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동제약, 매출 1조 달성에도 “제약사 맞나?”
광동제약, 매출 1조 달성에도 “제약사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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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 비중 지나치게 높아… 의약품 매출 2천억 불과
▲ 광동제약은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기며 ‘1조 클럽’에 가입하는 성과를 올렸음에도, 의약품 매출 비중이 20%도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나 제약사라는 정체성에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 박현 기자
[시사포커스 / 박현 기자] 광동제약(대표이사 부회장 최성원)은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기며 새롭게 ‘1조 클럽’에 가입하는 성과를 올렸음에도, 의약품 매출 비중이 20%도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나 제약사라는 정체성에 논란이 일고 있다.
 
광동제약은 지난해 1조564억원의 매출을 달성, 전년 대비 10.6% 증가를 기록했다. 다만, 영업이익 444억원, 순이익은 279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12.7%, 22.7% 감소한 결과를 나타냈다.
 
그 가운데 광동제약의 의약품 매출은 2,008억원으로 총매출의 19% 정도다. 더욱이 전문의약품 비중은 약 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식품 부문은 4,352억원으로 총매출의 41.2%,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부문은 4,249억원으로 역시 총매출의 40.2%에 달한다.
 
광동제약 측은 2015년에 인수한 MRO업체 ‘코리아이플랫폼’이 전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의약품보다 비의약품 부문 매출이 80%를 초과할 정도로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 비타500·제주 삼다수, 음료 매출 쌍끌이
지난 2001년 ‘비타500’ 출시 이후 광동제약은 의약품보다는 음료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당시 비타500은 카페인이 없는,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비타민 음료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며 소비자층을 확대해 나갔다.
 
경쟁업체 드링크 ‘박카스’나 ‘원비디’가 의약품으로 분류돼 약국에서만 판매되던 데 비해 비타500은 의약외품으로 허가받아 약국은 물론 마트와 편의점까지 다양한 유통망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이로써 2001년 53억원에 불과했던 비타500의 매출은 출시 4년만인 2005년 무려 1,213억원을 달성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광동제약은 비타500 외에도 2006년 ‘옥수수수염차’를 히트시킨 데 이어 2010년 ‘헛개차’와 지난해 ‘야관문차’와 한방차 ‘오브’까지 신제품 음료를 잇따라 출시하는 가운데 음료 부문의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장해왔다.
 
비타500과 차음료뿐만 아니라 생수 ‘제주 삼다수’의 매출 비중도 높다. 광동제약은 2012년부터 제주개발공사와 제주 삼다수에 대한 위탁판매 계약을 체결한 이래 2013년 1,257억원, 2014년 1,47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1,676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을 정도였으나, 올 연말에 재계약이 안 될 경우 광동제약 매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 최성원 광동제약 대표이사 부회장. ⓒ광동제약

◆ 최근 제약사업 강화… 해외 의약품 도입 위주 지적도
광동제약이 지난해 매출 1조원을 초과했음에도 3분기까지의 연구개발비는 36억원에 불과, 매출액 대비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개 제약사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이 평균 10% 이상인 사실에 비춰볼 때, 이는 업계 최하위 수준에 해당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광동제약은 최근 제약사업 강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비타민D 주사제 ‘비오엔주’ 등 전문의약품 29종과 여드름치료제 ‘톡앤톡 외용액’ 등 일반의약품 26종을 출시했다.
 
또한, 지난 2015년 백신사업 부문을 신설한 데 이어 영국 제약사 글라소스미스클라인(GSK)와 판매·유통 계약을 체결하고 폐렴구균백신 ‘신플로릭스’, 로타바이러스백신 ‘로타릭스’ 등 8개 소아 백신 품목을 도입했다. 이를 바탕으로 병·의원 소아과, 산부인과, 분만센터를 중심으로 백신 영업활동을 전개, 매출 증가에 역량을 쏟는 가운데 지난해 초에는 뇌수막염백신 ‘박셈힙’을 추가 도입했다.
 
지난해 5월 도입된 미국 바이오 제약기업 ‘오렉시젠(Orexigen)’의 식욕억제제 ‘콘트라브서방정’은 비만 치료에 효과를 보이며 10월까지 총 1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도 신제품 출시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의약품 매출 증가세는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꾸준한 연구·개발(R&D)을 통해 자체 신약 개발에 매진하기보다는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의약품을 도입해 판매하는 방식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광동제약이 올해 ‘1조 클럽’에 가입해 업계에 그 위상을 드높인 만큼 앞으로 의약품 부문의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국내 제약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인지 주목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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