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는 총 사령탑 알고보니∼
무늬는 총 사령탑 알고보니∼
  • 배재우
  • 승인 2006.09.2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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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량미달 논란에 시달리는 여·야 지도부
정치권에 여·야 지도부를 둘러싼 때 아닌 함량미달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각각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다. 양당 지도부는 모두 대선 이전의 과도기적 체제를 이끌어가는 임시수장의 성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김 의장은 ‘강력한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강 대표 역시 대리인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올 연말 내지는 내년 초로 예상되고 있는 정계개편 국면에서 힘 빠진(?) 양당 지도부의 거취가 주목되고 있다.

10월 정가에 때 아닌 ‘연대설’이 솔솔 피어오르고 있다. 여당의 ‘GT계(김근태 의장)-DY계(정동영 전 장관)’ 연대설은 물론 ‘한나라당-민주당’ 연대설 등 국정감사를 앞둔 정가에 각종 연대설이 나돌고 있는 것.

긴급연대(?) 나선 열린우리당

특히 여권을 중심으로 피어오르고 있는 연대 움직임은 정계개편을 앞둔 정국구도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달 말 귀국예정인 정동영 전 의장측과 취임 100일을 앞둔 김근태 의장쪽에서 서서히 연대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당초 김 의장은 “정 전 장관이 국내에 돌아와 설 자리가 있도록 당의 구심력을 꼭 유지하겠다”는 말을 평소 자주 해왔다. 여기에는 5?31 지방선거 이후 정 전 장관측의 지원을 받아 비상대권을 쥐게 된 김 의장측의 일종의 ‘보은논리’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사실 정, 김 두 사람은 참여정부 입각 이전부터 이미 여권의 유력한 차기대권주자로서 서로 ‘견제 아닌 견제’를 거듭해 왔던 사이. 정 전 장관이 통일부로, 김 의장이 복지부로 입각했을 때 김 의장 진영에서 “알짜배기 자리는 정 전 장관이 빼갔다”라는 비난 여론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었다.

또한 장관직 사퇴시기를 놓고 양 진영은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양측이 최근 급속히 거리를 좁히고 있는 것이다.

김 의장은 최근까지도 “정 전 장관과 함께 길을 헤쳐 나가야 한다”라며 “그들을 도울 것”이라는 생각을 숨기지 않고 있다. 정 전 장관측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정 정 장관의 귀국 예정사실을 공개한 뒤부터 정 전 장관측에서도 공공연히 “우리는 김 의장을 열심히 도울 것”이란 뜻을 밝히고 있다. 정가에서는 양 진영의 이런 ‘동거’ 움직임을 최근 대선가도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천정배 의원의 활발한 물밑 행보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영남권 대표주자로 꼽히는 김혁규 의원의 도약, 여기에 여권내부 친노세력의 움직임 등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는 당내 역학구도에서 정 전 장관과 김 의장이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연대’라는 지적이다. 이미 쇠퇴해버린 정 전 장관과 당권을 장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국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는 김 의장으로서는 최근 당내의 이런 분주한 움직임들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GT-DY' 구도로는 대년 대선에서 희망이 없다라는 회의론마저 굳어지고 있는 상태다. 결국 양 진영의 연대는 필연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김 의장은 이미 대선시즌 이전부터 ‘대권후보보다는 킹메이커’라는 이미지가 굳어져 쉽사리 이를 탈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이같은 분석은 김 의장 체제의 우리당 모습에서도 역력히 드러나고 있다.

김 의장이 자청한 집권여당의 수장이건만 사실상 자신의 의도대로 정국을 이끌어 가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 의장이 최근 정치화두로 내건 ‘뉴딜정책’도 그다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급기야 내년초 정계개편론으로 그나마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정도다. 정가 한 관계자는 “당초 김 의장 중심의 열린우리당은 임시체제에 불과했다”라며 “인물난에 허덕이는 우리당으로서 김 의장 체제는 차선책이 불과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이미 힘 빠진 수장의 모습으로 여당이 정국을 주도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고 이는 당내 급격한 세력분화를 야기 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김 의장이 정 전 장관측과 연대 움직임을 보이면서 내년 초 정계개편을 언급한 것도 장악력 부족에 따른 수순이라는 지적인 셈이다.

‘빅3’에 흔들리는 한나라당 지도부

여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순탄해 보이는 한나라당 역시 지도부가 뚜렷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의 ‘빅3’가 굳건히 버티면서 일찌감치 대선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사상 초유의 지지율을 이어나가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이대로 가면 차기 대권에서의 정권교체는 따 놓은 당상”이라는 인식마저 자연스럽게 나돌 정도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현 정국상황을 놓고 볼 때 한나라당의 가장 큰 적은 여당 후보가 아닌 바로 ‘자만’이라는 내부의 적이다”는 말도 나올 정도다.

하지만 막상 현 지도부의 위상은 대권후보들 만큼 빼어난 장악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는 일찌감치 차기 대권구도가 형성된 만큼 강재섭 대표가 대선주자들에게 가려져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강 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의 대리인’이라는 시각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도 가장 큰 한계로 꼽히고 있다. 한 여당 의원은 “많은 한나라당 의원들도 동의한 이야기”라며 “이재오 최고위원과 홍준표 의원 등 비주류가 친박 성향의 강재섭 지도부를 교체하거나 무력화 하여 내년 대선 경선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도 “지도부가 최근 현안에 대해 정국 주도력을 장악하지 못하고 질질 끌려 다니고 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기도 했다. 홍 의원은 또 “이런 상황이 계속 연출될 경우 야당 지도부의 임기는 의미가 없다”라며 현 지도부의 중간퇴진 요구를 내비치기도 했다.

결국 출발부터 ‘박근혜 전 대표의 대리인’이라는 낙인(?)이 찍힌 한나라당 지도부 역시 확실한 당내 장악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또한 실제 한나라당 비주류들은 지난 19일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을 놓고 열린우리당을 저지하기 위해 국회의장석 점거를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단은 민주, 민노, 국민중심당 등 이른바 ‘소야3당’의 중재안 수용여부를 검토하고 있었다. 하지만 비주류의 목소리에 밀려 결국은 의장석 점거라는 실력행사를 막지 못했던 것.

이를 두고 지도부는 당 안팎으로 비난여론에 시달려야만 했다. 정계개편 논의 불거져 결국 여당이나 야당이나 현 지도부가 과도기적 형태를 띄고 있다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는 곧장 여권의 대권후보 진영간 연대 움직임과 대선후보들의 제각각 정치행보로, 야권 내부의 치열한 신경전과 군소정당과의 연대 같은 형태로 분출되고 있다는 것. 힘없는 여·야 지도부의 정치력은 결국 정가에 대권을 앞둔 대규모 정계개편 논의로 정치권의 화두를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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