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금융서비스활성화=기업규제완화"?
금융당국, "금융서비스활성화=기업규제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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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선택감사제, 금융사 자율보안제 등 '기업규제' 역행

[시사포커스/강기성 기자] “금융권의 빅데이터 활용과 블록체인을 이용한 서비스 활성화를 지원하겠다”
 
허창언 금융보안원장이 24일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같이 밝혔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정보통신(IT)기술과 금융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가 출현되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은행이 최근 ‘지급결제 비전 2020’의 세부과제로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 가능성에 대비한 제도적·기술적 연구’를 추가한 지 이틀만이다.

특히 블록체인(blockchan)을 이용한 금융서비스 활성화는 금융보안원의 중점 과제다. 금융보안원이 블록체인의 테스트배드 역할을 하겠다는 복안이다.
 
블록체인이란 디지털화폐를 가리키며 단적으로 비트코인을 지칭한다. P2P 네트워크를 통해 이중지불을 막는데 쓰이는 기술이 블록체인이고, 이 비트코인은 신용이 아니라 시스템에 기반한 네트워크를 구성한 덕에 제3자가 보증하지 않아도 거래자끼리 가치를 교환할 수 있다.
 
지난 해 금융당국은 처음으로 금융개인정보 ‘비식별조치’라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이에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지원 전문기관으로 지정된 금융보안원은 올해 비식별조치 기술지원, 비식별화 표준개발 등으로 빅데이터 활용을 지원하게 된다.

하지만 보안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정책에 의중이 있다는 해석이다.

과거 정부가 기업들이 개인정보 빅데이터를 새로운 먹거리로 꼽아 정부에 길을 터줄 것을 요구했고, 이에 띠라 빅데이터 산업 육성 등을 명분으로 개인정보 보호장치를 대폭 해제했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내세운 '비식별화' 역시 개인정보 가운데 이름, 학력, 주소 등 특정 항목을 블라인드 처리해 식별이 안 되게 하는 것으로 다른 정보와 결합되면 재식별이 가능해지는 한계를 갖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딸린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보고서에서 “비식별화 기술과 적정성 평가기준을 잘 활용하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는 동시에 개인정보보호법의 제약을 피하면서 개인정보를 산업적으로 활용해 서비스와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불법 유출 때 기업들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법정에 설 수 있다고 보고서를 낸 바가 있다.
 
이은우 정보인권연구소장은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은 정부가 창조경제란 이름으로 '국민들의 정보인권 보호막을 제친 것'이라며 "특히 비식별화라는 말은 법에도 없는 용어”라고 평가했다.
 
금융당국은 '비식별조치'와 같은 기조로 금융보안원에 금융사들의 자율 보안도 지원하기로 했다. 민간 금융보안 전문자격제도가 도입돼 각 금융사가 이를 각자 채용하는 형식이다.

허창언 금융보안원장은 "금융사들에서 전문성과 인사고과 반영 등을 위한 전문 자격증 신설 수요가 있다"며 "금융권에 특화한 보안자격증으로 금융보안 전문인력이 양성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금융위는 최근 선택감사제를 정책을 발표했다.이는 금융당국이 기업들에 대한 당초 규제 입장을 완화한 것으로, 금융보안원의 자율 보안제와 같이 금융당국의 입장이 기업 측 입장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시사포커스DB

금융보안 전문자격제도는 금융위가 22일 한국은행과 같은 날 발표한 정책인 ‘선택감사제’와 동일선 상에 있다. 선택감사제는 상장사 40%의 외부감사를 금융당국이 ‘6년은 자율, 3년은 지정’하는 형식으로 회계법인을 지정하게 된다. 이는 비상장사와 금융회사 전체를 포괄하는 ‘지정감사제’의 규제를 완화한 대책이다.
 
애초 지정감사제를 낳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와 카드사 개인정보 대량유출 사태로 인한 위기감을 떠안은 규제기관으로서 조정·감시역할을 담당하는 금융당국이 오히려 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모양새로 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금융보안원은 전자금융사고가 우려되는 취약분야에 대한 테마별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네트웍스, 시만텍 등 8개사와 글로벌 금융정보 공유를 위한 MOU를 맺고 보안 정보 공유의 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대형 해킹사고의 주요 원인인 업무개발·외주용역 컴퓨터 등 고위험 시스템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지원하기로 했다. 디지털 포렌식이란 전자정보를 과학적 절차와 기법으로 수집‧분석해 증거로 제출하는 제반 행위를 말한다.
 
금융보안원은 2014년 초 카드사 개인정보 대량유출 사태 후 등장한 금융보안전담기구로 2015년 초 사단법인으로 창립했다
 
금융보안원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금융서비스가 출현하는 데도 역량을 쏟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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