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가능한 것인가
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가능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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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강수 회장
지난 25일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더러운 잠’이란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누드화와 관련해 공개 사과했다.
 
사과하기 하루 전만 해도 표 의원은 “제 취향은 아니지만 ‘예술의 자유’ 영역에 포함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해명을 내놨지만 이런 대응은 도리어 당내외로부터 역풍을 초래해 같은 당 우상호 원내대표조차 “만약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 당했을 때 노 대통령이 벌거벗겨진 풍자 그림을 새누리당 의원이 걸었다면 우리가 가만히 있었겠나”라고 표 의원을 질타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면서도 우 원내대표는 “표 의원의 부적절한 전시회 유치를 지적하는 것이지 풍자 그림을 그린 작가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생각은 없다”고 강조해 ‘표현의 자유’ 논란에선 발을 뺐는데, 그렇다면 표현의 자유 자체는 어디까지 가능한 것이냐는 의문이 남게 된다.
 
일단 표 의원이 주최한 전시회였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좀 더 신중했어야 하는데 탄핵 정국이란 민감한 시기에 이처럼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그림을 보고도 스스로 조치하지 않을 정도로 별로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다는 점은 우 원내대표의 지적대로 충분히 비판 받을 만하다.
 
하지만 그림 자체는 누구를 풍자했든 예술의 자유 영역이므로 마치 신성불가침의 영역인양 절대 침범 받아선 안 된다는 데에는 조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역지사지’를 거론한 우 원내대표의 논리대로 해당 그림이 걸려 있던 장소가 여당 의원들도 볼 수 있는 국회가 아니라 다른 장소였다면, 국회만 아닐 뿐 마찬가지로 공공연히 대중이 볼 수 있는 어떤 장소였어도 전혀 문제될 여지가 없었겠느냐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공인이란 신분상 풍자와 희화화로부터 무제한적으로 용납되는 대상이라고 주장한다면 특정 웹사이트에서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합성 그림이나 사진들을 만들어 공공연한 장소에서 게재하고 소위 말하는 인증사진까지 촬영한 데 대해 고인 모독이라며 그토록 비판하던 건 무엇이었을까
 
만일 당시 풍자 그림을 만든 건 예술가가 아닌 일개 개인이기에 경우가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면 표현의 자유란 어느 개인이든 향유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특정 직종을 가진 인사들만 점유할 수 있는 특권인 것인가
 
설령 ‘표현의 자유’가 어떤 자격을 가진 특정 직종의 전유물이라 전제한다 해도 어떤 사안을 다루든 자유롭다고 할 수 있는가는 ‘샤를리 에브도 만평’의 경우를 보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
 
이슬람 지하디스트들의 테러까지 촉발시켰던 프랑스 풍자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무함마드 나체 묘사’ 만평은 파리 테러 사태 이후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이후 시리아를 탈출하다가 익사한 난민 어린이인 쿠르디를 소재로 삼았던 만평이나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 깔린 이탈리아인들을 파스타의 일종인 라자냐에 빗대 그린 만평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실로 직종에 관계없이 표현의 자유의 범위는 무제한적으로 용납되는 것만은 아니란 것을 시사하는 사례라 할 수 있는데, 각 국가나 사회마다 문화가 다르다보니 어디서부터 금도를 넘어선 것인지 뚜렷이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지켜야 할 선’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건 확인할 수 있다.
 
이번 ‘더러운 잠’ 풍자화 논란과 비슷하게 불과 얼마 전 미국에서도 대선후보인 트럼프와 힐러리 사이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양측 지지자들이 상대 후보를 풍자한 나체상을 광장에 세우는 등 감정의 골이 깊어진 적이 있다.
 
당시 트럼프 나체상은 미국 내 대도시들에 전시되면서 풍자의 대상이 됐지만 반대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예술가가 여성후보인 힐러리 나체상을 만들어 세우자 순회전시는커녕 ‘음란하다’는 이유로 철거돼 버렸다.
 
이 같은 결과를 놓고 볼 때 표현의 자유가 여성존중이란 가치보다 하위에 있기에 취해진 조치라고 볼 수 있을까 아니면 남성의 나체는 남성모독이 아닌 반면 여성의 나체는 여성모독이기 때문이라 해석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나체든 무엇이든 결국 대상에 어떤 의도를 담고 표현한 것이냐가 핵심이라 할 수 있는데, 풍자라는 접근법은 비판이라는 데에 주안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이 같은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예술가로서도 이에 대해 어느 정도 책임감을 갖고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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