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에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보수진영 측이 큰 타격을 입게 된 점도 있지만 그간 보수정당의 대표를 자처해 온 자유한국당(구 새누리당)이 계파갈등을 빚은 끝에 분당 사태까지 맞게 되는 등 끊임없이 계속되어 온 ‘보수의 분열’ 또한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 더불어민주당이 현 정권의 실책에 대한 반사효과 만으로도 집권을 노릴 수 있을 정도로 정권교체를 자신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보수층을 대변하겠다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이 같은 위기에 맞서 똘똘 뭉치기보다 아직도 부차적인 적통 경쟁에만 매몰된 채 각을 세우고 있어 답답하기 그지없다.
그간 쌓인 앙금이 어떻든지 간에 일단 자유한국당도 바른정당을 또 다른 보수정당으로서 분명히 인정하고 함께 연대해나가자는 대범한 자세를 보여야 하고 바른정당 역시 한국당의 잘못에 대해 끝까지 힐난하기보다 화합하는 자세를 보이는 편이 보수는 물론 중도 성향 유권자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책일 텐데 서로가 서로를 흠집 내는 데에만 혈안이 되고 정작 상대해야 할 거대 야당 후보들에게는 각개 대응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여전히 현재의 대선구도에 어떤 변화도 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한국당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불출마로 돌연 바른정당의 대선 전망이 막막해진 것을 호기로 여겨 한층 몰아붙이고 있고, 바른정당에선 당장 범보수 연대 뿐 아니라 뭐든지 해도 모자랄 판에 지도부는 물론 남경필 지사 같은 일부 대선주자까지 ‘대의명분’만 앞세워 한국당과의 연대를 일축하고 있어 보수진영의 ‘판 뒤집기’ 가능성은 더욱 요원해지고 있다.
아직 두 정당이 진정 보수정당임을 자처하고 있다면 모두 보수 유권자들의 지지를 뿌리로 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일단 서로에게 향했던 화살을 이제는 거두고 보수진영의 위기를 발판으로 집권을 꿈꾸고 있는 야권을 향해 한 목소리로 대항해 나가야 하는 게 아닐지 생각해 본다.
특히 친박 패권에 맞서 분당까지 감행한 바른정당에 당부하자면 친문이 장악하고 있는 또 다른 패권 정당의 집권, 그것도 보수진영도 아닌 이들의 집권 가능성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위기상황을 앞두고 있다면 이제 자존심을 떠나 ‘반패권’을 기치로 내건 정당인 만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를 저지해야 할 사명이 있는 게 아닌지 지금이라도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아울러 보수진영의 어떤 대선후보든지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자신의 선명성을 부각시키는 데에만 지나치게 집중해 오히려 야권의 집권만 수월하게 만들어 버리는 우를 더 이상 범하지 말고 대국적 차원에서 ‘분열’보다는 ‘화합’에 방점을 두며 건전한 대결을 벌이는 참된 보수다운 모습을 보여준다면 지금의 혼란이 종식되길 바라는 적잖은 중도층의 표심까지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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