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해외건설 수주 10년 만에 최저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 10년 만에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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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억 달러 그쳐… 올해 대형 프로젝트 기대
▲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가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건설업계가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사진은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해 3월 수주했던 쿠웨이트 ‘알주르 LNG 수입 터미널’ 공사 장면. ⓒ현대건설
[시사포커스/박현 기자]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가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건설업계가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더욱이 올해 국내 주택사업이 불투명한 데다 해외건설 수주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다만,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타면서 해외건설 업황이 올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지난해 수주액 2006년 이후 최저
9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전년 대비 38.9% 감소한 약 282억 달러로 약 165억 달러에 그친 2006년 이후 최저 규모를 기록했다. 중동권의 건설호황을 바탕으로 2010년 약 715억 달러를 기록해 어느 업종 부럽지 않게 외화를 획득해온 해외건설 수주시장은 2014년까지 600억 달러대의 수주액을 꾸준히 달성했다.
 
그러나 이후 저유가와 글로벌 경제위기 등으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2015년 수주액이 약 461억 달러로 급락했으며, 지난해엔 300억 달러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30∼40달러대에 머무는 저유가 시대가 장기화하면서 UAE,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중동 산유국들이 대형공사 발주를 대폭 축소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국내 건설사들의 주요 진출 루트였던 중동 수주물량은 지난해 약 107억 달러에 그쳐 해외건설 수주액의 70% 이상을 차지하던 중동 수주 비중은 약 40%로 줄어들었다. 아시아의 경우도 지난해 약 127억 달로 수주를 기록해 2015년보다 약 36% 감소했다.
 
경제제재 해제 이후 새로운 시장으로 크게 기대했던 이란 시장은 참여 기업들의 자금 조달, 유로화의 달러 결제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아 아직까지 수주가 지지부진한 편이다. 해외 수주가 감소하자 건설사들은 최근 해외 인력을 대폭 줄이거나 국내 주택시장으로 재배치하는 등 조직 개편을 진행 중이다. 올해도 해외수주를 낙관하기 어려워 사업 자체를 예년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 회복 조짐도… 이란·동남아·아프리카 등 신흥시장 공략 필요
해외건설 수주가 부진한 가운데 건설업계는 2014년 하반기부터 활기를 띠었던 국내 주택시장마저 올해 위축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사업계획 수립에 고심하고 있다. 지금까지 주택사업 으로 침체에 빠진 해외건설로 인한 리스크를 어느 정도 채워왔지만 올해부터는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해외건설 수주가 지난해 바닥을 찍고 올해부터는 다소 회복 조짐을 보일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최근 유가가 50달러 안팎으로 올라서면서 중동 산유국들이 최근 1∼2년간 미뤄뒀던 공사를 발주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UAE 해저원유시설 공사는 국내 기업들이 수주를 추진 중인 프로젝트로 조만간 입찰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4분기 입찰 예정인 18조원 규모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도 사업, 4조원 규모 쿠웨이트 스마트시티 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도 수주 가능성이 열려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건설시장 침체 이후 동남아시아가 제1의 시장으로 급부상했다”며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를 집중 공략해 좋은 결실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란 역시 지난해 말 대림산업이 수주한 2조3,000억원 규모의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공사를 시작으로 병원, 교통 등 사회 인프라시설과 플랜트 사업 등에서 수주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건설사의 관계자는 “중동은 물론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 진출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해외건설 수주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원에 나서고 있다. 국내 기업의 투자개발형(PPP) 시장 진출을 위해 전담 지원기구를 설립하고, 공기업이 부담하기 어려운 사업 초기 개발비용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민간업체의 사업개발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글로벌 인프라벤처펀드도 올해 상반기에 조성해 해외수주를 지원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올해를 해외건설 재도약의 해로 삼고 자금 조달이 수반된 개발형 사업을 중점 지원할 계획”이라며 “기업들도 단순 도급공사에서 벗어나 수익성이 뒷받침되는 개발형 사업 수주에 집중한다면, 올해 해외수주 실적도 회복세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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