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적 우위… 다국적제약사 품목 판권 획득 영향

양사가 치열한 공방을 펼친 끝에 결국 종근당이 승리를 거두었다. 대웅제약이 갖고 있었던 주요 품목들의 판권을 획득하면서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종근당은 제약사 매출 5위에 오른 가운데 향후 ‘1조 클럽’을 향한 발걸음을 크게 옮겼다.
반면 대웅제약은 지난해 주력 품목을 종근당에 빼앗긴 가운데 매출액이 다소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하락해 업계 6위를 기록했다. 다만, 수출 규모가 크게 성장해 ‘권토중래’를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종근당, 6개 품목 판권 획득으로 매출 급상승
종근당은 지난해 주요 제약사 가운데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증가폭이 가장 컸다. 이는 매출액 8,320억원, 영업이익은 61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0.4%, 43.4%나 급증하는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s Surprise)를 달성한 데 따른다.
이러한 실적 급등은 대웅제약이 갖고 있었던 다국적제약사 품목에 대한 판권을 지난해 종근당이 획득한 데 따른 영향이 컸다는 평가다. 종근당은 대웅제약의 주력 품목이었던 뇌기능 개선제 ‘글리아티린’과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 ‘자누메트’, ‘자누메트XR’, 고지혈증 치료제 ‘바이토린’, ‘아토젯’ 등 모두 6개 품목의 판권을 가져왔다.
특히 이탈리아 제약사 ‘이탈파마코’가 개발한 글리아티린은 대웅제약에서 2000년부터 15년 동안 연간 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우수 품목이었다. 이와 함께 미국 제약사 ‘머크(MSD)’의 당뇨병 치료제 3개 품목과 고지혈증 치료제 2개 품목을 더하면 연간 2,000억원 규모의 매출이 대웅제약에서 종근당으로 이동한 셈이다.
게다가 자체 개발 신약인 당뇨병 치료제 ‘듀비에’와 고혈압 치료제 ‘텔미누보’ 등의 매출 규모도 100억원을 초과하며 지난해 실적에 보탬이 됐다. 더욱이 ‘자누비아’, ‘자누메트’, ‘자누메트XR’와 ‘듀비에’는 상호 시너지효과를 내는 가운데 종근당의 당뇨병치료제 파이프라인 확대에 기여했다.
종근당은 지난해의 대폭적인 실적 상승을 바탕으로 올해는 연구․개발(R&D) 비중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약 200억원을 늘려 전체 매출의 14%에 달하는 1,200억원을 R&D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신약 개발 전문가로 업계에 정평이 난 녹십자홀딩스의 이병건(61) 대표를 영입, 현재 진행하고 있는 다수의 신약 개발 임상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관측된다.
◆ 대웅제약, 업계 6위로 내려 앉아… 수출은 청신호
반면 대웅제약은 지난해 매출 7,940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0.81% 감소한 실적을 나타냈다. 영업이익은 354억원을 기록해 전년과 비교해 무려 35.7%나 줄어들었다. 업계 매출 순위도 전년보다 한 단계 아래인 6위로 내려 앉았다.
이는 그동안 보유하고 있었던 뇌기능 개선제 ‘글리아티린’과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 ‘자누메트’, ‘자누메트XR’, 고지혈증 치료제 ‘바이토린’, ‘아토젯’ 등 다국적제약사 6개 품목의 판권을 종근당에 빼앗긴 데 따른다는 분석이다. 또한, 위궤양 치료제 '알비스'의 특허 만료로 복제약이 쏟아지면서 처방액이 약 13% 감소한 사실도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대웅제약은 예상되는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고지혈증 치료제 ‘크레스토’와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와 같은 신규 품목을 도입했으며, 경구용 항응고제 ‘릭시아나’와 인후염 치료제 ‘모겐쿨’ 등 신제품을 발매했다. 또한, 2014년 국내 출시되며 회사 차원에서 기대를 모아온 보툴리눔톡신 제제 ‘나보타’도 내세웠다. 하지만, 판권 회수로 인한 공백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다만, 수출은 대체로 양호하다. 지난해 대웅제약의 수출액은 전년 대비 40% 가까이 성장한 1,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무엇보다 ‘우루사’, ‘나보타’ 등 주요 전문의약품의 비중이 상당하다. 향후 일반의약품은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원료의약품은 일본으로 수출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또한, 올해부터 중국 요녕 대웅제약에서 완제품 생산을 계획하고 있는 것도 수출 활성화에 청신호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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