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버벌 씨어터'로 지켜보는 사랑의 문제
'넌버벌 씨어터'로 지켜보는 사랑의 문제
  • 이문원
  • 승인 2004.04.10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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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So Love.. 사랑, 그 가려움에 대하여”
모든 예술 장르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단점이자 한계라고 하던가. 현재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예술쟝르인 영화는 바로 그 비쥬얼적 집중성 탓에 '상상력을 제한하는' 역기능을 불러 일으키고 있고, 언어로서 형상과 감정, 사상을 전달하는 문학은 결국 '언어'라는 틀에 갇혀 더 뻗어나가지 못하는 것이 사실. 그렇가면 '대사'에 크게 의존하고, '대사'로서 인물과 상황, 사상을 표현하는 연극 장르는? 단연코, '대사' 그 자체에 모든 딜레마가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03년, "보고싶습니다"로 대학로에 '파란'을 불러일으킨 극단 '화살표'의 "So Love.. 사랑, 그 가려움에 대하여"는 이런 '대사의존형' 연극 형태에 반기를 들고, 전혀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오직 의성어와 의태어 등의 대안적 언어만을 차용한 '넌버벌 씨어터'를 표방하고 나선 작품이다. 어찌보면 '판토마임' 장르의 형식을 빌린 것은 아닌가 의구심이 드는 이 형식은, 뚜렷한 스토리라인과 성격묘사, 주제에 대해 점진적으로 접근해내는 '극예술 형식'의 가장 근원적인 요소를 관통함으로써 동작성의 미학을 추구하는 '판토마임'의 세계와는 궤를 달리하고 있는 것. 바로, 극단 '화살표'만이 표현하고 있는 신종 장르라 보아도 과언이 아닐텐데, 이런 독창적인 형식을 통해 "So Love.. 사랑, 그 가려움에 대하여"는 한심스럽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상에 '사랑'이라는 감정적 개념이 개입되면서 삶의 모든 요소가 '비일상'으로 치닫게 된다는, '사랑의 공식'과도 같은 과정을 섬세하고 재치있게 묘사하고 있다. 비록 아직까지 보다 고차적이고 복합적인 주제를 표현해내기엔 역부족으로 보이는 형식을 택하고 있지만, 적어도 이번 공연에서 '화살표'가 가볍고 단조로운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을지언정 분명 '새로운 도전'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만은 주목을 받아야 할 것이며, 고정 형식 속에서 흥미유발 요소만을 끼워넣어 재생산해내는 많은 '불성실한 대중극'들에 경종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장소: 대학로 강강술래 소극장, 일시: 2004.04.15∼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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