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혈 기증·보관한 엄마들 “모성기만하고 생명 짓밟았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단골병원으로 특혜 논란이 일고 있는 차병원그룹의 회장 일가가 연구 목적으로 기증받은 제대혈을 불법 사용한 사실이 알려지며 파장이 일고 있다. 제대혈이란 출산 시 탯줄에서 나온 혈액을 뜻하며, 면역 기능을 조절하는 줄기세포가 풍부하게 들어 있어 각종 난치병 치료나 연구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노화나 피부 미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행법상 제대혈은 난치병 치료나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차광렬 차병원그룹 회장 일가는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제대혈을 사용했다.
제대혈을 기증하거나 차병원에 보관한 엄마들이 기증한 제대혈을 불법으로 사용한 차병원그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제대혈 기증 및 보관사업에 참여한 엄마들’과 ‘엄지당 준비위원회’는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차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엄마들은 내 아이의 건강을 바라는 마음, 나아가 후손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위해 위탁업체에 제대혈 보관을 결정했거나, 난치병 치료연구에 작은 공헌이라 생각하고 기꺼이 기증을 결정했다”면서 “이렇듯 순수한 엄마들을 단순히 제대혈을 제공받는 도구로 전락시켜버린 것은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최근 불거진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관련자들을 시술하고 약물주사를 제공한 곳으로 알려진 차움병원 또한 차병원그룹인만큼, 기증된 제대혈이 과연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라”며 “이번 사건은 모성을 기만하고 생명권을 짓밟은 행위”라고 거듭 질타했다.
그러면서 차병원 측이 책임있는 해명과 사과를 하지 않을 경우 차병원 보이콧 및 제대혈 관리 진상규명운동 등을 통해 화답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들은 또 “의료민영화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이같이 민간업체에 위탁된 제대혈이 함부로 유용된 사례는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고 있다”며 보건복지부를 향해 제대혈 관리실태 관련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차병원에서 아이를 낳은 한 어머니는 발언을 통해 “제대혈을 보관하고 있으면 형제자매, 부모까지 불치병에 걸렸을 때 아이의 제대혈로서 치료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면서 “만 14년 전에 아이의 제대혈을 보관했다. 그런데 이 문제가 뉴스에 나오는 걸 보니, 내 아이의 제대혈을 돌려달라고 말할까 고민하게 된다. 앞으로 차병원에 우리아이 제대혈이 어떻게 보관되고 있는지 물겠다”고 말했다.
‘엄지당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내 아이를 위해서 돈 줘서라도 제대혈을 보관하고 싶지 않나. 그런데 돈이 없어서 (보관하지)못한 엄마들도 많다. 내 아이에게 못 쓸 바에야 기증이라도 하자 이런 마음으로 한 건데 너무 어처구니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피부미용같은 경우에는 실제 임상실험의 대상도 안 된다고 하는데, 상식적으로 누가 봐도 자기 가족들을 데리고 임상실험을 했다고 할 수는 없잖나. 좋으니까 자기들이 (제대혈을)불법으로 맞은 것”이라고 목소릴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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