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에도 미 현지 공장 설립 압박에 속앓이

트럼프 대통령 막강한 정치 수단의 하나로 불리는 ‘트윗정치’에 삼성이 백기를 들 처지에 놓였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 가동을 목표로 미국 현지에 연산 200만대 규모의 생활가전 공장을 짓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미국 현지에 생활가전 공장을 짓는 것에 대해 검토 중에 있다는 게 사측의 공식입장이다”며 “미국의 정책 방향에 따라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공장 건립에 대해 거듭 검토하고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시장조사기관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미국인 제조업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20.73달러로 멕시코(2~3달러)에 비해 최고 10배 이상 높고, 한국(약16.58달러)에 비해도 높아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건비가 높기 때문에 미국 현지에 공장을 건립할 경우 5% 이하인 영업이익률이 더 떨어질 수 있어 미국 공장 건립에 주저하는 이유다. 대부분 이런 이유로 국내 생활가전 업계는 멕시코에 공장을 세우고 미국에 가전을 수출하는 구상을 펼쳤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에 ‘울며 겨자 먹기’로 미국에 투자를 늘려야 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런 여러 상황으로 검토에 장고를 거듭하며 공장건립에 대한 손익계산서를 따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삼성전자 생활가전이 미국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어 투자 압박에 따른 공장건립 수순을 밟을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LG전자 역시 미국 공장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내 가전 공장 건설에 대한 검토가 80%쯤 진행됐다”며 “상반기에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미국시장에서 LG전자 생활가전 시장점유율은 삼성(17%), 월풀(15.9%), LG전자(15.4%) 순으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과 LG전자가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미국시장에 공장건립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은 생활가전 이외에도 스마트폰 신작 출시 등을 앞두고 있어 트럼프의 정책기조에 협조를 하지 않을 경우 여타 사업부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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