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전격 배치되며 대선판 안보 이슈로 급부상

특히 이전까지는 후폭풍을 우려해 사드 배치에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았던 반면 이미 중국의 보복조치가 현실화된 시점에 들어서선 이제 와 돌이키기도 어려워진데다 정부 역시 오히려 배치를 가속화하면서 대선주자들 역시 기존의 입장만 고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렇게 바뀐 상황에 따른 여론 동향의 변화를 우선 파악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그간 사드 배치에 반대 혹은 신중론을 견지해오는 목소리가 높았던 야권에선 최근 들어 보다 명확해진 중국의 경제적 보복 조치가 도리어 우리 국민에 반감을 불러일으켜 보수진영의 사드 찬성 주장에 거꾸로 힘을 실어주는 게 아닌지 우려하는 반면 보수정당에선 기존의 사드 배치 주장에 더욱 열을 올리며 이를 대선판을 뒤집을 기회로까지 여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사드 배치라는 안보 사안이 조기 대선을 앞두고 현재의 대선구도를 요동치게 할 정치 이슈로까지 작용하게 될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선두주자 문재인, ‘전략적 모호성’ 고수할까?
현재 대선주자들 중 장기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선 경쟁이 본격화된 이후론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줄곧 분명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아왔다.
향후 어떤 방향으로 변화될 것인지 예측하기 쉽지 않은 만큼 일단 선두주자란 위치를 수성하는 데 집중해야 하는 문 전 대표로선 주요 이슈에 대해 섣불리 단언했다가 맞게 될 후폭풍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일찌감치 민감한 안보 사안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가는 스스로 외연 확장성에 한계를 규정하는 셈이 되기도 하고 보수정당 측에서 다시금 자신을 향해 ‘안보 검증’ 공세를 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문 전 대표는 사드 관련 논란과 같은 유동적이고 예측이 어려운 민감한 안보 이슈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이란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일단 유보적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그는 지난 6일 민주당 경선 토론회 당시 자신에게 사드 관련 입장 표명을 촉구하는 이재명 성남시장을 향해 이 표현으로 맞대응한 바 있다.
문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사드 배치 자체는 득실이 있는 문제”라며 “외교 문제이기 때문에 오히려 전략적 모호성을 필요한 순간까지 유지할 필요도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었는데, 그 자체로는 일개 무기체계지만 안보 차원에서의 접근보다는 주변국과의 관계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일단 외교적 사안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또 중국과 러시아가 즉각 반응할 정도로 사드 배치는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만큼 오히려 빠르게 추진하기보다는, 미국의 요청이 있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경우에 한해 자신의 집권 이후에나 배치할 수 있게 될 정도로 최대한 천천히 도입하게끔 가급적 ‘현상 유지’ 쪽에 방점을 뒀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문 전 대표가 대북·안보정책에 있어 보수진영과 색을 달리 하다 보니 그의 지지층 중에도 자연스럽게 사드 반대 입장을 가진 계층이 상당수일 수밖에 없어 다분히 ‘집토끼’까지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확장성의 한계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위주자들은 좀처럼 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으려는 이 같은 문 전 대표의 행태를 꼬집어 여야를 막론하고 집요하게 공격에 나서고 있는데, 6일 민주당 경선 토론회에서 같은 당 대선후보인 안희정 충남지사는 “전략적 모호함이란 표현도 사실상 애매한 태도”라며 문 전 대표를 몰아붙였고, 또 다른 후보인 이재명 성남시장도 “어려운 현실이라고 외면하고 피한다고 해서는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제는 전략적 모호성으로 일관하기엔 문 전 대표가 원한 현상 유지 국면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는 것인데, 정도가 지나칠 정도로 중국의 보복수위는 갈수록 높아지는 데 반해 정부는 논란을 조속히 매듭짓고자 거꾸로 사드 배치를 조기에 마무리 지으려 하면서 이 문제를 차기 정부로 미루자던 문 전 대표가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 보수진영, ‘호기 만난 듯’ 일제 공세…野도 한 목소리 반격
하지만 보수진영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모두 이런 상황을 기회로 보고 문 전 대표를 한껏 몰아붙이고 있는데,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7일 한 목소리로 북한 미사일 도발은 비판하면서도 정작 이에 맞설 실효적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사드 외에 대안이 있느냐고 문 전 대표를 거세게 몰아세웠다.
이 뿐 아니라 국회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바른정당 소속의 김영우 의원까지 7일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를 겨냥 “복안이 있다고 차기 정부로 맡겨달라고 하면 한국이 얼마나 중국에게 우습게 보이겠냐. 이런 상황에선 중국과의 여러 협상을 위해서라도 빨리 배치하는 게 훨씬 유리해 진다”며 “아주 답답한 일”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여기에 7일 사드 체계 일부가 전날 밤 미군 수송기를 통해 이미 국내로 들어왔다는 소식까지 전해져 차기 정부에서 뒤집을 여지조차 크게 줄어들면서 보수진영은 사드 문제를 차기 정부로 미루겠다는 문 전 대표를 궁지로 몰아넣을 호기로 보고 이를 구실로 집중공격을 퍼부었다.
반면 야권에선 대선 전 사드 배치가 완료될 경우 보수진영의 의도대로 안보정책이 흘러가게 되고 모든 야권 후보들의 사드 관련 공약이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 보니 더는 문 전 대표만의 문제가 아니게 되면서 문 전 대표는 물론 심지어 국민의당까지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사드 배치 움직임에 대해 분명히 우려를 드러냈다.

일단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던 문 전 대표도 7일 사드 체계 일부가 벌써 들어오는 등 배치작업이 서둘러 진행되고 있는데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는데, 이날 경제현안점검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 정부가 무리하게 강행해서 속도를 내려고 하는 건 참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다음 정부의 외교적 운신 폭을 아주 좁혀서 우리 안보에도 그렇고 우리 경제를 비롯한 국익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일부 부품이 들어왔을지언정 배치 완료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는데 “아마도 다음 정부 출범 전에 다 마차기는 어렵지 않을까”라며 “다음 정부로 (사드 문제를) 넘겨주면 긴밀한 한미 협의, 한중 협의를 통해 안보와 우리 국익을 함께 지켜내는 그런 합리적 결정을 충분히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아예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이재명 성남시장은 물론이고 심지어 사드 합의는 이미 끝난 사안인 만큼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안희정 지사까지도 대선 전 사드 배치가 이뤄지려는 움직임에 대해선 문 전 대표와 같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안 지사 측 캠프의 박수현 대변인은 7일 주한미군이 사드 배치 작업에 착수한 것과 관련 “사드 배치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더라도 속도전을 치르듯 밀어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며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에서도 이런 비판 기조는 분명하게 나타났는데, 국민의당 대선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7일 사드 배치 움직임과 관련해 “처음에 ‘사드 배치는 모른다’, ‘협의가 없었다’고 했다가 별안간 배치가 합의되지 않았나. 이게 내외적 혼란을 가져왔는데 바로 또 사드 일부가 들어왔다”며 “정부에서 상당히 빨리 진척하고 있는데 이해당사자인 국민과 국회와 좀 더 긴밀한 협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범여권에선 당장 대선 전 사드 배치를 끝내야 한다는 주장으로 맞불을 놓고 있어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안보 사안이 대선과 결부된 정치사안으로 변질되어가는 상황에서 군 당국은 이날 “북핵 미사일 위협 고도화와 가속화 측면에서 우리 대응도 조속히 할 필요가 있다는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범여권에서 촉구하듯 대선 전 혹은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 전 배치 판단을 고려했는지에 대해선 “전혀 고려한 것 없다”고 일축해 향후 이 문제가 안보가 아닌 정치사안으로 완전히 고착될지 여부는 순전히 정치권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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