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헌재사찰 의혹’에 벼르는 야권, 국조·특검·해체법까지
국정원 ‘헌재사찰 의혹’에 벼르는 야권, 국조·특검·해체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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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의 탄핵선고 며칠 전에 불거진 사건...정치권·사법부에 미칠 파장 커
▲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사찰 의혹이 알려지자 휴일의 정치권은 들끓었다. 4일 오후 SBS ‘8시 뉴스’는 “국정원 4급 간부 A씨가 헌재와 법조 관계자들을 만나 탄핵에 대한 재판관들의 견해를 파악하고 인용과 기각 여부를 추정해 상부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하자 일요일인 5일부터 야권은 국정원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사찰 의혹이 알려지자 휴일의 정치권은 들끓었다. 4일 오후 SBS ‘8시 뉴스’는 “국정원 4급 간부 A씨가 헌재와 법조 관계자들을 만나 탄핵에 대한 재판관들의 견해를 파악하고 인용과 기각 여부를 추정해 상부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하자 일요일인 5일부터 야권은 국정원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5일 브리핑에서 “국가정보원이 올해 초부터 헌법재판소를 불법 사찰했다는 의혹이 한 언론을 통해 제기됐다”며 “그것도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지인인 국정원 고위 간부가 직접 지시한 일이라니, 청와대가 국정원을 사주해 헌재의 탄핵심판 동향을 살핀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야4당, 일요일에 일제히 성명전으로 국정원 비판, 대책강구
박 대변인은 “국정원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에도 댓글 공작을 통해 국민 여론을 왜곡한 전과가 있다”며 “지난해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사찰 의혹이 제기된 바도 있다. 그런데 이제 헌재까지 사찰의 마수를 뻗쳐,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마저 공작의 대상으로 삼겠단 말인가?”라고 개탄했다.
 
▲ 국정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각 정당의 회의가 열리는 6일, 국정원에 대한 야권의 비판은 더욱 거세졌고 정보위 소집을 한 목소리로 요구했다. 사진 / 고경수 기자
박 대변인은 “국정원이 대통령의 사설 심부름센터가 되어 헌재를 사찰한 것이 사실이라면, 헌법이 정한 민주주의 기본원칙인 삼권분립을 무너뜨리려는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원의 헌재 불법사찰 의혹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진상규명에 즉각 착수할 것임을 분명히 천명한다”고 밝혔다.
 
장정숙 국민의당 원내대변인도 5일 브리핑에서 “국정원의 불법사찰이 사실이라면 대한민국의 법과 질서를 무참히 짓밟은 ‘국가 파괴’ 사건”이라며 “국정원은 더 이상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정부기관일 수 없다. 국정농단 세력의 사설 흥신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장 대변인은 “국정원의 헌법재판관 사찰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며,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며 “국민의당은 국정원의 ‘국가파괴’ 사건에 청와대 개입은 없었는지 배후세력을 철저히 규명하고,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특검 도입 등 모든 방안을 강구하여 진상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오신환 바른정당 대변인은 5일 논평에서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은 근절되어야 한다”며 “바른정당은 관련 사안을 다루기 위한 국회 정보위원회 소집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오 대변인은 “정보위에서 관련 사안을 우선해서 다루고, 필요하다면 국회 국정조사는 물론 검찰 수사를 통해서라도 명명백백히 진실이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도 5일 “검찰은 국정원의 이번 헌재 불법사찰에 대해 즉각 수사해야 한다”며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인 삼권분립마저 부정하고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국정원을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대변인은 “정의당은 국정원을 해외정보원으로 변경하고 국내정치 개입 금지, 정치적 중립성과 인권존중, 통신제한조치시 국회보고, 감사원의 감사 등을 담은 국정원 개혁안을 제시한 바 있다”며 “이제 정치권에서도 국정원 개혁에 대해 의중을 모아야 할 것”이락 촉구했다.
 
 
◆국정원 부인...자유당 “한마디로 ‘카더라 통신’, ‘가짜뉴스’에 불과하다”
야당의 대변인이 일제히 국정원을 비판하는 브리핑과 논평을 쏟아 냈으나, 여당인 자유한국당의 방어는 무기력했다.
 
정준길 자유당 대변인은 5일 브리핑에서 “한마디로 ‘카더라 통신’, ‘가짜뉴스’에 불과하다”고 일축하면서 “국가정보원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언론중재위 제소 등을 통해 강력 대응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정 대병인은 “문재인 전 대표와 민주당 등은 대선 정국에 이용해 나라야 어찌됐건 정권만 잡으면 된다는 정치적 욕심으로 의혹만을 부풀리고 있다”며 “더이상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라면’이라는 전제 위에 ‘추측과 음모를 더한 거짓의 모래탑’이 대한민국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정원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사실무근’이라고 보도내용을 부인했다. 국정원은 5일 “익명의 전직 국정원 직원 주장이라며 보도한 기사는 단 하나의 증거, 증언도 없고 국정원이 어떤 방법을 통해 무슨 활동을 했다는 것인지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며 “특히 국정원이 SBS의 사전 취재대응에 '허위사실'이라고 확인했고, 헌재도 '불가능하다'고 취재진에 언급한 유언비어 수준의 내용을 무책임하게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국정원은 또 “이는 정치적으로 예민한 시기에 오직 국가안보 수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국정원 직원들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며 “언론중재위 제소 등 강력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야4당, 정보위 소집·국정조사·특검·국정원법 개정 등 강경입장
국정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각 정당의 회의가 열리는 6일, 국정원에 대한 야권의 비판은 더욱 거세졌고 정보위 소집을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 여야는 6일 정보위 간사회동에서 이병호 국정원장을 7일 열리는 정보위에 출석시키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해 4월 정보위원들과 대화하는 이병호 국정원장. 사진 / 시사포커스 DB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오전 국회에서 “누구의 지시로 무엇을 사찰하고 누구에게 보고했는지 국회 정보위원회를 열어 의혹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국정원도 언론의 정당한 의혹 제기를 폄하하면 안 된다. 떳떳하면 정보위 소집에 응해야 한다. 국정원법 개정으로 정치 개입 공소시효가 10년인 것을 상기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춘천시의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국정농단에 버금가는 국기문란 행위”라며 “더욱더 충격적인 건 헌법재판소 불법사찰을 지시한 간부가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친분이 두터운 사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정권교체를 해야 할 명백한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됐다”며 “정보위 소집을 요구하겠다. 그래서 진상규명에 나설 거고, 검찰은 즉시 수사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검찰 수사를 요구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만일 국가정보원이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사찰한 혐의가 드러난다면 여기에 대해 당장 국정조사하고 특별감사해서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한다”며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이정미 정의당 부대표는 상무회의에서 “국정원 해체만이 답이다. 정권을 교체해서 국정원장을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미 정의당이 지난 2013년 국정원을 해외정보원으로 개편하고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국가정보원 해체법’을 제출했습다”며 관련법 개정을 촉구했다.
 
 
◆자유당 “민주당이 SBS에 계속 흘린다” 민주당 “들은 게 많다...2차장이 해명해야”
자유한국당은 방어에 나섰지만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는 수준의 궁색한 논리였고, 북한 미사일 발사 등 중요한 현안이 있어 정보위 소집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완영 자유당 간사가 불참한 가운데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이태규 국민의당, 주호영 바른정당 간사와 자유당 소속의 이철우 정보위원장은 6일 오전 회동을 갖고, 7일 이병호 국정원장을 출석시켜 북한 미사일 문제와 함께 헌재 사찰 의혹에 대한 보고를 받기로 했다.
 
이철우 위원장은 여전히 ‘사찰은 불가능하다’는 자유당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간사 회동 후 기자들에게 “국정원에서는 사실무근이라고 발표했다. 나한테도 사찰을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면서 “내 생각에도 사찰은 말이 안 된다. 헌재가 굉장히 긴박하게 돌아가니까, 사찰은 있을 수 없다”고 단정했다. 이 위원장은 “전직 국정원 직원이 문재인 캠프에 들어가서 자료를 발설했고 민주당 측에서는 SBS에 계속 흘린다는 얘기가 있다”며 “사실관계를 파악해봐야 한다”고 보도과정에 대한 의구심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단단히 벼르고 있음을 보여줬다. 우 원내대표는 오후에 기자간담회를 열고 “통상적인 국정원 정보수집 차원을 아니라 문제 제기를 한 것”이라며 “국정원이 어물쩍 넘어가면 그냥 안 넘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정원이 사실무근이라고 하고 있지만 통상적으로 국정원이 정부기관에 조정관을 파견해서 정보 수집을 해온 것은 오랜 관행”이라면서 “(헌재에) 4급 같은 고위직이 가서 정보 수집한 적은 없다. 그런데 올해 1월에 갑자기 4급으로 교체했다. 그래야할 이유가 있냐”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우 원내대표는 “(헌재에 파견된 조정관은) 법조계에 발이 넓은 놀라운 정보력을 가진 분이다. 저와 대학 동문이다. 정상적이지 않다”며 “4급이면 헌재라는 작은 기관을 담당할 레벨이 아니다. 이분을 파견한 것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인맥인 최윤수 2차장이다. 아무 사찰 안 했다고 말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상적인 국정원 조정관의 정보 수집 차원이면 민주당이 문제제기 안한다”라며 “최윤수 2차장은 해명해야 한다. 밝힐 책임은 국정원에 있다. 저도 정보위원이라 들은 것이 많다"고 말해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국정원의 사찰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제기됐던 청와대의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부 사찰 의혹에 이어 이번에는 헌재로 주요 사법기관이 다 대상이 된 것이 문제다. 사찰 자체도 문제지만 사법부가 대상이 된다는 것은 3권 분립의 기본을 흔드는 것은 물론이고 사법부의 독립성을 해쳐 판결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를 며칠 앞두고 사건이 불거짐에 따라 정치권에 미칠 파장과 강도가 적지 않을 것이다. 야당은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기세다. 정보위 소집에서 시작되겠지만, 국정조사, 특검 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사실 확인’과 ‘국정원 개혁’이 가능할지 주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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