에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 대부분이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은 진압 과정에서 노동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파업참가자들은 11억6천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게 됐고, 이같은 무거운 손배가압류에 시달리며 노동자와 가족 28명이 지난 8년간 목숨을 잃었다. 현재 일부 노동자만 복직했을 뿐, 복직을 희망하는 노동자 대다수는 아직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 “함께 살자는 이들에게 ‘죽는다‘ 낙인”
지난 2015년 쌍용차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기 위해 45일간 극한 단식투쟁을 벌였던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은 이날 발언을 통해 지난 8년간에 벌어진 일들을 언급했다.
김 지부장은 “최근 AI 관련해서 닭을 살처분하듯이, 8년전 함께 일하던 동료나 나 둘 중 하나는 나가라는 3천명의 정리해고에 맞서 투쟁을 전개했다”며 “당시 정부와 자본(사측)은 정리해고 문제는 경영권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라며 노동자와의 교섭을 회피했다. 노동3권은 법전에만 있었지 실제 적용되지 않았고, 생존권을 위한 모든 행위가 불법이 됐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살아남은 해고자들은 절박함을 가지고 단식과 고공농성, 노숙농성 등을 끊임없이 해왔다. 박근혜조차도 (쌍용차 해고 관련)국정조사 약속을 했으나 정부 출범 후엔 어떻게 됐나. (대한문)분향소는 침탈당했고 김정우 당시 지부장은 구속됐고 여기에 항의하는 해고노동자와 시민들에겐 경찰의 폭력이 휘둘러졌으며, 시민들과 해고자들만 구속당했다”고 언급했다.
◆ “손배가압류는 악마의 제도, 돈으로 사람 죽인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은 “손배가압류는 악마의 제도다. 어떻게 파업을 하는 조합원들에게 수십억의 손배가압류를 청구하나. 또 법원은 그대로 이를 인정한다.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도 그렇게 한다. 손배가압류로 노동자의 목줄을 죄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UN도 권고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파업은 정당한 권리이므로,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파업한다고 형사처벌이나 민사상의 불이익을 줘선 안 된다고 매년 매번 지적한다. 설사 기업에 손해를 끼치더라도 상한선이라는 것이 있는데, 어떻게 수십 수백억을 청구하나. 돈으로 노동자들 목숨을 죽이겠다는 것”이라며 “실제로 너무 고통스러워서 목숨을 끊은 사람도 있다. 손배가압류라는 악마의 제도 반드시 없애야 하고, 법원도 악마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그만두길 바란다”고 목소릴 높였다.
또 이날 기자회견에선, MB정권 이후 해고노동자들과 연대하는 이들에게도 벌금이 부과됐던 점들도 언급됐다. 연대하는 시민들에게도 벌금을 부과해 해고자들과 손을 잡지 못하게 하려는 탄압을 검찰과 법원이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해고자 복직, 손배가압류 철회 등을 거듭 요구했다. 노동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광화문 이순신동상 인근에 자동차 모양의 간이 막사를 짓고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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