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대전공장 근로자 돌연사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근로자 돌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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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집단 산재사망’ 논란 작업장
▲ 그동안 유독성 화학물질에 따른 것으로 추측되는 산업재해로 많은 사망자와 질환자가 발생했던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의 한 근로자가 수면 중 사망한 채 발견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한국타이어
[시사포커스 / 박현 기자] 그동안 유독성 화학물질에 따른 것으로 추측되는 산업재해로 많은 사망자와 질환자가 발생했던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의 한 근로자가 수면 중 사망한 채 발견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정련 sub 1팀 직원 이모씨(50)는 지난 12일 새벽 대전시 대덕구 덕암동 부근 식당에서 숨이 멎은 채 지인들에게 발견됐다. 이에 신고를 받고 도착한 119구급대원이 이씨를 심정지상태로 인식, 심폐소생술을 가하며 인근 을지병원으로 옮겼으나 결국 이송 후 사망판정을 받았다.
 
앞서 11일 오전 6시 근무에 배치된 이씨는 오후 2시경 근무를 마친 후 지인들과 덕암동 인근에서 모임을 갖고 술에 취한 후 수면에 들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한국타이어에서 생산직 근로자로 오랜 기간 근무한 이씨의 사망원인이 유독성 물질이 빈번히 발생하는 작업장의 열악한 근로환경과 깊은 연관이 있는지 주목되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지속적으로 산업재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한국타이어 근로자들의 연이은 사망사건도 이러한 여건 아래 일어나 문제시됐기 때문이다
 
◆ 타이어 생산공정 중 유해물질 발생 논란
한국타이어 정규직원으로 23년가량 근속한 이씨는 천연·합성고무, 철, 보강재 등 원·부재료에 여러 화학약품을 투입해 배합고무를 생산하는 정련공정의 설비 가동을 담당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어 원료를 고열로 혼합하는 정련공정에서는 고무흄, 다핵방향족탄화수소 등 증기와 미세분진이 발생하며 부타디엔, 스티렌과 같은 잔유물도 남는다. 정련공정의 재료인 카본블랙을 비롯해 이들 물질은 발암 원인 등 유해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이와 관련해 한국타이어 각 공장의 근로환경과 작업 중 발생하는 유해물질에 대한 문제가 시민·노동단체 등을 중심으로 적시되는 가운데 근로자들이 암 등 각종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매우 높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지난 2007년부터 한국타이어 근로자 사망사고는 논란이 이어져왔다. 2006~2007년 사이 한 해 동안 근로자 15명이 돌연사, 암 질환 등으로 사망하며 ‘집단 산재사망’ 논란이 불거졌다. 이번 사망근로자가 근무한 대전공장이 바로 그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작업장이다.
 
또한 2015년부터 한국타이어 금산공장에서도 원인불명의 환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환자 관리는 물론 정확한 규모 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회사 측과 지자체 및 지방노동청도 뚜렷한 예방대책이나 사후처리,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근로자와 환자의 증언이 잇따랐다.
 
◆ 2008년 역학조사 한계 지적
2008년 한국타이어에 대한 대규모 역학조사 보고서가 발표됐다. 1996년 이후 2007년 9월말까지 근무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금산공장, 중앙연구소 전․현직 근로자와 16개 협력업체 근로자 등 총 7,140명을 대상으로 했다. 특히 사업장의 생산현황, 작업환경 유해요인, 근로자의 건강실태 및 작업특성, 업무와 건강의 관련성 등에 대해 약 4개월간 조사한 결과물이었다.

그 결과 고열과 과로가 돌연사 및 심장질환 유발 요인으로 꼽혔지만, 작업 중의 유기용제 등 영향은 밝혀내지 못했다. 당시 역학조사 자문위원회 유족 측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두 의사는 한국타이어 측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종훈 의원실(무소속)이 고용노동부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암, 순환기질환 등으로 최소 36명의 한국타이어 근로자가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1996년부터 2007년까지 사망자수 93명을 더하면 지난 20여년간 129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한 것이다. 더구나 기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망건수를 고려하면, 실제로는 그 이상으로 추정이 가능하다.
 
한국타이어 측은 이번 근로자 사망사건과 관련해 “현재로서는 정확한 사인 규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2008년 역학조사 결과 당시 근로자 사망·질환과 근로환경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으며, 일부 유해 화학물질도 법적 기준치 이하로 발생한 것이 밝혀졌다”며 “그동안 근로자 작업환경은 지속적으로 개선되어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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