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도시계획위원회나 건축위원회 등 민감한 사업을 심의하는 위원회에 대해선 다른 위원회와 달리 회의 관련 정보조차 비공개로 부치는 지자체가 대다수다.
일례로 마포구 도시계획위원회의의 경우 요즘 흔하게 이용되는 인터넷은 물론 직접 방문한다고 해도 회의록 열람이 일절 허용되지 않다 보니 지역민들의 불만이 치솟고 있다.
이처럼 가장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공개를 원하는 위원회는 정작 폐쇄적으로 운영된다는 점도 문제인데다 이렇게 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위원 구성조차 사실상 지자체의 손에 모두 맡겨져 있어 ‘관제 위원회’란 논란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무리 지자체 산하 위원회라지만 상당한 이해관계가 얽힌 사업을 심의하는 위원에 대한 임명권도 어떤 검증·견제장치조차 없이 지자체장이 독식하고 있다 보니 위원회 자체가 지자체에서 만들어진 사업계획을 통과시키기 위한 형식적 장치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위원회의 요직인 위원장, 간사 등은 모두 공무원들로 이뤄져 있고, 전직 관료나 지방의회 의원들까지 자리를 차지하다 보니 일부 위원들의 면면을 따지다 보면 본래 위원회 구성 취지인 ‘전문가 집단’으로 보기에도 아리송한 측면이 있다.
그나마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경우 위원 명단은 지난 2012년 양재동 파이시티 복합유통센터 인허가 특혜 의혹이 일어난 이후 대외비 대상에서 제외시키기로 했지만 이전까지는 이렇게 선정된 위원들의 신상조차 로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구실로 비공개되어왔으며 아직도 마포구를 비롯한 서울시내 구청들은 여전히 개인정보보호를 내세워 비공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같은 위원회들이 자주 회의를 열고 논의하기라도 하는지 따져보자면 그것도 의문인데, 서울시의 경우 박원순 시장 취임 뒤 167개의 위원회 중 무려 64개가 새로 생겨난 위원회인데 반해 지난해 전체 위원회 중 13개 위원회는 연중 회의가 겨우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듯 회의를 자주 열지도 않으면서 한 달에 한 두 번 열 때조차 일부는 공정성을 명분삼아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공무원에 면죄부를 주는 거수기 역할만 하는 실정임에도 위원회에 대한 검증장치를 마련하기보다는 그 규모만 늘려가고 있는 데 대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수만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다보니 지자체 위원회를 유지하는 운영경비만 해도 전국적으로 수백억 원대에 이르러 지방재정에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인데, 일부에선 위원회 참여율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회의 횟수에 따라 수당까지 지급하는 목적전치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실로 지자체 위원회에 대한 대대적 심사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올 만한데, 위원회가 이 같은 비판에서 벗어나려면 적어도 지역민의 관심이 집중된 중대한 사안을 다루는 회의내용에 대해선 회의록과 각 위원별 발언 내용까지 세세히 공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투명성이 보장되어야 위원들도 성실히 참석하는 것은 물론 임명권자를 의식할 필요 없이 책임감 있게 회의에 임할 수 있을 것이며 지역 개발 등 중요한 문제조차 마치 사전 결정된 사안에 대해 요식적 절차만 거치듯 한 달에 고작 한두 번 회의를 여는 정도로 결론 내버리는 이전과 같은 모습도 자연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만일 지자체에서 이 같은 최소한의 개선 시도조차 할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밀실 심사나 하는 위원회는 해체하고 공개공청회로 진행하는 편이 주요 사업마다 불거지는 여러 비판과 의혹에서 벗어날 유일한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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