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트럼프 시대, 한국경제의 진로’ 세미나 개최

이날 세미나는 빅터 차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교수 겸 조지타운대 교수, 매튜 굿맨 CSIS 수석연구원이 각각 주제 발표에 나섰다.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국제전략문제연구소는 미국 외교·안보 및 경제 분야 등에 있어 대외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 싱크탱크다. 이후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주제 발표자들과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송의영 서강대 교수,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 등의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열린 이날 세미나에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500여명의 기업인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 한국 내 정치적 위기 해결돼야
이날 빅터 차(Victor Cha) CSIS 석좌교수는 ‘한미동맹의 전망’에 대한 주제 발표를 통해 “북한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미국과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우방과 그렇지 않은 비우방의 구분이 명확해질 것”이라며 “이러한 점에서 현재 진행 중인 한국의 정치적 위기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빅터 차 교수는 한미동맹의 국방·대북 억지력 강화와 관련해 “한미동맹은 지역 내 군사적 자산의 풍부한 증강을 필요로 한다”며 “한·미 합동군사훈련의 속도를 높이고, 한반도에서 확장된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에 대해 진지하고 혁신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일정은 조속히 추진돼야 하며, 한·미·일 3국간의 협력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대북 제재도 계속될 것이라고 빅터 차 교수는 전망했다. 그는 “대북 제재의 목적은 북한 붕괴에 있지 않으며, 비핵화약속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포괄적 전략의 일부분”이라며 “미국에게는 단지 전술상의 이유뿐만 아닌, 스스로 보호할 수 없는 사람들을 보호할 책임이 있으므로 인권문제로 북한을 계속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 미·중 무역전쟁 여파 클 듯
매튜 굿맨(Matthew P. Goodman) CSIS 수석연구원은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미국 새 정부의 경제정책 전망’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한·미 FTA가 미국 선거기간 동안 트럼프 당선자의 타깃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재협상으로 가기에는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등에 비해 정책 우선순위가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매튜 굿맨 수석연구원은 한국경제가 당면한 3대 위협요인으로 ‘미·중 무역전쟁’, ‘强달러’, ‘한국 환율 조작국 지정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IMF보고서를 인용하며 “중국경제 성장률이 1% 포인트 감소할 시 한국은 GDP가 0.5% 포인트 감소할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인해 공급체인이 손상되면 한국은 적지 않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强달러 현상에 따른 자본 이탈’, ‘한국 환율 조작국 지정가능성’도 추가 위협요인으로 언급했다.
이어 “트럼프 당선 이후 감세, 규제 완화,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미국경제에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이러한 긍정적 흐름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 한국도 금리 상승 압박 전망
주제 발표에 이어 국내 전문가들의 토론도 이어졌다. 토론자로 나선 송의영 서강대 교수는 “트럼프 정부의 감세와 인프라 확대 정책으로 미국 경기가 살아나고 있으며, 이는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며 “결국 가계부채와 한계기업 증가 문제에 직면해 있는 한국도 장기적으로 금리 상승 압박을 받게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미국의 경상수지 회복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빠르게 회복하는 경기는 미국의 수입 증가세를 가속화할 것”이라며 “또 미국 내 이자율 상승은 强달러 현상을 유도하여 경상수지가 오히려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는 “당장 한국에게 큰 통상공세 압박이 밀려오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더라도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며 “환율조작국 지정, 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한 미국의 공세는 언제든지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정부는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국익과 직결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아시아에서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동맹국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아시아 개입정책을 펼쳐 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