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택 폭로로 확산된, 청와대 ‘SBS 보도 농단’ 의혹
차은택 폭로로 확산된, 청와대 ‘SBS 보도 농단’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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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前 홍보수석은 최순실 추천 인사”, SBS 노조 “철저한 진상조사”
▲ 최순실씨의 최측근인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SBS 출신인 김성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최순실씨 추천 인사라고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고승은 기자] 최순실씨의 최측근인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김성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최순실씨 추천 인사라고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차 전 단장은 지난 2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에서 이같이 증언했다.
 
차 전 단장은 “최순실씨가 김성우 전 수석의 프로필을 보여주면서 아느냐고 물었다”면서 “김성우 전 수석의 정치 성향과 홍보 수석을 맡을 의향이 있는지 알아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밖에도 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소개한 여러 명이 산하기관, 정부 조직 등에 채용되는 과정에서도 최씨의 영향력이 미쳤다고 인정했다.
 
기자 출신인 김 전 수석은 주로 <SBS>에서 활동했으며 보도국장, 기획본부장 등을 맡은 바 있다. 그는 지난 2015년 1월 청와대 사회문화특보로 위촉됐다가, 한달 만에 홍보수석으로 발탁된 바 있으며 지난해 10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파문 이후 홍보수석 자리에서 물러났다.
 
◆ “땡박뉴스…최순실 입김 아래 놀아난 것인가”
 
차 전 단장의 증언과 관련,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25일 오전 서울 목동 SBS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성우 전 수석을 통한 최순실 일당의 SBS 보도 농단 의혹에 대해 노사공동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착수하고 그 결과를 국민들에 가감없이 알릴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를 통해 김 전 수석과 최순실 일당의 SBS 보도 농단에 적극 가담하고도 자리를 보전하고 있는 인사들이 있다면 발본색원해야 할 것”이라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성우 전 수석을 통한 최순실 일당의 SBS 보도 농단 의혹에 대해 노사공동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은 이날 특검 사무실로 강제압송된 최순실씨. 사진/고경수 기자
이들은 “김 전 수석의 홍보수석 임명 뒤 벌어진 SBS의 몰상식하고 몰염치한 권력 편향 보도와 ‘땡박뉴스’가 결국 최순실의 입김 아래 놀아난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이 이번 차은택의 증언으로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졌다”라며 “김 전 수석의 영향력은 당시 최고 경영진부터 말단 취재기자에게까지 여과 없이 전달됐고, 결과적으로 보도책임자들과 경영진은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 행위를 정상적인 국정운영으로 포장하고 검증 없는 추종보도로 뒤덮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나아가 “사측은 최순실 사태로 지상파 보도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SBS의 경쟁력이 급전직하로 떨어지자 화들짝 놀라 보도책임자를 교체하고 사과를 하기도 했지만, 우리의 소중한 노동과 보도를 최순실 국정농단의 홍보수단으로 전락시키며 먹칠을 한 구체적 행태와 인사들에 대한 어떤 진상조사도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진정성 있는 후속대책도 마련되지 못하다”며 SBS 사측을 비판했다.
 
◆ “삼성은 수백억 뇌물을, SBS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윤창현 언론노조 SBS 본부장은 “김성우 수석의 청와대행 이후에 SBS 내부에서 벌어졌던 이해할 수 없는 권력편향, 말도 안 되는 기사들, 왜 그런 기사들이 버젓이 전파를 빌어서 국민 눈과 귀를 가리는 일이 벌어져왔는지 이제 퍼즐이 맞아 들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성우 수석의 청와대행 이후에 SBS 기사들이 어떻게 망가졌는지 너무 사례가 많아서 이 자리에서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라며 “대표적인 게 한일 ‘위안부’ 합의 당일 SBS가 첫소식으로 ‘새 출발하는 한일, 더 큰 미래 열자’는 보도를 내보낸 것이다. 청와대 홍보방송이 돼 있었다”고 질타했다.
▲ 한일 ‘위안부’ 합의가 강행된 2015년 12월 28일자 SBS 8뉴스의 톱기사, ‘위안부’ 합의를 긍정 평가하고 있다. ⓒSBS
그는 “최순실 일당이 약점 잡힌 대기업들을 갈취하는 방식으로 SBS를 갈취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을 강하게 갖는다. 청와대는 ‘중간광고’ 얻으려면 니들 우리 편에서 보도하라는 식으로 SBS 보도를 농단해왔다고 판단한다.”며 “삼성은 수백억 현금을 뇌물로 바쳤지만, 국민의 알 권리를 최순실 일당에 뇌물로 가져다 바치고 무언가 떡고물을 얻으려 했던게 아닌가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김성우 전 수석은 SBS 뿐만 아니라, 언론개입 의혹으로 수차례 논란이 인 바 있다.
 
지난 2015년 6월 ‘메르스 대란’이 터졌을 당시, <국민일보>는 정부의 메르스 대응을 비판하며 <박근혜 살려야한다>는 제목의 패러디 기사를 실은 바 있다. 이에 김 전 수석이 직접 편집국장과 정치부장에 항의했고, 이후 <국민일보> 지면에서 정부 광고가 누락돼 ‘광고 탄압’ 논란이 일었다.
 
또 2015년 11월 KBS 사장 선임 과정에서는 김 전 수석이 이인호 이사장 등에게 전화를 걸어 “고대영 사장 후보자(현 사장)를 청와대 지명 후보로 검토해달라”고 지시했다는 폭로가 나오며 청와대 개입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앞서 언론시민단체들은 박 대통령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 전 수석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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