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내리막길 속 대한상의 역할론 부상
전경련 내리막길 속 대한상의 역할론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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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구심점, 이젠 바뀌나
▲ 전경련이 최근 주요 회원사들의 탈퇴가 이어지며 해체 위기에 직면해 있는 반면 대한상의는 다양한 움직임 속에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어 주목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시사포커스/박현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되며 존폐 기로에 서 있는 가운데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의 역할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그동안 재계의 기본 입장과 활동을 대변하고, 정부와 재계와의 창구 역할을 맡으며 국내 대표적인 경제단체 위상을 지녀온 전경련이 최근 주요 회원사들의 탈퇴가 이어지며 해체 위기에 직면해 있다. 반면 대한상의가 최근 다양한 움직임 속에 활동 반경을 넓힘으로써 재계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부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만일 전경련이 해체될 경우 사실상 대한상의가 전경련의 역할을 대신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대한상의, 법정단체로 투명성 확보
그동안 전경련과 대한상의 두 단체는 경제계를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경제활성화, 경제정책 등 주요 이슈와 관련해 경제계를 대표하여 정부에 건의하거나 정부가 재계와의 소통 창구로 활용해왔다. 대통령 해외순방 때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는 국내 기업들을 해외 기업들과 연결시켜주는 비즈니스포럼도 이들 두 단체가 번갈아가며 주관해 왔다. 경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재계 입장을 대변해 성명을 발표하는 일도 역시 두 단체가 함께 담당해오던 활동이었다.
 
다만, 법적 기반 없이 임의기관으로 활동해온 전경련과 달리 대한상의는 ‘상공회의소법’에 따라 법적으로 역할이 한정되어 있으며, 정부와 국회로부터 일정부분 통제를 받고 있다. 따라서 외부 압력으로 설립 취지에 벗어나는 일을 할 수 없어 상당한 투명성을 지니고 있다. 그만큼 법정단체로서 향후 역할 확대를 가늠해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렇지만 대한상의의 회원사 구조로 인해 전경련의 역할을 모두 수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회원사의 90% 이상이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대기업 위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활동은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다. 현재 전체 회원사 규모는 약 16만 업체에 달한다.
 
▲ 박용만 회장이 지난 2일 열린 새해 시무식에서 ‘대한상의 역할론’을 적극 펼치며 주목을 끌었다. ⓒ대한상공회의소

◆ 전경련, 쇄신안 및 후임 회장 미정
사실 지금까지의 전경련에 대해 ‘정경유착의 고리’라는 비판적 시각이 상존했다. 중요한 경제정책이나 주요 이슈를 놓고 정치권력과 연계해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해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경련에 위기가 닥친 것은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4월 어버이연합 등 10여개 보수단체에 자금을 지원한 사실이 밝혀지며 한바탕 홍역을 치른 데 이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사실까지 드러난 것이다. 이를 계기로 해체 요구가 내외로부터 점증하는 가운데 삼성, LG, 현대차, SK 등 주요 회원사들이 줄줄이 탈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급기야는 쇄신안과 후임 회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었던 이달 정기 회장단 회의가 재계 총수들이 대거 불참한 가운데 가까스로 열렸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종료됐다. 전경련은 미국 경제단체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을 기본 바탕으로 한 쇄신안을 적극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반면 대한상의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박용만 회장이 지난 2일 열린 새해 시무식에서 ‘대한상의 역할론’을 적극 펼치며 주목을 끌었다. 박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국내외적인 격랑의 한복판에서 기업들이 믿고, 기대고, 의견을 구할 곳은 대한상의밖에 없다”고 힘주어 말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한상의가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해체 위기에 빠진 전경련을 대신해 재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물론 박용만 회장은 “전경련 역할을 대한상의가 대신하겠다는 의미로 말한 것은 아니다”라며 “같은 경제단체로서 전경련이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기를 응원한다”고 밝혔다.
 
특히 박용만 회장은 지난 2013년부터 대한상의를 이끌어오는 가운데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그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데 힘써왔다는 평가다. 최근에도 경제현안 관련 리서치, 지방자치단체 기업환경 인증, 조직 내 금융위원회 개편, 국제세미나·토론회 개최 등으로 대한상의의 경제단체 위상을 확고히 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대한상의가 국내 경제계에서 얼마만한 역할과 비중을 지니게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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