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넘치는 현금으로 '빚이나 갚자'
기업들, 넘치는 현금으로 '빚이나 갚자'
  • 이성심
  • 승인 2004.04.07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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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보유 규모 20조원 육박, 부채비율 99%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들이 투자를 미룬 결과, 상장기업들의 작년 말 현재 현금 보유 규모가 2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업들이 남아도는 현금을 빚 갚는데만 사용해 부채비율이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기업보다도 낮아졌다. 기업들, 현금성자산 증가 증권거래소가 12월 결산 425개 상장기업의 자산 현황을 조사한 결과, 현금 및 현금 등가물(3개월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19조1566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3조8210억원(24.9%) 증가했다.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단기 금융상품(3개월~1년 사이에 만기가 돌아오는 상품)도 17조6092억원으로 2조865억원(13.4%) 늘었다.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은 5조5150억원(작년말 기준)에 이르며 삼성전자는 4조2468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단기금융상품에 가입해두고 있다. 현금 및 현금등가물은 1조2682억원 어치에 이른다. 현대자동차도 5조원 규모의 현금성자산을 가지고 있으며 기아차와 SK텔레콤의 현금성자산은 각각 1조9000억원, 1조원에 달한다. 재무 안정성은 높아지고 투자는 위축돼 또한 당좌자산과 재고자산을 합친 유동자산은 총 140조7567억원으로 10.41% 증가했으며, 유동자산이 늘어남에 따라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100)은 104.26%로 작년보다 1.60%포인트 높아졌다. 유동비율은 유동부채(1년 안에 갚아야 할 빚)에 대한 유동자산(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의 비율로 기업의 단기 채무 지급 능력을 가리키는데 유동비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단기부채가 적고 현금동원력이 좋아 재무구조가 안정화됐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만큼 생산설비가 부진해 고정자산의 비중이 줄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같은 현상은 기업들이 모두 돈 쓸 곳을 찾느라 혈안이 돼 있지만 마땅히 쓸 곳이 없어 싸들고 있다는 증거이다.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경기가 더 회복될 것인지, 추가 설비투자를 한국 땅에 해야할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라는게 증시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동원증권 관계자는 "현금보유가 늘면서 재무 안정성은 높아졌지만, 투자 위축으로 인한 경제 활력 저하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채비율 낮아져 기업들이 남는 현금을 설비투자 대신 빚 갚는데만 사용하면서 한국기업의 부채비율은 미국.일본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사의 지난해말 부채비율은 99.27%로 전년(2002년) 109.16%보다 9.89%포인트 낮아졌다. 상장사 부채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78년 이후 25년만에 처음이다. 국내기업의 부채비율은 지난 2000년말 215%에 달했으나 2001년말 181%, 2002년말 105% 등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국내기업의 부채비율 99%는 미국기업의 167.3%(2002년말)와 일본기업의 162.5%(2001년말)과 비교해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재벌기업들의 부채비율도 크게 낮아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부채비율은 현재 107.7%로 지난해보다 8.7%포인트 낮아졌다. 상장사 4곳 중 1곳은 이자 갚을 능력 없어 한편 지난해 상장기업들이 경기 불확실성으로 신규 투자보다 현금보유를 늘려 단기 채무 및 이자 지급 능력은 크게 개선됐지만 상장사 4곳 중 1곳은 금융이자를 갚을 능력조차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12월 결산 508개 상장사(결산기 변경사 및 금융사 제외)의 이자보상배율을 조사한 결과 2002년의 3.23배에서 2003년에는 4.42배로 높아졌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1 이상'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을 능력이 있고 '1 미만'이면 그 능력이 없다는 의미다. 이자보상배율이 1 이상인 회사는 364개(71.7%)로 전년보다 3개가 줄었지만 5 이상인 회사는 181개(35.7%)로 19개사가 늘었고 이자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 곳은 강원랜드, 광주 신세계백화점 등 12개로 2개가 증가했다. 이에 비해 1 미만인 회사는 전체의 25.9%로 적자회사 78개를 포함해 132개가 이자를 갚을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나 상장기업간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심화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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