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들 각자 셈법 따라 ‘이합집산’ 분주

여전히 선두를 유지하며 ‘문재인 대세론’을 주도 중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어떻게든 따라잡고자 민주당 안에선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 등 3인이 야권 공동정부를 추진하겠다면서 문 전 대표에 본격 맞섰고, 민주당 밖에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론에 힘을 싣는 상황이다.
대선주자들의 이 같은 연대 시도가 성과를 내 대선판의 구도를 바꾸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인지 그 성패 여부에 벌써부터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潘, 개헌 고리로 ‘제3지대’ 연대 박차
일찌감치 대선잠룡으로서 많은 관심을 끌어 모았음에도 막상 귀국 뒤 지지율 상승세를 타지 못해 속을 태워오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개헌을 바탕으로 한 ‘빅텐트’ 구상을 내세워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반 전 총장은 지난 21일 개헌파인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만난 데 이어 24일에는 김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제3지대 구상에 힘을 실어왔던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회동했으며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등과의 만남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뿐 아니라 반 전 총장은 자신을 지지하는 보수정당 내 충청권 의원들과의 접촉도 이어가면서 본인을 중심으로 ‘제3지대’를 구축하는 데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반 전 총장이 당초 대통합을 기치로 내걸고 대선판에 나온 만큼 소위 ‘제3지대’는 정치적 성향이 어느 한쪽에 편중되지 않고 외연을 크게 확대해야 한다는 점도 성패를 가를 주요사안으로 꼽히고 있는데, 이 때문에 그는 개헌을 명분 삼아 야권의 문을 두드리며 광폭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구상이 반 전 총장의 뜻대로 순탄하게 풀리고 있지만은 않아 또 다른 고민을 낳고 있는데, 24일 오찬 회동을 가진 정의화 전 의장의 경우 “큰 틀에서 (반 전 총장을) 돕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데 반해 지난 21일 만났다던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는 2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막연하게 누구를 만나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온도차를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김 전 대표는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의 말처럼 ‘2, 3월 빅뱅’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선 “빅뱅이 일어날지 안 일어날지 기대해 보라”고 일견 ‘빅텐트’ 가능성을 열어두는 반면 반 전 총장을 향해선 “정치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그렇게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할 만큼 내내 회의적 반응으로 일관했다.
또 최근 자강론을 내세우기 전만 해도 적극 연대론을 주장하며 제3지대에 관심을 보여 왔던 국민의당에서도 2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박지원 대표가 “현재 지난 10여일 간 반 전 총장의 모든 행보를 볼 때 그분의 빅텐트는 보수의 빅텐트”라며 “반 전 총장이 구상하는 빅텐트에 우리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오히려 박 대표는 반 전 총장에 대해 비판적 평가를 했던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와는 한 번 회동을 가지기로 했다고 밝혀 반 전 총장과 제3지대를 구성하기보다 야권 인사들끼리 별도의 제3지대를 구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는데, 일단 박 대표가 ‘제3지대는 국민의당’이라고 강조해온 만큼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를 놓고 한동안 치열한 신경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나마 반 전 총장이 아직 만나지 않은 개헌파 인사인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은 이들에 비해 아직 반 전 총장과의 연대 가능성을 닫아 두지는 상황인데, 손 의장은 24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반 전 총장에 대해 “야권의 많은 분이 실망을 표하고 ‘반 전 총장에 문을 닫았다’ 이런 얘기를 하지만, 반 전 총장은 우리나라의 중요한 외교적 자산”이라며 “좀 더 인내력을 갖고 지켜보겠다”고 유보적 입장을 내놨다.
한 발 더 나아가 손 의장은 국민의당을 향해서도 “앞으로 연대와 연합을 통해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 갈 대상”이라며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와 협상이 예정돼 있다. 연대·연합 협의가 곧 시작될 것”이라고 손을 내밀었는데, 반 전 총장에 문을 거의 닫다시피 한 이들과의 접점을 장차 손 의장이 중재를 통해 마련할 수 있느냐가 빅텐트 구성에 주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날 손 의장 역시 반 전 총장을 향해 “보수세력에 얹혀서 뭘 하겠다, 그러면 이제 상당히 거리가 주어지는 것이고 저희와 함께 하긴 힘들지 않겠는가”라고 견제구를 던졌기에 어차피 손 의장이 국민의당과 김 전 대표와 연대를 이룰 수는 있을지언정 보수정당과 함께 하는 빅텐트를 스스로 중재해 성사시키길 기대하는 건 무리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반 전 총장을 따르는 새누리당 내 충청권 의원들이 최근 탈당 뒤 바른정당행을 택하고 있는 점에 비쳐볼 때 결국 반 전 총장도 자신에게 협조적인 정 전 의장과 바른정당 등 보수진영만을 중심으로 한 ‘반쪽짜리’ 빅텐트를 만드는 데 그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후발주자들, ‘3野 공동정부’로 文 압박

이런 가운데 이들 외에 민주당 내에서조차 선두인 문 전 대표를 따라잡기 위한 공조 움직임이 후위 대선주자들을 중심으로 부지런히 이뤄지고 있는데, 24일 이재명 성남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민주당 의원 등 3인의 대선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이 모두 참여하는 야3당 공동정부 수립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이들은 이날 합의문에 야3당 공동정부 수립이란 대전제 외에도 공동정부 추진을 위한 야3당 원탁회의 조속 개최, 공동정부 추진 대선주자 연석회의 개최, 결선투표나 공동경선·정치협상 등 야3당 공동정부 실현방안 마련 등을 담아 함께 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김 의원과 함께 일찌감치 공동정부 수립을 외쳐온 박 시장은 이 방안이 승자독식 구조의 제왕적 대통령제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다른 두 야당도 결선투표제를 통해서라면 공동정부를 할 수 있다고 공감했다. 문 전 대표도 연정이 가능하다”고 문 전 대표에게까지 함께 할 것을 촉구했다.
김 의원 역시 “공동후보 선출은 완전한 야권연합을 보장한다”면서도 “다음 정부는 야권이 연합해 공동정부를 수립해 책임과 권한을 함께 지는 국정운영을 해야 하고 3년 이내 적폐 청산, 개헌 완수하는 시점에 새로운 대한민국 제7공화국을 출범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한 발 더 나아가 개헌 주장까지 펼쳤다.
하지만 대선주자로서 지지율이 저조한 두 후보에 비해 최근 하락 조짐이 보일지언정 아직 3위를 유지 중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 자리에 함께 하긴 했어도 이들과는 조금 다른 반응을 보였는데, ‘야권 공동 정부’에 동의한다는 수준일 뿐 박 시장과 김 의원이 제시하는 개방형 공동경선이라는 경선 룰까지 수용한 건 아니란 자세를 취했다.
그러면서 이 시장은 “상대가 동의하기 쉽지 않은 방법을 제시하면 실현 가능성에 상당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야권 후보 단일화가 자연스럽게 될 수 있도록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야권 공동경선이 결선투표제로 치러질 경우 결선에서 반문 연대의 표가 현재 야권 후보 중 문 전 대표 바로 다음인 자신에게로 모두 몰릴 수 있어 문 전 대표와 경쟁해볼 만하다는 판단에 따라 제안한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대선 지지율 반등에 고심해 연대에 나선 이들의 외침이 무색하게 문 전 대표는 같은 날 ‘트럼프 정부 출범 간담회’ 참석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동정부를 말하는 건 아직 우리 당의 경선도 시작되지 않은 상태고, 다른 야당의 준비도 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르다고 본다”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했으며 이날 당헌당규강력정책위원회마저 경선 룰을 문 전 대표에 유리한 1인1표 완전국민경선 형태로 치르겠다고 결정해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아울러 제3지대를 주도하려는 국민의당에서도 민주당과의 연대에 대해선 현재로선 부정적이다 보니 모처럼 3명의 대선주자가 머리를 맞대고 내놓은 ‘공동정부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유야무야 되는 건 아닌지 벌써부터 우려의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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