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견제 위한 대안은 김무성 뿐…당내 공감대 확산

이처럼 김 의원의 재등판을 간절히 바라는 이유는 무엇이며 또 그의 출마가 대선판도를 바꾸는 데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 ‘샤이 보수층’의 동향이 이번 대선 변수
이번 대선에서 새삼 주목받고 있는 불가측적인 변수는 바로 여론조사에 잘 답변하지 않는 ‘숨어 있는 보수 유권자들’로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대선 지지율이 요동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보수정당들은 이른바 이 ‘샤이 보수층’의 실체와 규모를 확인하려는 데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심판까지 받게 된 상황은 그간 일부 보수 유권자들이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지지 후보를 밝히는 데에 주저하게 만든 바 없지 않은데 최근 촛불집회보다 ‘태극기 집회’가 급격히 세를 불려온 것은 물론 헌재에서 탄핵이 기각될 수도 있다는 ‘탄핵위기론’이 야권에서조차 흘러나오는 등 적잖은 기류 변화에 따라 그간 숨어 있던 ‘샤이 보수층’이 점점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양지로 나서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런 ‘샤이 보수층’의 전면적인 등장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MBN·매일경제의 의뢰로 지난 2월 6일부터 8일까지 3일 동안 전국 15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9일 공개한 2017년 2월 2주차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33.2%로 1위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2위에 15.9%의 지지율을 얻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자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불과 1주 전 동 기관 조사에서 13%의 지지율로 안희정 충남지사가 2위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데에 비추어 볼 때 안 전 지사와 황 대행 간 희비가 엇갈린 데에는 이들 샤이 보수층이 황 대행에 대한 지지 의사를 적극 표출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비단 리얼미터 뿐 아니라 다른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보다 앞서 머니투데이 더리더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2월 4일부터 6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30명을 상대로 조사한 뒤 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문 전 대표가 29%로 1위였으나 황 대행이 19.5%로 2위에 오르며 보수진영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9.5%P차로 선두와의 격차도 점차 좁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불출마로 지지 후보를 잃어버린 보수 유권자를 비롯해 적극적으로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은 샤이 보수층들 상당수가 황 대행으로 결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당장 보수층 표심을 모두 흡수해도 모자랄 바른정당 입장에선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이 높은 황 대행의 이 같은 약진을 불안한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 황 대행의 지지율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데 반해 그보다 먼저 대선후보로 등판했음에도 바른정당 대권주자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의 상승폭은 여전히 미미하다는 데에 더 큰 고민을 안고 있는데, 이와 대조적으로 새누리당은 9일 비대위 회의에서 조기 대선에 대비한 대통령후보자 선출 규정을 담은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하고 강령에서도 보수적 색채를 한층 강화한 데 이어 차주 중엔 대선준비단을 발족시키기로 하는 등 대선체제로 급전환하며 ‘불임정당’ 이미지를 털고 분위기를 띄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黃 대행 상승세에 바른정당 초긴장…‘김무성 등판론’ 부채질

이런 불안감이 결국 당내에서 김무성 의원의 재등판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데, 당초 보수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TK(대구·경북)지역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일단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배신’ 이미지가 씌워짐으로써 창당 주역인 유 의원이 기본적으로 흡수해야 하는 보수 유권자들의 마음을 좀처럼 사로잡지 못하고 있고, 그렇다고 또 다른 대선주자인 남 지사의 경우도 군소후보로 분류할 수 있을 만큼 유 의원보다 지지율이 더 저조한 상황이어서 사실상 당 대선전략이 총체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 뿐 아니라 향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중 만일 문 전 대표로 최종 확정된다면 반 전 총장을 지지하다가 불출마 선언 때문에 안 지사 지지로 입장을 바꿨던 일부 보수 성향 유권자나 충청권 표심이 보수정당 중 문 전 대표의 실질적 대항마가 될 수 있는 보수후보에게로 전략적 투표를 하게 될 공산이 커 바른정당에서 새로운 후보를 내놓지 않는다면 황 대행의 지지율만 계속 상승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황 대행의 출마 여부는 본인이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여전히 안개 속이지만 일부 여론조사에서 20%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이나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두와 오차범위까지 근접할 정도로 격차를 좁힐 경우 대행직을 그만두는 후폭풍을 감수하더라도 출마를 단행할 수도 있다.
그래선지 바른정당에선 출마가 정해지지도 않은 황 대행에 대해 극도의 경계심을 보이며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는데, 지난 7일 이종구 정책위의장이 황 대행을 겨냥해 “새누리, 언론이 조장하는 대권놀음에 빠져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고 비난한 데 이어 구제역 파동이 일어나자 발 빠르게 피해 현장을 방문했던 정병국 대표도 9일 “평상시 같으면 국무총리와 정부관계자들이 사임해야 할 상황”이라며 “위기관리를 해야 할 황 대행이 대권놀음 즐기는 것 아니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심지어 재등판론의 주인공인 김무성 의원 역시 8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국가적 리더십 공백 상태에서 역사적으로 맡은 소명을 내팽개치고 대선전에 뛰어든다는 것은 공직자로서 기본자세가 아니다”라며 “황 권한대행이 국회에 나와 자기 입장을 분명히 밝혀 더 이상 이 문제로 혼란을 줘선 안 된다”고 불출마를 압박할 정도로 황 대행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보수정당으로서 대선 승리의 전제조건인 전통적 보수층의 표심을 흡수하는 데 있어 현재 군소후보 뿐인데다 대선 채비도 늦은 새누리당에 밀리고 있다는 걸 방증하는 셈인데, 이처럼 이번 대선이 단순히 대통령을 선출한다는 걸 떠나 누가 보수적통인지를 보수 유권자들에게 확인받을 수 있는 자리인데다 새누리당이란 기존의 거대 정당과 맞서야 하는 중소 규모의 바른정당으로선 향후 당의 생존가능성과도 직결될 수 있는 중요한 선거라 할 수 있어 결국 모든 카드를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면에서 한때 문 전 대표를 제치고 지지율 1위를 기록했던 김 의원 외엔 바른정당에서 내놓을 만한 비중 있는 대선후보가 없다는 점도 김 의원의 등판 가능성을 한층 높이고 있는데, 김 의원 본인도 8일 기자간담회에서 일단 “그런 결심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현재로선 제 마음이 변화가 없다”고 덧붙여 출마 가능성을 일부 열어놓는 모양새를 취했다.
◆ 金, ‘입장 번복’ 따른 정치적 부담 고심…재등판은 ‘시간문제’
여기서 김 의원이 말한 ‘현재로선’이란 만일 황 대행이 확실하게 대선판에 오르게 된다면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다만 그가 이날 “정치인이 국민 앞에 정치적 결단을 내려서 불출마 선언을 한 상황에서 이것을 번복해 다시 출마하겠다는 얘기는 저로선 참 하기 어려운 것”이라고도 밝힌 바 있어 스스로 출마 의사가 없다기보다는 뚜렷한 상황변화나 명분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이 불출마를 번복하게 되면 상대한테 공격당할 구실만 주게 되거나 발언의 공신력이 떨어지게 된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의원은 과거 자신이 새누리당 대표로 재임하던 시절 당내 친박계와 강하게 충돌했다가도 결국 얼마 넘기지 못하고 타협하거나 발언을 번복함으로써 ‘30시간의 법칙’이란 우스갯소리까지 듣게 된 적이 있어 또 다시 입장을 번복하기엔 신중할 수밖에 없어진데다 이미 지난해엔 대선 불출마를 일찌감치 선언하면서 이전의 총선 불출마 입장은 번복하려 했었던 만큼 이번에 다시 대선 출마로 입장을 선회하게 되면 자연히 총선 불출마를 번복하려 했던 명분이 사라져 버려 스스로 대선 승리 외엔 출구가 없는 배수진을 치게 된다는 점도 또 다른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바른정당 대선후보들의 약세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의 심각성 때문인지 당내에선 김 의원의 등판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결단을 내리는 건 결국 시간문제가 될 것으로 점쳐지는데, 그 중에서도 반 전 총장 영입 문제부터 개혁 방향 등 여러 면에서 유 의원과 이견 차를 보여 온 김무성계 의원들이 이런 분위기를 적극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의원 역시 김 의원 등판 외엔 황 대행을 저지할 만한 별 다른 수가 없다는 현실 때문인지 김 의원이 외견상 ‘출마 결심은 전혀 안하고 있다’고 밝혔던 8일 “본인이 출마를 결심하셨다면 존중하겠다”고 선뜻 김 의원 출마에 대해 미리 수용 의사를 표명했다.
다만 이번 대선에선 보수층 표심의 결집만으로는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워 중도층을 사로잡는 게 승패의 관건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 황 대행의 상승세는 머지않아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김 의원이 지난 8일 국민의당 등과 반패권주의 민주세력의 대선 연대를 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은 더 이상 보수표심에만 연연하지 않고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데 더 방점을 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어 성공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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