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기각설 “재판관 2명 기각으로 심증 굳혔고, 여권이 또 다른 재판관 설득 중”

7일 11차 변론에서 재판부는 피소추자인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측이 신청한 증인이 대거 채택됨으로 마지막 증인신문 일정은 22일이 됐다. 일단 박 대통령측이 계속 시도하고 있는 시간끌기가 일정부분 성공한 것이다.
◆헌재 박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 8명 채택해 탄핵결정 3월로 넘어가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7일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기일에서 "재판관 회의 결과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 17명 가운데 8명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관 회의에서 결정한 이후 변론기일은 9일(12차), 14일(13차), 16일(14차), 20일(15차), 22(16차)일까지 총 5회가 열리게 된다.
헌재가 채택한 증인 중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수석은 이미 한 차례 헌재에 출석, 증언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재소환이 결정됐다. 이 권한대행은 다 사람을 ‘중요한 증인’이라고 설명했지만 석연찮게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이렇게 대규모 증인신청이라는 방법을 통해 신문일정을 계속 지연시키고 있는 박 대통령 대리인측은 또 다른 일정지연의 카드를 가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탄핵심판에 출석하는 방법, 대리인의 사퇴, 후임 재판관임명 요구, 추가 증인신청 등이다.
박 대통령이 최후 변론기일에 출석하겠다고 하면 박 대통령 측과 헌재가 일정을 조율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도 시간이 지연될 수 있다. 국회 소추위원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 대통령이)준비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면서 지체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면서 “만약 박 대통령이 나온다고 한다면 재판부에서도 이를 무시하기는 굉장히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측 대리인이 사퇴한다면 대리인을 재 선임해야하는 문제에서부터 논란이 있다. 하지만 후임 대리인단이 선임된다면, 대리인측이 준비 등의 이유를 들어 기일의 연기를 요청할 것이고, 이를 묵살하기도 어렵다.
후임 재판관임명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만일 추천과 임명 절차에 들어간다면 인사청문회 등 거쳐야하는 과정 때문에 2개월여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고, 그 과정 역시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야권에서 추천 후보의 인사청문회 통과를 지켜보고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야권에서는 “추천해봐야 통가가 안 될 테니 아예 추천하지 말라”는 식의 경고를 보낸바 있다.
헌재가 받아들일지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추가 증인이 채택될 경우에는 변론기일이 인원수에 따라 다르지만 1~2회 정도 더 잡히게 된다.
박 대통령측은 실현 가능성 여부와 무관하게 이렇게 일정지연의 다양한 수를 가지고 있으며, 이번의 추가증인 채택이 그 수의 관철의 출발점이 되지않을까하는 데서 우려를 사고 있다.
◆탄핵일정 지연에 더해진 ‘탄핵기각설’ 이정미 재판관 퇴임 후로 미뤄지면 위험
일정이 늦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는 만약 탄핵심판이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이후까지 미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7인의 재판관으로 탄핵심판 결정을 내리게 되는데 재판관 가운데 2명만 인용에 반대해도 탄핵심판 청구는 기각된다. 그리고 또 재판관 중 한명이라도 심리를 거부하면 정족수 부족으로 탄핵심판 결정이 불가능해지게 된다.
일정연기에 대한 우려와 불안에 더해 최근에는 ‘탄핵기각설’이 법조계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탄핵기각설의 내용은 “보수 성향의 재판관 두 명이 기각으로 심증을 굳혔고, 여권에서 기각 결정을 이끌어 내기 위해 최근 또 다른 재판관까지 설득하고 있다”는 것으로 “기각 심증을 굳혔거나 기각 쪽으로 돌아섰다는 재판관이 4명에 이른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기각설에 등장하는 재판관들은 ‘탄핵을 결정할 정도로 실체 규명이 되지 않았다’는 논리를 펼칠 것이고 이정미 권한대행 퇴임하면 탄핵에 찬성하는 재판관이 5명 이하가 돼 기각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도 이런 기각설을 주장하고 있는데, 그가 고정출연하는 팥캐스트 방송 ‘민정당’에서 현재 8명의 재판관 중 탄핵 찬성 5명, 반대 2명, 결정보류 1명이라고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야3당 탄핵공조 복원 ‘헌재의 이정미 재판관 임기 이전 탄핵심판 인용’ 합의
헌재의 추가증인 채택으로 심판일정이 연기된데다, 항간의 기각설까지 더해 정치권에서는 걱정과 견제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이들은 “사상 유래 없는 국정농단으로 인한 탄핵심판이 늦어지면서 국민의 걱정과 불안이 커지고 있다”면서 “박 대통령은 그동안 공정한 심판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 헌재의 정상적인 탄핵심판을 무력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지금 대한민국을 정상화할 막중한 책임이 헌재에 있다”면서 “헌재는 이정미 재판관 임기 이전에 탄핵심판을 인용해야한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 회동에서 추미애 대표는 “헌재 역시 주권자인 국민의 민심에 어긋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헌재를 압박하면서 “다시 한 번 헌재의 조기심판, 특검 기간연장을 위해 야3당이 힘을 모으겠다. 민주당은 대보름 촛불과 함께 촛불민심이 하나도 흔들리지 않았음을 박 대통령과 그 호위세력들에게 분명히 경고하겠다”고 촛불집회 등의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박지원 대표도 "탄핵은 인용돼야 하고, 특검의 수사기간은 연장돼야 한다"며 "국민 10명 중 8명이 대통령 탄핵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헌재는 박 대통령 측의 꼼수에 넘어가지 말고 국민이 원하는대로 탄핵안을 인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심상정 대표는 “박한철 소장은 '이정미 재판관 퇴임 전까지 심리를 마치지 않으면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지 않았느냐”며 “야3당의 탄핵공조를 시급하게 복원해야 한다. 바른정당까지 함께 모두 힘을 합해 탄핵안이 인용될 때까지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핵위기론에 대선주자들 긴장...‘대선시계’ 멈추고 ‘탄핵시계’ 다시 돌아
대선주자들 역시 ‘탄핵위기론’으로 헌재를 압박하면서, 국민들에게 탄핵인용 전까지는 긴장을 늦추지 말자며 촛불집회 등의 행동에 동참을 요청했다. 대선분위기도 주춤할 수밖에 없게 됐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7일 대전 방문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2월 말 3월 초’ 탄핵 결정이 불투명하다”며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거부하더니 지금은 특검 수사도 거부하고 탄핵 절차를 지연시키기 위해 갖은 수단을 다 쓰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또 “지금 우리가 대선 정국을 말하기에는 좀 이르게 된 것이 아닌가”라며 “정치권은 좀 더 탄핵 정국에 집중하고 또 촛불 시민도 촛불을 더 높이 들어서 탄핵이 반드시 관철되도록 함께 힘을 모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날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득권 세력이 복귀를 노린다”며 “시간을 끌지 말고 조속히 2월 안으로 탄핵 결정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 시장은 “지금 황교안 국무총리나 새누리당의 태도, 거리의 여러 상황을 보면 기득권 국정 농단 세력의 복귀 시도가 현실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국민이 잠시 현장을 떠나고 정치권이 관심을 버린 사이, 기득권이 다시 복귀를 노리고 있는 것”이라고 긴장의 끈을 놓지 말 것을 정치권과 국민에게 요청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페이스북에 ‘탄핵시계는 절대 멈춰서는 안 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헌재는 무제한 증인 신청으로 탄핵 일정을 늦추려는 박 대통령 측의 꼼수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면서 “박 대통령은 시간 끌기 전술 등 탄핵 기각을 위한 어떠한 시도도 촛불 민심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잊지 마셔야 한다”고 헌재를 압박했다.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은 "탄핵결정이 자꾸 늦어지고 있다. 탄핵 결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면서도 "그렇지만 국민은 불안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온갖 음모론이 난무해서 나라 전체가 뒤숭숭하다. 박근혜 정권의 패권적이고 몰염치한 그간의 행태를 감안하면 그럴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에게 경고한다. 나라를 결딴낸 책임을 회피하려고 국민을 또다시 분열시키지 말고 순순히 탄핵 심판에 임하는 것이 대통령이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리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대통령을 겨냥했다.
탄핵일정 지연에 따라 탄핵 위기설, 탄핵 기각설까지 이어지고 정치권의 긴장이 높아졌지만, 당장할 수 있는 것은 광장을 택하는 것이다.
추미애 대표는 9일 오후 페이스북에 “우리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조기인용과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 및 기간연장을 강력하게 촉구해나갈 것”이라며 “11일 전국과 지역별로 대보름 촛불을 밝히도록 하자. 입춘대길이 아니라, 탄핵해야만 대길이 열린다는 탄핵대길이다. 다시 한 번 나라의 명운을 촛불을 들고 밝히는 길에 한 분도 빠짐없이 단일대오를 이뤄주시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잘 돌아가던 ‘대권시계’가 잠시 멈추고 ‘탄핵시계’가 숨 가쁘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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