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파 감독들의 전성시대
‘카메오’란 저명한 인사나 인기 배우가 극중 예기치 않은 순간에 등장하여 아주 짧게 하는 연기나 역할을 말한다. 낯익은 인사들의 카메오 출연은 보는 이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데 30초가량 딱 한 장면에 나왔더라도 그 기억은 오랫동안 남는다.
최근 배우 못지않은 연기력으로 영화 속 깜짝 등장해 숨은 보석 같은 즐거움을 주는 ‘연기파’ 감독들의 카메오 출연이 늘고 있다. 장진, 류승완, 최동훈, 김지운, 임필성 등 한국 영화계 스타급 감독들이 바로 그 주인공! 영화에서 이들의 등장은 관객의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톡톡히 하며 영화 속 또 다른 재미가 되고 있다.
최근 충무로에는 연출이면 연출, 연기면 연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멀티파 감독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영화 속 이들의 예상치 못한 등장은 관객들에게 화제를 불러모으며 색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는 것!
1230만 관객 돌파라는 한국영화 신기록을 세운 영화 '괴물'에서 박남일(박해일 分)을 사무실로 데려와 형사들에게 넘기려 한 이동통신사 직원을 기억하는가. “카드 빚이 6천이야” 이 한마디로 대한민국 모든 샐러리맨의 속을 헤집은 그가 바로 영화 '남극일기'의 임필성 감독이다.
'짝패'의 연출과 주연을 동시에 맡았던 류승완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에서 중국집 배달원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친절한 금자씨'에서 지나가는 행인 역을 맡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지운 감독 또한 자신이 연출한 '달콤한 인생' 도입부에서 이병헌이 에스프레소를 마시기 전 커피 잔을 젓는 장면의 손을 대역하며 ‘카메오 출연 감독’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올 추석 개봉예정인 '타짜'의 최동훈 감독은 그의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에서 서점 손님 중 한 명으로 등장하며 이미 연기 신고식을 치뤘다. 이준익 감독 역시 추석 개봉작 '라디오 스타'에 직접 출연해 영화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러한 감독들의 카메오 출연은 2006년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으로 그 주인공은 바로 '거룩한 계보'로 돌아온 충무로 최고의 이야기꾼 장진 감독과 한국영화 기록을 다시 쓰고 있는 '괴물'의 봉준호 감독! 장진 감독은 그의 신작 '거룩한 계보'에서 극 중, 김주중(정준호 分)을 노리는 자객으로 출연해 정준호와의 짧지만 굵은 연기대결을 펼쳤다. 봉준호 감독은 '괴물'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 임필성 감독에 대한 고마움으로 '멋진 신세계'의 카메오 출연을 자처했다고 한다.
'킬러들의 수다'에서의 살인 의뢰인, '아는 여자'의 취조 형사, '박수칠 때 떠나라'의 조사원 목소리 출연까지 자신의 영화마다 매번 깜짝 출연하여 관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던 장진 감독이 이번 '거룩한 계보'에서는 ‘자객’으로 전격 분했다.
현장에서 장진 감독은 정준호가 타고 있는 차를 들이받는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스턴트 액션연기까지도 단 한번의 NG없이 끝내 그간 쌓아온 연기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개성적인 캐릭터들과 위트감 넘치는 대사가 돋보이는 장진 감독 영화를 기다려 온 관객들에게 이번 카메오 출연은 놓칠 수 없는 재미가 될 것이다.
2006년 장진 감독 드림 프로젝트 '거룩한 계보'는 관객들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과 유쾌한 웃음을 동시에 선사하며, 오는 10월 19일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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