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인상은 사회적 합의과정 거쳐야”
“등록금 인상은 사회적 합의과정 거쳐야”
  • 윤여진
  • 승인 2006.09.2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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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 정봉주 열린우리당 의원
아직도 3, 4월이면 등록금 투쟁은 대학교 총학생회의 ‘달력사업’ 목록에서 빠질 줄 모른다. 이에 정봉주 열린우리당 의원이 대학의 일방적인 등록금 인상에 제동을 걸었다. 정 의원은 이번 정기국회 때 대학등록금의 인상을 제한하는 ‘고등고육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한국외국어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진보언론 월간 ‘말’의 기자 출신으로만 알려진 그의 경력을 볼 때 한국교육 전반을 뒤흔드는 법안을 발의하는 모습은 어딘가 낯설다. “계류 중인 개혁법안의 전향적인 처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당선소감을 밝히던 정 의원이 도대체 언제부터 교육에 대해 관심이 있었을까. 그러나 “음지에서 일하지만 양지를 지향하려 했다”며 정 의원이 말문을 열었다. 음지는 ‘사교육’이고 양지는 ‘공교육’을 비유하는 말이다. “처음에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느라 음지에서 일했지만, ‘공교육을 살려야 한다’는 신념은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과연 정 의원은 낮에는 꽃병을 던지고 밤에는 학원을 다니면서 터득한 영어 실력으로, 운동권 후배 5, 6명과 함께 1990년대말 외대어학원을 설립했다. 2004년 총선 출마 직전 사업을 정리하고 정치에 뛰어들기 전까지 8년여간 운영한 교육 베테랑이었다. 국회에서도 교육위에서 상임위 활동을 하고 있다. 사설학원 경영 8년차의 ‘교육통’ ‘등록금인상제한’ 법안의 골자를 한 번 들여다보자. 학교의 설립·경영자가 수업료와 기타 납부금을 직전 3개년 평균 물가상승률 대비 1.5배 인상하면, 그 사유를 교육부총리에게 제출하고, 교육부총리는 교수·학생·학부모·학교법인 관계자·졸업생 등으로 구성된 조정심의위원회를 조직하여 대학이 제출한 등록금 인상 사유서를 심사하게 했다. 그렇다면 우리 대학들이 갑작스런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정 의원은 대학들이 쌓아놓은 거액의 ‘적립금’에서 해결책을 찾는다. “그동안 대학들은 등록금 인상이라는 손쉬운 방법으로만 재정을 확보해왔다”며 “기형적 재정구조를 버리고 기업의 기부금이나 수익 사업 개발 같은 다양한 자구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대학들의 총 누적적립금은 5조 3천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경향신문’ 5월 2일자에 따르면, 이화여대가 5739억원·홍익대가 2920억원·연세대가 1684억원을 그저 쌓아두고만 있다. 본래대로라면 학생들의 장학금이나 교수·대학원생들의 연구비, 실험실습비, 도서관의 장서 구입비로 재투자되어야 했을 돈이다. 쓸 돈은 쓰지 않으면서도 등록금은 해마다 오른다. 올해 등록금 평균 인상률은 6.5%에 달한다. 왜 그럴까. 적립금을 더 많이 쌓아두어 자산을 늘리기 위한 것이다. 정 의원은 “매년 3월이 되면 이른바 ‘개나리 투쟁’으로 실질적으로 학생들은 한 달간 수업을 제대로 못한다. 이게 국가적으로 얼마나 큰 비용 손실인지 생각해보라”로 덧붙인다. 정 의원의 ‘고등교육법’으로 등록금 수입이 줄어들어도 대학교육의 질은 얼마든지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알았다. 그래도 대학들의 저항은 만만찮을 듯하다. 3일 정 의원이 개정안 발의 의사를 밝힌 이후 아직 각 대학들의 구체적인 행동은 없지만,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핑계를 댈 것은 뻔해 보인다. 161개 사립대학 가운데 올해 등록금을 5.4% 이상 올린 대학은 102개에 이른다. ‘쪽수’도 만만치 않다. “대학 교육이 필수품으로 인식되는 현실이다. 비합리적이고 과도한 등록금 인상은 더는 방치할 수 없다”고 정 의원은 단언한다. 정 의원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등록금 문제를 포함한 대학 자율권을 결정하는 이사회에 학생들이 20% 이상 참여한다. 미국에도 등록금 인상률이 물가인상률의 2배를 넘으면, 연방 교육부장관에게 이를 보고하고 특별대책반을 꾸려 대학 운영 전반을 감사하는 ‘대학접근기회법’이 있다. 일본에서는 문부과학성령으로 등록금 인상을 제한한다. 우리만 없다. 말하자면 감당할 수 없는 높은 등록금은 교육 기회의 균등한 보장을 심각하게 저해하기 때문에, 등록금 인상은 대학 자율에 맡길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말이 나온 김에 다른 교육 현안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정 의원은 교육 개혁에 관해 “장관이 바뀔 때마다 전임자의 교육 정책이 난도질되는 세태가 문제다. 공교육이 건강해지려면 대입제도부터 바꿔야 된다. 서울대가 통합교과형 논술을 보겠다 말이 많은데, 논술은 공교육 과정에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결국 사교육을 키우자는 얘기다. 서울대가 공교육 문제를 고민해봤다는 말 들어본 적이 있는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대로 그 말은 김신일 교육부총리 후보자의 소신과 상반된다. 안 그래도 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를 불허하는 3불정책을 반대하고 사학법 재개정에 긍정적인 김신일 후보자가 참여정부의 코드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김 내정자가 선정되는 과정에서 당내 교육위 소속 의원들과의 협의가 전혀 없었다. 특히 사학법은 입법부가 개정한 법안을 행정부가 왈가왈부하는 건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 의원은 한때 김 내정자의 선정을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지막으로 사학법 재개정에 관해서는 “개정 사학법을 받아들이는 사립학교들이 늘어나고 있다. 개방형 이사제는 절대 손대지 않겠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참여정부 교육 개혁의 선봉장 교육 정책에 대해 열 명의 사람에게 물어보면 열 개의 정책이 나온다고 할 정도로 어려운 분야다. 대입제도·대학등록금·공교육 양성화·사학법 등 교육 전반에 걸쳐 과감하고 혁신적인 개혁안을 내놓고 이를 끈기 있게 추진하는 정봉주 의원이 교육 개혁이 서민들에게 교육의 균등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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