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구속기소 과정서 드러난 박근혜 개입 정황

특검팀은 16일 오전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구속기소하며 “문 전 장관이 2015년 6월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이 성사될 수 있게 잘 챙겨보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받았다"고 설명했다.
당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추진됐으며,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의 의사가 중요했던 시기다. 이같은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수천억대의 손실을 봤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문 전 장관은 박 대통령과 삼성 간의 뇌물수수 의혹을 규명할 '핵심 연결고리'로 지목돼 왔다.
특검에 따르면, 문 전 장관은 해당 합병건과 관련해 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 담당자로 하여금 안 전 수석 등에게 합병 관련 동향을 수시로 보고토록 했다.
이규철 특검보는 브리핑을 통해 “보건복지부 공무원 등을 통해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담당자로 하여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안 등을 전문위원회에 부의하지 못하게 하고 투자위원회에서 심의해 합병 찬성에 결의하게 했다"며 문 전 장관의 혐의를 설명했다.
문 전 장관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특검의 첫 구속기소 대상이 됐다. 지난달 27일 특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전격 소환된 문 전 장관은 조사를 받던 도중 긴급체포됐다.
문 전 장관은 2013년 12월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된 뒤, ‘메르스 사태’ 초기 부실 대응의 책임을 지고 2015년 8월 물러난 바 있다. 그러나 4개월만에 보건복지부의 산하기관인 국민연금공단의 이사장으로 취임하며 무성한 뒷말을 낳았다. 그는 특검 수사에서 "복지부 장관에서 물러나기 직전, 박 대통령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시켜주겠다고 약속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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