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7천5백억 정부 지원 ‘설왕설래’
현대상선, 7천5백억 정부 지원 ‘설왕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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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시장 상황과 업체 자구 노력 및 실적 개선 감안 지적
▲ 정부는 국내 해운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설립한 선박은행 ‘한국선박해양’을 통해 올해 현대상선 유동성 확보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박현 기자] 정부는 국내 해운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설립한 선박은행 ‘한국선박해양’을 통해 올해 현대상선 유동성 확보 지원에 나선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쏟아붓기식 지원이 아닌, 해운시장의 전반적인 상황과 현대상선의 자구 노력 및 실적 개선 여부를 자세히 살펴가며 분별력 있게 시책을 펴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

국내 해운업계의 한 축이었던 한진해운의 파산이 사실상 결정됨에 따라 현대상선은 올해 글로벌 해운업체들과의 경쟁 속에서 유일한 국적선사로서 해운업계를 이끌어야 할 입장이다. 정부에서도 이를 중시해 한진해운의 자산을 현대상선이 인수하도록 한 뒤 세계 5위의 해운업체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현대상선에 대한 지원 역시 이러한 정부 당국의 의중에 따른 것이란 해석이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전 세계 해운업계의 장기불황 여파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글로벌 해운업체들 간의 인수․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 경쟁 또한 이어질 것으로 보여 그에 걸맞는 대책과 지원책을 펼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이어지는 정부 지원 속 우려도
15일 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선박해양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24척의 컨테이너선 중 10척의 컨테이너선을 매입한 후 해운업 시황을 고려해 용선료를 조정, 현대상선에 재임대(세일앤리스백)하기로 잠정합의했다. 장부가보다 적은 시가 7,500억원은 영구채 6,000억원, 유상증자 1,500억원 등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정부의 현대상선 지원은 벌써 3번째다. 지난해 8월 현대상선은 최대 주주인 한국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농협은행, 국민은행, 한국증권금융을 대상으로 2,000억원 규모의 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3,000억원을 지원했으며, 현대상선은 이를 자산인수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한국선박해양의 지원이 이행되면, 현대상선은 2년간 정부로부터 모두 1조2,5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은 셈이 된다.

앞서 정부는 한진해운이 자금 지원을 요청하자 소유주가 있는 오너기업이며, 지원 시 해외 금융의 빚을 갚는 데 사용될 것이라는 이유로 지원을 거절한 사례와는 사뭇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지난해 현대상선은 매출 4조5,646억원, 영업손실 8,334억원을 기록했다. 적자폭은 2015년 2,535억원보다 무려 3배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부채비율은 출자전환 등 채무재조정으로 줄어들었지만, 적자는 2011년 이후 6년째 이어진 상태다.

특히, 올해도 글로벌 해운업계에 공급과잉이 예상됨에 따라 현대상선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보다 현실적으로는 올해 영업손실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 글로벌 해운업계 상황 주시 필요
지난해부터 글로벌 해운업계는 상위업체들을 중심으로 규모 확장 경쟁이 진행 중이다. 올해만 해도 초대형 인수합병(M&A) 3건이 예정돼 있다. 독일 하팍로이드(세계 6위·이하 선복량 기준)는 아랍에미리트해운(UASC·세계 10위)을, 덴마크 머스크(세계 1위)는 독일 함부르크수드(세계 7위)를 각각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일본 3대 해운사인 MOL, NYK, K라인도 올해 컨테이너부문을 합병할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해운업계 재편 작업이 이처럼 한창인 가운데 현대상선은 글로벌 1위 해운동맹인 2M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선대 확장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 향후 3년간 주력 노선인 아시아-미주 노선에서 선복량을 늘리지 못한다. 아시아·유럽 등 이외 지역에서는 선대를 확장할 수 있지만, 선박을 늘릴 정도로 물동량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러한 국제적인 해운업계 환경의 변화 속에 현대상선에 대한 정부 지원 역시 이에 걸맞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동성 확보를 명분으로 단기간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하기보다는 중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보다 짜임새 있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해운업계에서 현대상선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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