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공사 수주… 미국-이란 관계 ‘촉각’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이란 국영정유회사(NIOC) 계열사 ‘아흐다프(AHDAF)’사가 발주한 ‘이란 사우스파12 2단계 확장공사’의 본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3조8,000억원 규모의 석유화학플랜트 건설 공사다.
대림산업 역시 이란 이스파한 오일 정유회사(EORC)가 발주해 지난해 말 수주한 2조2,300억원 규모의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 공사에 대한 본 계약을 12일(현지시간) 체결했다.
이번 수주는 국내 건설사들의 적극적인 전략과 함께 정부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이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순방외교를 펼친 이후 정부와 기업들이 민․관합동으로 전략적 활동을 펴온 국가다. 더욱이 이란은 천연가스와 원유 매장량이 각각 세계 1위와 4위에 달하는 자원 부국이다. 최근 경제제재 해제와 유가 회복으로 정유, 가스, 석유화학, 토목,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주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다시 얼어붙을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이란 현지 사업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의 핵협상 타결 재협상 여부와 미국 내 이란을 포함한 7개 무슬림 국민의 입국을 금지하는 ‘반(反)이민 행정명령’의 발효를 이달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 현대엔지니어링, ‘이란 사우스파12 2단계 확장공사’ 계약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란국영정유회사(NIOC) 계열사 ‘아흐다프(AHDAF)’가 발주한 3조8,000억원 규모의 ‘이란 사우스파12 2단계 확장공사’의 본 계약을 12일 체결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이뤄 진행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국내 건설사가 지금까지 이란에서 수주한 건설 공사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총 수주금액 가운데 현대건설 분은 약 6,000억원이다.
‘이란 사우스파12 2단계 확장공사’는 수도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약 1,100km 떨어진 세계 최대 규모의 가스전 ‘사우스파’에 에틸렌, 모노 에틸렌글리콜, 고밀도 폴리에틸렌, 선형저밀도 폴리에틸렌 등의 대량생산시설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예상 공사기간은 착공 후 48개월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공사의 설계, 자재 조달, 시공, 금융 조달을 전담하는 형태로 펼쳐지며, 국내 은행이 자금을 지원한 후 이자를 붙여 되돌려 받는 시공자 금융주선(EPCF)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 국내 금융기관이 전체 자금의 85% 정도를 조달하게 된다.
◆ 대림산업,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 공사’ 수주
대림산업은 이란 이스파한 오일 정유회사(EORC)가 발주해 지난해 말 수주한 2조2,300억원 규모의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 공사에 대한 본 계약을 12일 체결했다.
이번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 공사는 국제사회의 이란 경제제재 해제 이후 글로벌 건설업체 가운데 최초로 수주한 사업으로, 대림산업은 지난해 12월 29일 공사 낙찰통지서(LOA)를 접수했다.
해당 사업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약 400km에 위치한 이스파한 지역의 정유공장에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위해 추가 설비를 설치하는 프로젝트다. 설계부터 기자재 구매, 시공, 금융조달 업무 전반을 대림산업이 맡아 수행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공사기간은 착공 후 48개월이다.
더욱이 대림산업은 1975년 이란 이스파한의 군용시설 토목공사로 이란에 진출한 이래 지난 40여년간 26건, 총 45억5,000만 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행했다. 이는 국내 건설업체 가운데 이란에서 쌓은 가장 높은 실적에 해당하며, 이를 통해 이란 내 인지도를 향상시켰다.
◆ 미국-이란 관계 변수 우려
그러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급속히 경색되고 있어 향후 국내 건설업체들의 이란 현지 사업 일정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전면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으로 볼 때, 미국이 이란에 대해 재차 경제제재를 강화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공화당 대선 후보 당시부터 이란 핵협상 타결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숨기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후에도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더욱이 지난 1월 27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등 7개 무슬림 국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한 가운데 오는 16일 발효를 앞두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정부의 외교·안보 진용은 이전 오바마 행정부보다 한층 강경한 이른바 ‘매파’들로 구성돼 있어 앞으로 이란을 향한 압박 수위가 더욱 높아질 측면이 크다.
만일, 미국 행정부가 이란과의 핵협상 합의 파기 후 경제제재 부활을 뜻하는 ‘스냅 백’ 조항을 발동할 경우 이란 현지 사업을 추진하는 국내 기업은 사실상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란과 거래하거나 이란 내에서 사업을 펼치는 제3국 기업에게도 제재를 가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이 시행되며 이란 시장 접근이 사실상 차단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