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교육감 파격정책, ‘꿈의 대학’ 순항할까
이재정 교육감 파격정책, ‘꿈의 대학’ 순항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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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간적인 ‘야자’에서 학생들 해방시키겠다”, 수도권 대학 대거 참여
▲ ‘야자 폐지’는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지난해 6월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정책 중 하나다. '0교시 폐지'를 전국 최초로 시행하며 학생들의 등교시간을 9시로 늦춘데 이어진 파격정책이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 시사포커스 / 고승은 기자 ] ‘야자 폐지’는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지난해 6월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정책 중 하나다. '0교시 폐지'를 전국 최초로 시행하며 학생들의 등교시간을 9시로 늦춘데 이어진 파격정책이다.
 
이재정 교육감은 당시 간담회에서 “2017년부터 야자에서 학생들을 해방시키겠다”며 “지난 수십년 간 지속돼온 입시위주, 성적위주, 성과위주의 경쟁적 교육이 ‘야자’라는 이름의 비인간적, 비교육적인 제도를 만들었고 이제 더이상 학생들을 야자라는 틀 속에 가두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그러면서 학생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게 하여 야자를 대체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한 바 있다. 방과후 오후 7시에서 9시까지 인근 대학에 가서 각종 학문을 배울 수 있도록 ‘예비대학 교육과정’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꿈의 대학’ 정책이다.
 
◆ “교육감 정책 위해 석식 중단?” 도의회 비판
 
이같은 ‘꿈의 대학’ 정책을 위해서인지 경기교육청은 지난달 19일 도내 고교 470곳에 공문을 보내 학교급식 운영원칙 준수 여부와 급식조리원 정·현원 현황을 해당 교육지원청에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저녁까지 식재료를 보관하다보면 식중독 등 각종 사고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만큼 점심만 급식을 제공하고 석식은 중단하라고 제안했다.
 
이같이 공문을 보낸 이후, 경기도 내 학교들은 석식 폐지로 가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12일 경기교육청이 작성한 '2017년 3월 공립고교 석식 실시 여부' 자료에 따르면 저녁 급식을 제공할 예정인 학교는 전체 공립고교 333곳 중 72곳(22%)에 불과했다. 지난해 3월 280곳(84%)가 석식을 제공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폭 줄어든 셈이다. 석식을 하지 않겠다는 학교는 작년 53교(16%)에서 올해 238교(71%)로 4배 이상 폭증했다.
 
이같은 경기교육청의 정책에 경기도의회 여야 의원들은 비판을 쏟았다. 석식 강제 중단이며 ‘야자 폐지’ 후속정책이라는 것이다. 이 교육감의 ‘꿈의 대학’ 정책 실현을 위해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부일보>에 따르면, 지난 15일 도교육청의 업무보고에서 안승남 시의원(더불어민주당 소속)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급식의 안전문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왔는데 올해 갑자기 고등학교만을 상대로 급식 운영 원칙을 내려보낸 것은 야간자율학습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된 거 아니냐”며 “교육감이 야자 대신 추진하려는 ‘꿈의 대학’과 연동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방성환 시의원(자유한국당 소속)도 “교육청이 일선에 공문을 전달하면서 석식을 하지 않겠다는 고교가 기존 대폭 늘었다. 말로는 학교장과 학교운영위원회의 자율적인 판단으로 정하라고 했지만, 사실상 강제 조치”라며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3월달까지 다시 조치하라”라고 지적했다.
 
이에 도교육청 이진규 행정국장은 공문을 내려보낸 데 대해선 “위생 안전뿐만 아니라 급식실 종사자들의 근로 문제도 많았다. 이런 잘못된 관행을 그냥 둘 수 없어 나섰다”라고 반박했다. 또 “꿈의 대학으로 야자 참여 학생이 줄어 석식 제공 문제를 연동해 협의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야자와 석식은 별개다. 결과적으로 연결이 된 것”이라고 답했다.
 
◆ 진행될 ‘꿈의 대학’, 어떤 모습일까
 
시의회의 비판에도 이 교육감은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지난해 6월 이후로 석식폐지문제도 논의했고, 학교 안에서나 공론하고 대비해달라는 부탁도 한 바 있다. 그 이후에도 교장협의회를 지난해 37번을 했다. 고등학교 교감 전체를 모아 4그룹으로 나눠서 집중적으로 토론했다. 31개 시군의 학부모들을 만나서도 설명을 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6월에 한 얘기가 올해 2월이나 돼서야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요란해진 것”이라며 “기본적인 제 입장은 고등학교 급식문제는 학부모들의 부담이기 때문에 학부모 결정이 중요하다. 다만 저는 (석식 제공이)교육적으로 옳지 않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교육감은 적극 추진 중인 ‘경기 꿈의 대학’을 오는 4월 10일부터 개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꿈의 대학에는 수도권 85개 대학(4년제 56교, 전문대 29교)가 참여하고, 1천150개 강좌를 마련한다. 내달 9~21일(1차), 내달 25~29일(2차) 수강신청을 받는다.
▲ ‘경기 꿈의 대학’은 오는 4월 10일 개강예정이다. ‘꿈의 대학’에는 수도권 85개 대학(4년제 56교, 전문대 29교)가 참여하고 1천150개 강좌를 마련한다. ⓒ 경기도교육청 페이스북
강좌는 인문사회 분야, 자연공학 분야, 예체능 분야로 나뉜다. 교육청이 소개한 주요 강좌의 제목으로는 <영국에 영어는 없었다. 영어와 프랑스어의 언어전쟁>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고려이야기:10가지 주제로 알아보는 고려의 역사와 문화> <항공기 모델 제작 실습을 통해 비행 원리이해> <음식에 숨어 있는 과학 원리와 인문학 상식> <모네의 정원에서 배우는 식물탐구 및 디자인> <영화 등 미디어콘텐츠를 통해 본 컬러의 상징석 분석> 등이다.
 
학생들은 평일 오후 7~9시 2학점 기준으로 한 학기에 10회 수강을 하게 된다. 무료수강을 원칙으로 하나, 실험실습비의 경우는 개인이 부담할 수 있다.
 
이재정 교육감이 ‘9시 등교’에 이어 시행하는 파격적인 ‘꿈의 대학’ 정책, 호평을 받고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 아니면 혹평을 받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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