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3천억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 공사 무산 위기

지난해 저유가 장기화로 주요 중동 산유국들이 대형공사 발주를 대폭 축소함에 따라 해외건설 수주실적이 282억 달러 규모에 불과, 200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저조한 결과를 남겼다. 그럼에도 해를 넘기기 전 대림산업이 이란에서 대형계약을 따냄으로써 올해에 대한 희망섞인 전망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대림산업이 이란 건설시장에 깃발을 꽂은 뒤 얼마 되지 않아 지난달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미국과 이란 관계가 험악해지는 가운데 사업 추진에 대한 불안감이 확대되는 등 ‘트럼프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다.
◆ 미국-이란 관계 악화일로
지금 미국과 이란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관계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이란과의 핵협상 타결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 후보 시절부터 비판적 시각을 숨기지 않았다. 이란이 이후에도 미사일 개발 등 미국을 자극하는 행보를 견지했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더욱이 대통령 당선 후에도 타결된 이란 핵협상에 대해 “가장 나쁜 계약”이라며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취임 이후 지난달 27일 국제사회를 강타한 반이민 행정명령 대상국에 이란을 포함시켜 이란인의 미국 입국을 잠정 금지시켰다. 이에 이란이 보복 차원에서 이틀 후 중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후 미국 재무부는 이란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13명의 개인과 12개 단체에 대해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특히 트럼프 정부의 외교·안보 진용은 이전 오바마 행정부보다 한층 강경한 이른바 ‘매파’들로 구성돼 있어 앞으로 이란을 향한 압박 수위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 이란 현지 사업 추진에 악영향
문제는 이러한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이란 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참여 등 현지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내 건설업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말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 공사를 단독 수주한 대림산업은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5월 박근혜 대통령 순방 이후 국내 건설업체 가운데 최초로 수주에 성공, 기대감을 높여가는 가운데 닥친 일이어서 그 여파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림산업이 따낸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 공사는 국제사회의 이란 경제제재 해제 이후 글로벌 건설업체 가운데 최초로 수주한 사업이며, 국내 건설사가 이란에서 수주한 공사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이란 이스파한 오일 정유회사(EORC)가 발주했으며, 대림산업은 지난해 12월 29일 공사 낙찰통지서(LOA)를 접수했다.
해당 사업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약 400km에 위치한 이스파한 지역의 정유공장에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위해 추가 설비를 설치하는 프로젝트다. 설계부터 기자재 구매, 시공, 금융조달 업무 전반을 대림산업이 맡아 수행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이제 본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으며, 공사기간은 착공 후 48개월이다.
◆ 미국-이란 간 움직임 예의주시
사실 대림산업은 지난 1962년 우리나라와 수교한 이란에서 해외건설사업을 처음 시작했다. 1975년 5월 이란 이스파한의 군용시설 토목공사로 이란에 진출한 대림산업은 지난 40여 년간 26건, 총 45억5,000만 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행했다. 이는 국내 건설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이란 내 실적이며, 이를 통해 이란의 국영기업, 기업인 및 현지업체들에게 인지도를 향상시켰다.
그러나 미국와 이란의 갈등이 심화됨에 따라 향후 사업 일정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으로 볼 때, 미국이 이란에 대해 다시금 경제제재를 강화할 확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림산업은 이번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 공사사업뿐만 아니라 53억 달러 규모의 이스파한~알와이즈 철도사업과 19억 달러 규모의 박티리아 수력발전소 사업에 가계약을 맺는 등 100억 달러에 육박하는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어 사업 본 계약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대림산업의 한 관계자는 “미국과 이란의 움직임 전반을 시시각각으로 주시하고 있다”며 “현재 추진하고 있는 이란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 공사 등 현지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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