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용주사’ 이어 올해 느닷없는 구제역 ‘물백신’ 불똥

녹십자는 지난해 국내 전 사업 부문의 고른 성장을 바탕으로 매출 1조1,979억원을 달성,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하며 2년 연속 ’1조 클럽‘ 등재의 위상을 과시했다. 그럼에도 최근 악재성 이슈에 연이어 상호가 거론되면서 기업 브랜드에 손상을 입지는 않을지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 지난해 청와대 ‘미용주사’로 거론
녹십자는 지난해 하반기 ‘최순실 게이트’ 파장이 확산되는 가운데 일부 사안에 사명이 언급되며 뜻하지 않은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우선 의료법인 녹십자의료재단이 운영하는 건강관리병원 ‘녹십자 아이메드’의 김상만 원장이 최순실·최순득 자매 이름으로 주사제를 대리 처방한 정황이 드러나 지난해 11월 사표를 제출했다. 앞서 김 원장은 2013년 박 대통령 자문의로 위촉된 바 있어 일각에서 특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한,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는 2014년 3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2,000만원 상당의 녹십자 의약품 10종을 31차례 걸쳐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태반주사’, ‘마늘주사’, ‘감초주사’ 등 각종 미용주사제가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 녹십자에도 초점이 집중됐다.
이와 관련해 녹십자 관계자는 “당시 청와대로 들어간 의약품은 본사가 직접 판매한 품목이 아니라 도매상을 통해 공급됐다”며 “당시 2,000만원 상당의 품목 가운데 약 130만원가량을 제외한 대부분이 독감백신 및 파스 등 일반의약품이며, 미용주사는 일부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 올해 구제역 ‘물백신’ 오인… 비슷한 상호·CI 때문
올초 조류인플루엔자(AI)가 가까스로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그 뒤를 이어 최근 구제역이 확산되며 전국이 홍역을 앓고 있다. 당국의 역학조사에도 좀처럼 감염 원인과 전파 경로가 파악되지 않는 가운데 특히 접종 백신의 효과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백신 접종으로 항체형성률이 높은 농장에서까지 구제역이 속출하자 백신 효능에 대한 의구심이 강하게 증폭되며 ‘물백신’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그 와중에 이번 ‘물백신’과 연관이 없는 녹십자에 불똥이 튀었다. 현재 축산농가에서 사용하고 있는 구제역 백신은 국내 동물용 의약품 제조사인 녹십자수의약품주식회사, 고려비앤피, 대성미생물연구소, 중앙백신, 코미팜 등 5개 업체에서 공급하고 있다. 문제는 이중 ‘녹십자수의약품주식회사’가 녹십자 계열사라는 일반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데 있다.
사실 녹십자수의약품주식회사는 녹십자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업체로, 가축용 백신을 만드는 동물의약품 전문 제조사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녹십자의 계열사, 자회사 및 관계사도 아닌 데다 인맥 및 지분 관계도 전혀 연관이 없다.
단지 이 회사가 ‘녹십자’라는 상호를 사용하고 있는 배경은 40여년 전의 상황과 관련이 있다. 녹십자의 전신인 ‘수도미생물약품판매주식회사’가 1969년 당시 동물의약품 연구를 위해 사내 수의약품부를 신설했다. 그러나 1971년 ‘녹십자’로 사명을 변경한 뒤 이듬해 인체용 백신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수의약품부 매각을 결정, 1973년에 ‘녹십자수의약품’이라는 독자 제약사로 새롭게 출발했다. 그 과정에서 녹십자수의약품이 '녹십자'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별다른 문제 제기가 없었다. 이후 이 회사는 지금까지 가축용 백신과 치료제, 가축 배합사료 등을 생산․판매하며 해당 분야의 중소 제약사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럼에도 현재 녹십자와 녹십자수의약품주식회사의 상호와 CI(Corporate Identity)가 매우 흡사해 소비자들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녹십자수의약품주식회사의 구제역 백신 제품 용기 표면에 기재된 초록색 십자 모양의 로고가 녹십자와 큰 차이가 없다. 로고 옆의 사명 또한 녹십자와 글씨체가 똑같은 데다 색채도 비슷해 얼핏 보면 마치 녹십자 계열사에서 만든 백신인 것처럼 오인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녹십자 관계자는 “아마도 1973년 당시 양측의 사업 분야가 판이하게 달라 문제삼지 않았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이어 “간혹 항의전화가 걸려 오긴 하지만, 회사 측에서 찬찬히 설명을 하면 대체로 수긍한다”며 “이 문제로 회사가 특별히 심각한 피해를 입지는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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