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파우스트”
괴테의 "파우스트"는 단순히 '선'과 '악'의 대립을 묘사한 전형적 구조의 고전작품이 아니라, 현대에 있어서도 그 의미와 상징체계를 원활하게 부여할 수 있는, 인간 정신세계에 관한 풍부하고 자극적인 함유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여러 예술 장르에서 그 사상적 모티브로 삼고 있는 작품이니만치 작품에 대한 접근방식 자체에 다소 경직되어 있어, 지나친 '엄숙주의'로 뒤덮여 있기 일수인데, 이런 육중한 원작에 '노래'를 입혀 흥겹고 리드미컬한 분위기를 가미했던 뮤지컬 버전의 "파우스트"가 2003년 초연됐을 당시, 관객과 평론가들은 모두 입을 모아 이 놀랍도록 대담한 시도와 참신성에 많은 점수를 주었었다.
그리고 올 봄, 뮤지컬 "파우스트"가 한층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다시 한번 국내 무대에 오른다. 원작이 지닌 무게감에 가능한한 손상을 입히지 않으면서도 대중들이 소화해내기 버거운 요소들을 쉽고 흥미롭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즐겁게' 풀어낸 김나영의 극본이 이번 공연에서도 그 독특한 매력을 선사할 예정이며, 초연 당시 20여곡의 성악곡과 10여곡의 안무 음악을 작곡한 김성국이 테크노와 록, 발라드에 이르는 다양한 음악쟝르를 넘나들며 가히 신화적인 '선'과 '악'의 대결을 새롭게 각색해냈다. 그리고 '뮤지컬극'이라는 다소 대중적인 성격에 강한 철학성을 부여하기 위해 투입된 독일문학의 석학 연출가 이재성의 강직한 연출과 국내 최초 프랑스 Jean Francois Duroure 무용단원 출신인 김성한의 안무, 그리고 그 어느 무대극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독창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김영봉의 입체적 무대 디자인이 이번 앵콜 공연에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장소: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일시: 2004.04.27∼05.03)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