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고승은 기자] 안광한 MBC 사장이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 씨와 독대한 후, 정권 협조 방안을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앞서 정윤회씨 아들 정우식씨가 MBC 드라마 출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언론시민단체들은 이같은 논란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을 농단한 안광한 사장을 당장 구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TV조선>은 11일 한 방송사 사장이 정윤회 씨를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고 보도 협조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정 씨가 보도 협조를 요청하면 사장이 '비선 홍보수석' 같은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었다. 정 씨 최측근인 A씨는 "보도 사실이라든가 차단도 하고 언론사 중에 하나는 완전히 밀착돼서 해야 하니까 정윤회가 나라 국정에 모든 걸 (모 방송사와) 함께 했죠. 2년 전까지"라고 <TV조선>측에 밝혔다.
 
이어 12일 <미디어오늘>은 한 방송사 사장의 실명을 복수의 TV조선·MBC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정윤회씨와 독대했다는 방송사 사장이 안광한 MBC 사장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MBC측은 "최근 혼란한 시류에 편승해 '아니면 말고' 식의 무차별적인 보도가 난무하고 있다“고 반발하며 해당 보도를 부인한 뒤,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 “MBC 보도참극, 비선실세 장학생과 일베기자들 합작품이라니…”
 
이같은 파장과 관련, MBC공대위와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는 13일 오후 12시 상암동 MBC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 MBC가 어쩌다 종박방송, 일베방송으로 전락했는지, 그 실상이 드러나고 있다.”며 “사장이 정권의 비선실세와 만나 협조 방안 등을 논하고 다녔다고 하니, 자질은 차치하고 선임 과정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를 보도가 사실일 시, ‘희대의 방송농단’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민간인 비선실세와 공영방송 사장의 만남은 그 자체로 용납될 수 없을뿐더러 청와대 협조 등을 운운하고 특혜를 약속했다면 이는 언론 자유와 방송 독립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침해한 행위”라고 질타했다. MBC는 MB정권 시절 김재철 사장 체제 때부터 ‘청와대 나팔수’라는 비판을 수없이 받아왔다. 박근혜 정권 들어서는 그보다 더 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부터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이르기까지 발생한 MBC의 각종 보도 참극이 비선실세 장학생과 시용출신 일베기자들의 합작품이었다니 참담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개탄했다.
 
김종철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 위원장은 “MBC가 이렇게 전락한 하나의 원인을 알겠다”며 “안광한이 고소하겠다고 하는데 고소를 빨리 하는 것이 좋겠다. 박영수 특검팀에 고소하고 정윤회와 함께 빨리 출석해서 조사받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MBC 뉴스데스크는 노무현 정권 시절 시청률 30%, 시청자 신뢰도 1위를 기록했지만 최근 시청률은 3%대다. 요새 종편 시청률도 따라가지 못하는 처참한 지경”이라며 “최근엔 막내기자(공채 45기)들이 이대로는 취재를 다닐 수 없어 창피하다고 하니까, (경영진은) 그들에게 사유서를 내라고 하고 징계하려고 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사장이나 보도본부장 등 간부들이 청와대 부역집단으로 전락한 MBC는 개편돼야 한다. 국회는 낙하산 사장과 부역자를 몰아내는 방송개혁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애국가 시청률’ 망가진 MBC뉴스…비선실세들과 촘촘히 얽혀있을 것”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정윤회-안광한이 만난 자리에서 사적인 부탁이 오고갔을 것이며, 정윤회 아들 정우식에 대한 부탁도 함께 들어있었을 것이다. 이런 정황들이 언론취재를 통해 모든 줄거리가 완성돼 갈 것”이라며 “MBC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만큼 비선실세들과 촘촘히 얽혀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MBC뉴스가 망가지고 내부 기자가 바른말 했다는 이유로 쫓겨나고, 애국가시청률이라는 처참한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이라고 목소릴 높였다. 그는 또 ‘박근혜 탄핵안’에 ‘언론자유 침해’ 부분이 적시된 것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KBS MBC 공영방송을 비선실세들이 망가뜨리고 훼손시킨 것도 당연히 검증돼야 하고, 탄핵사유로 기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권력이 공영언론에 손을 뻗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언론장악방지법인데, 새누리당은 이를 기를 쓰고 반대하고 있다”고 질타하며 “정치권력의 손아귀에서 공영방송을 독립시키고 해방시키고, 국민인 주인에게 방송을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광한은 하루빨리 책임지고 물러나라. 억울한게 있으면 고소하라.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자”고 촉구했다.
 
조능희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안 사장이 시사·보도·교양 프로그램을 궤멸시키고, 정씨 아들을 위해 듣도보도 못한 배역 청탁하면서, MBC PD들이 자율과 창의를 찾아 (MBC를) 떠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벌써 20여명이 넘는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박근혜는 직무정지됐지만, 박근혜의 공범들은 아직 공영방송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 (임기가 한달여 남은) 안광한 사장 얼마 안 남았다. 그가 저지른 각종 해악의 대가를 받아야 한다”며 “언론노조 MBC본부는 두 달째 천막을 치고 사내에서 피켓 농성을 진행하며 이번 사태를 엄중히 보고 있다. 안광한 사장, 김장겸 보도본부장, 최기화 보도국장,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 등에 대해 그 죄과를 기록하고 있으며, 죄과를 물을 그 날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또 국회에 대해선 “당장 언론장악방지법 처리에 나서야 한다. 언론을 장악하겠다는 권력과 어떻게든 권력에 줄 대고 부역하려는 언론인들을 이제는 청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언론장악방지법은 낙하산 사장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상세 내용으로는 정부여당에 쏠린 공영방송 이사회 중립화, 사장추천위원회와 특별다수제 도입 등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부정적 입장을 표하면서 아직 표류 중이다.
 
언론시국회의는 지난달 20일 정씨 아들의 MBC 출연 특혜 의혹에 대해, 방송판 정유라 사건이라고 질타하며 특검에 수사의뢰한 바 있다. 정우식씨는 안광한 사장이 부임한 직후인 지난 2014년 4월부터 최근까지 2년여간 MBC 드라마 7편에 조연과 단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
 
이들은 이날 <TV조선>과 <미디어오늘> 보도를 바탕으로 안 사장을 추가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