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혈 불법 시술 인정하면서도 ‘변명’ 섞인 사과문 논란

하지만 제대혈을 기증하거나 보관한 엄마들은 ‘사건을 축소시키려는 의도’라며 차병원을 규탄하고 나섰다.
차병원은 차의과대 의무부총장(분당차병원장 겸직) 명의의 사과문을 통해 “차병원 기증제대혈은행은 최근의 기증제대혈 문제로 기증자분들께 큰 고통과 심려를 끼쳐드리게 되어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차병원은 “제대혈을 연구용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도 정해진 절차를 거쳐 공급하고 있었으나. 최근 소량의 제대혈이 엄격한 연구절차를 지키지 못해 물의를 일으키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 문제가 된 제대혈은 모두 부적격 판정을 받은 연구용 제대혈이었다. 그 용도 또한 개인의 미용성형 목적이 아니라 암 재발 예방과 중증 뇌졸중 치료를 위한 탐색연구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다양한 연구과제를 진행하다보니, 일부에서 연구윤리 의식이 소홀했던 점에 대해선 다시 한 번 깊이 반성한다. 앞으로는 연구윤리 검증을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를 하겠다"며 "기증자 여러분의 순수한 기증정신이 훼손되지 않도록 무겁고 엄중한 각오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제대혈이란 출산 시 탯줄에서 나온 혈액을 뜻하며, 면역 기능을 조절하는 줄기세포가 풍부하게 들어 있어 각종 난치병 치료나 연구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노화나 피부 미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행법상 제대혈은 난치병 치료나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으며, 시술을 하려면 임상시험 연구대상자로 등록해 질병관리본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불법으로 사용된 제대혈은 차병원의 차회장 일가가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조사에서 이들은 연구대상자로 등록된 적이 없다.
◆ 공개사과나 관리현황 공개 등은 ‘묵살’
그러나 차병원 측의 사과는 전혀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 제대혈을 기증하거나 보관한 엄마들의 반응이다.
‘제대혈 기증 및 보관사업에 참여한 엄마들’과 ‘엄지당 준비위원회’는 지난달 10일 강남차병원 앞에서의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불거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관련자들을 시술하고 약물주사를 제공한 곳으로 알려진 차움병원인 만큼, 기증된 제대혈이 과연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라”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이처럼 제대혈 관리현황 공개를 비롯, 불법사용한 부분에 대한 공개사과 등을 요구하고 있는데 차병원이 이를 묵살하고 사건을 축소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차병원 측이 ‘소량의 제대혈이 엄격한 절차를 지키지 못했다’고 한 데 대해선 “일부에 대해서만 관리가 소홀했다는 식으로 잘못을 축소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또 차병원이 ‘문제가 된 제대혈은 모두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고 한 데 대해서도 “잘못을 회피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엄마들이 확보한 정보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이용해, 형식적인 사과와 책임회피, 뭉뚱그리기 식 본질 호도는 차병원의 의료윤리 상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태”라며 “본래의 요구대로, 제대혈 기증 및 보관사업의 실태를 전수조사하여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엄지당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과라는 게 잘못을 시인하는데서 출발하는데 일부 유출이 됐다는 식으로 일축하는 부분은 제대혈 기증자들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VIP 미용시술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고,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니 어떻게든 사건을 축소하려는 의도 아니냐”라고 차병원을 비판했다.
관계자는 차병원이 앞으로도 책임있는 해명과 사과를 하지 않을 경우, 차병원 보이콧 및 제대혈 관리 진상규명운동 등을 이어가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며, 법적 대응 등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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