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협력을 통한 좋은 일자리 창출을 기치로 하는 노동단체인 ‘뉴라이트 신노동연합’(신노련)이 지난 23일 출범했다. 그러나 정체성이 모호해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뉴라이트 세력의 정치행보가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신노련은 민주노총 초대 사무총장 출신 권용목씨가 상임대표를 맡았고 서울과 부산, 대구 등 전국 23개 시·군에 지역조직 및 전직 노조위원장 등 1천500여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건 전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과 양재헌 전 한전 본사 노조위원장이 공동대표를 맡을 예정이며 정철 전 현대하이스코 노조위원장, 김학두 전 현대중장비 노조위원장, 서중석 전 현대자동차노조 부위원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권씨는 지난 20일 “전반적인 사회문제의 뿌리에는 일자리 부족이라는 세계적인 고민이 자리잡고 있다”며 “기존의 대립 지향적인 노동운동으로는 일자리 창출이 어렵고 노동자들에게도 불평등만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칙만 내세우는 노동운동에 ‘질서있는 퇴각’이 필요한 시점인 만큼 타협이 필요하며, 앞으로 좌?우파 이념을 가리지 않고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자 출신인 권씨는 95년 민주노총 초대 사무총장까지 지냈지만 96년 내부 갈등으로 노동운동을 접었다. 잠시 사업을 하던 그는 2000년 4?13 총선을 앞두고 새천년민주당에 입당, 울산 동구에 출마했으나 무소속 정몽준 후보에게 패했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 유력후보였던 이인제 의원을 지지했다가, 대선 당시에는 역설적이게도 정몽준 후보 진영에서 일했다.
한편 노동계에서는 신노련의 결성에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계모임 수준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분위기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우파를 결집하기 위한 ‘뉴라이트’의 정치적 행보일 가능성이 높으며, 실제 조직규모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노동운동 변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신노련처럼 무조건 일자리만 강조하는 종속적인 논리는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신노련 명단을 보면 90년대 중반 노동운동을 떠나 현장에서 괴리된 이들이 대부분”이라면서 “권대표의 인지도가 있는 울산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현대 계열사 민노총 조합원의 탈퇴를 유도할 가능성이 있으나 파급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신노련’이 제3의 운동세력을 결성하기엔 역부족임이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