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여야 상반된 반응 내놔…朴 대통령 측도 반발

무엇보다 특검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를 눈앞에 둔 시점에 수사 결과 발표를 단행했다는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 측 변호인들은 물론 집권여당까지 이에 우려를 표하고 있어 향후 헌재의 탄핵심판 결과가 인용으로 나온다면 이번 특검 수사 발표의 영향을 구실로 삼으며 또 다른 논쟁을 이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특검, 박 대통령을 ‘최순실 공모자’로 명시
90일동안 수사해온 특검팀이 6일 발표한 최종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일단 박 대통령에 대해선 최순실과 공모관계였던 것으로 분명하게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경 검찰에선 박 대통령에 대해 직권남용과 강요, 강요미수, 공무상 비밀누설 등 8개 혐의를 적용해 특검으로 바통을 넘겼다면 특검은 여기에 3건의 직권남용을 비롯해 의료법 위반, 뇌물 수수 등 5개 혐의를 추가했으며 그 중에서도 뇌물수수와 KEB하나은행 관련 직권남용 2개 혐의에 대해선 박 대통령을 공모자로 포함해 재판에 넘겼다.
특히 좀처럼 증명하기 어려운 ‘제3자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될 수 있을지 여부로 주목받았던 삼성과 박 대통령 간 관계에 대해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정부부처를 움직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성사시키게 하는 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도왔다고 보고 최순실 씨와 함께 공모자로 명시했다.
또 김영재 원장 외에도 주사 아줌마 등을 불러 이른바 비선진료를 박 대통령이 지속해왔다는 점에서 의료법 위반 혐의까지 적용한 것은 물론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관련 직권남용과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운영 관련 직권남용, KEB하나은행 인사에 최씨 측근인 이상화씨가 승진할 수 있도록 압박·강요한 직권남용 등 3건의 직권남용 혐의도 확실하게 적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영수 특별검사는 6일 그동안의 수사에 대해 “한정된 수사 기간과 주요 수사 대상의 비협조 등으로 특검 수사가 절반에 그쳤다”며 아쉽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는데, 앞서 청와대 경내 압수수색이 거부된 부분이나 박근혜 대통령과의 대면조사가 무산된 점 등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특검팀은 이날 박 특검의 최종수사결과 발표 뒤 지난 수사기간 동안 느꼈던 여러 문제점을 토로하는 자리에서도 ‘청와대 압수수색 불승인 처분의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각하한 부분을 꼬집어 “입법적으로 형사소송법 관련 규정을 정비해 불승인에 관해 사법 판단을 구하는 절차를 마련하거나 불승인 거부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힐 정도로 청와대 압수수색이 무산된 데 대한 아쉬움을 강하게 내비치기도 했다.
다만 박 특검은 활동이 종료된 지 일주일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야 수사결과 발표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선 “알다시피 특검 수사기간 연장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1차 수사기간 만료일 하루 전에 (특검 연장) 불승인이 결정됐다”며 “이재용, 최순실 등에 대한 기소절차를 마무리하고 검찰에 이관해야 하는 기록 대조 등 업무량이 과다해 수사기간 만료일에 맞춰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고 해명했다.
결국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특검 연장 여부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내놓지 않은 채 마지막까지 끌어왔던 탓이라는 설명인데,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특검팀은 수사기간 연장 문제와 관련해서도 “수사기간 연장 여부도 특검 임명권자에 맡길 게 아니라 특검이 스스로 판단해 결정하게 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할 만큼 수사기간 부족에 대한 불만을 거듭 피력했다.
하지만 이 같은 특검 발표 내용에 대해 박 대통령 대리인단 측은 즉각 반격에 나선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이들은 같은 날 입장자료를 통해 “부자지간에도 인정하지 않는 경제적 공동체 개념을 대통령과 최순실에 적용했다”며 핵심 쟁점인 ‘최씨와의 공모 관계’를 전면 부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대리인단은 문제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형법에서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부정한 청탁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대통령 측은 2015년 7월 25일 이 부회장과 면담 때 이 부회장으로부터 ‘삼성물산과 제일보직의 합병에 헤지펀드 엘리엇의 반대가 심하다’는 내용을 들은 사실이 전혀 없다”며 특검 측 발표 내용을 일일이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들 대리인단은 박 대통령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에게 미르나 K스포츠 등의 재단 설립을 지시한 것은 물론 최순실에게 재단 운영을 지시하거나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없으며 재단과 관련해서도 박 대통령이 재산상 이득을 취한 점 또한 전혀 없으므로 특검이 대통령을 최 씨와 함께 재단의 공동운영자로 묶은 건 추측과 상상에 기반한 무리수였다고 주장했다.
이 뿐 아니라 대리인단은 특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 시점에 수사결과 발표를 하게 된 점을 재차 문제 삼으며 “역대 특검과 달리 발표 시기를 최대한 늦춰 대통령 탄핵심판에 영향을 미치려 하는 것”이라고 특검을 몰아세우기도 했다.
반면 특검 측에선 대통령 대리인단 측이 이런 공세를 하리라고 일찌감치 예상해 이날 수사 결과 발표 때에도 17분간 짧게 사건 발표만 한 뒤 질의응답은 받지도 않은 채 마무리 지었는데, 이규철 특검보는 이렇게 질의응답도 받지 않은 이유에 대해 “탄핵이나 주변 상황 등으로 (정치적) 오해를 부를 소지가 있어 최대한 간략히 한 것”이라고 명확하게 강조하기까지 했다.
◆ 정치권, 특검 발표 놓고 입장차 뚜렷

이처럼 대통령 변호인단 측과 특검 측 주장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정치권 역시 비슷한 양상을 띠었는데, 일단 집권여당인 자유한국당은 특검 수사 발표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반면 야4당은 박영수 특검팀에 한 목소리로 호평을 보내 대조를 이뤘다.
먼저 김성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특검의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전혀 새로울 게 없는 내용”이라며 “편향된 여론에 편승한 특검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고 한껏 날을 세웠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대변인은 재차 특검을 겨냥 “혐의 입증보다는 언론플레이를 통한 여론형성에 더 힘썼다”면서 “헌재의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발표한 건 헌재 판결에 영향을 미치려는 건 아닌지 의문”이라고 대통령 변호인단 측과 동일한 논리의 공세를 펼쳤다.
아울러 그는 특검이 향후 수사기간 연장에 대해선 특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한 점을 들어 “특검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겠다는 초법적이고 특권적인 발상”이라며 “특검에 이은 검찰의 수사는 한 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공명정대하게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이와 달리 야권은 특검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반응 일색인데,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아예 “헌재의 대통령 탄핵심판에 특검의 수사성과가 올바르게 반영되길 기대한다”며 특검 수사결과가 헌재의 심판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을 바라는 기대까지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반대로 고 대변인은 특검 수사를 이어받을 검찰을 향해선 “특검이 하지 못했던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과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즉각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며 “검찰이 남은 과제들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한다면 검찰에 대한 국민적 회의와 불신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라고 압박수위를 높였다.
또 다른 야당인 국민의당에서도 장진영 대변인이 같은 날 논평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운영 관련해 박 대통령과 최순실이 사실상 공동운영했다고 밝힌 부분이나 문체부 블랙리스트 사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정유라의 이대 입학 부정 문제 등을 특검이 짧은 기간동안 모두 파헤친 것만 해도 박수 받을 일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만 특검이 해내지 못한 우병우 민정수석 비리 등 몇몇 사안에 대해선 검찰이 엄정하게 수사해 실추된 명예를 회복해야 하고 법원도 소임을 다해야 한다고 역설해 특검 수사가 마무리된 자체만으로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의혹들까지 덮고 가선 안 된다는 점을 확실하게 못박았다.
끝으로 보수정당이면서도 자유한국당과 대척점에 서 있는 바른정당 역시 다른 야당들처럼 특검의 수사결과에 대해 “오늘 특검이 발표한 최종 수사결과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저지른 범죄들의 진상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며 박 대통령 측을 압박한 것은 물론 검찰을 향해서도 “특검 수사보다 조금이라도 미진하거나 은폐하려는 낌새가 보인다면 국민들이 결코 용납하지 않으리라는 점을 검찰은 명심하길 바란다”고 경고해 이전과 같은 ‘보여주기식’ 수사 행태는 간과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렇듯 여야 간 분명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제 박 대통령을 압박할 열쇠는 고스란히 특검의 뒤를 이을 검찰이 쥐게 되었는데,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가 초읽기에 들어간 만큼 검찰 수사 역시 선고 결과에 따라 적잖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여 과연 어떤 결과를 내놓을 것인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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