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보수 표심’,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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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 불출마에 지지층 상당수 洪 지사로 이동…안희정도 주목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불출마 이후 그의 지지층이 각각 홍준표 경남지사와 안희정 충남지사,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순으로 분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보수후보 중 유일하게 10%대 지지율을 유지해오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갑자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흩어져버린 보수 표심이 결국 어디로 흘러갔는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부 기관에서 발빠르게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에선 일단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인 홍준표 경남지사가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띠면서 황 대행의 지지율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모양새인데, 민주당과 국민의당 대선주자로 황 대행 지지율 일부가 분산된 부분도 적지 않아 홍 지사의 호조세가 계속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될 것으로 보인다.
 
◆ 黃 불출마 뒤 야권 우세 한층 두드러져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MBN의 의뢰를 받아 지난 15일 성인 10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6일 발표한 대선주자 지지도 긴급조사(무선 전화면접 4%·무선 86%·유선10%, 95% 신뢰수준±3.1%P, 응답률 8.6%)에 따르면 황 대행의 불출마 선언 이후 다수의 유권자가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후보에게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민주당 주자들의 지지율은 3월 2주차 당시의 59.5%보다 이번 조사에서 64.2%로 4.7%P 오른 것으로 나타났고, 국민의당 주자들도 12.3%에서 13.8%로 1.5%P 상승한 것으로 나왔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불출마를 선언한 황 대행이 보수후보였던 만큼 그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다른 보수후보를 지지함으로써 보수진영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이 오를 것으로 기대됐으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범여권 주자들은 오히려 22.1%에서 13.7%로 8.4%P 하락하는 경향을 띠었다.
 
또 정당 지지율에서도 민주당의 경우 황 대행 불출마의 반사이익에 힘입어 대부분 지역과 계층에서 세를 결집하며 다시 50% 선을 넘어 선 51.1%를 기록하는 등 크게 선전했고, 국민의당 역시 전주 대비 1.9%P 상승한 12.3%의 정당 지지율을 얻어 오랜만에 자유한국당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반면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은 전주보다 소폭 하락한 11.7%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쳐 2위 자리를 국민의당에 내주고 3위로 내려앉은 데 이어 또 다른 보수정당인 바른정당 역시 정당 지지율이 4.7%로 하락한 끝에 당 지지율이 6석의 정의당에도 밀려버리는 굴욕을 겪었다.
 
물론 그렇다고 황 대행 불출마가 보수진영에 무조건 악재로만 작용한 건 아닌데, 황 대행을 지지했던 유권자들 중 상당수는 예상대로 또 다른 자유한국당 유력후보인 홍준표 경남지사에게로 몰리는 모습을 보여 홍 지사의 지지율이 전주 대비 3.5%P 오른 7.1%를 기록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황 대행 지지층 중 3분의 1 이상인 32.4%를 홍 지사가 흡수한 것으로 밝혀져 다른 어느 누구보다 황 대행 불출마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됐는데, 홍 지사의 뒤로는 민주당 대선후보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황 대행 지지층 중 14.9%를,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11.6%를 각각 차지한 것으로 드러나 홍 지사 외에 바른정당 등 다른 보수진영 후보를 지지하기보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야권 후보 중 중도 성향 혹은 외연 확장성을 가진 후보를 도리어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 ‘반문’ 성향 보수층, 安·洪 중 승률 높은 후보에 힘 실을 듯
 
이런 움직임은 황 대행 지지층의 상당부분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두둔하는 친박 성향의 유권자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강한 반감을 가진 유권자들로 이뤄졌다는 특성 때문이기도 한데, 친박 성향이 강하다보니 이들에게 ‘배신자’로 인식되는 바른정당 측 후보들에게 표를 주기보다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처벌의지가 약할 것으로 보이는 통합주의자 혹은 중도보수 성향의 야권 후보들을 지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 뿐 아니라 대체로 대북교류를 강조해 온 문 전 대표의 안보관을 의심하고 있는 보수 유권자들이 문 전 대표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보수정당과의 대연정도 가능하다는 민주당 대선주자인 안 지사를 역선택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이 같은 설명을 반증하듯 황 대행 지지층 중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를 지지하기로 한 비율은 고작 3.7%에 그친 반면 같은 당 남경필 경기지사에 대해선 무려 8%가 지지하기로 해 소위 유 의원을 ‘배신의 아이콘’이라 칭하는 황 대행 지지층의 전반적 인식을 여실히 드러냈으며 문 전 대표에 대해서도 황 대행 지지층 중 가장 적은 1.6%만이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그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라면 황 대행 지지층을 한껏 흡수한 홍 지사가 이번 상승세를 계기로 황 대행처럼 10%대 지지율을 유지하는 수준의 보수후보로 확실하게 올라설 수 있을 것인지 여부가 우선 꼽힐 수 있겠고, 그 다음으로는 홍 지사 못지않게 황 대행의 지지율을 상당부분 흡수했던 안 지사에 보수 유권자들이 어느 정도 지지를 보낼 것인지 여부 역시 큰 관심사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나온 보수층의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안 지사가 전주 대비 9.8%P 상승한 21.7%를 얻어 1위를 기록했으나 홍 지사 역시 무려 13.1%P가 오른 20%의 지지율을 얻어 안 지사와 박빙을 이루었다는 점에 비추어 향후 홍 지사가 어느 정도 선전하느냐에 따라 보수 유권자들이 둘 중 어느 쪽으로 기울 것인지 좀 더 분명하게 나타날 것으로 관측된다.
▲ 탄핵 정국이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들면서 모든 대선주자들로부터 이전보다 한층 강화된 집중견제를 받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황 대행의 불출마 선언 이후 오히려 지지율이 소폭 상승하면서 대세론이 여전하다는 점을 과시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하지만 이 같은 보수층 표심의 동향이 ‘문재인 대세론’이 유지되고 있는 현재의 대선판을 뒤집을 수준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황 대행 불출마 뒤 홍 지사의 지지율 상승폭이 가장 두드러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한 자릿수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했을 만큼 황 대행 지지율을 분산 없이 온전히 흡수하진 못했다는 점도 있지만 이재명 성남시장을 제외하고는 문 전 대표를 비롯한 모든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이 소폭이라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탄핵 정국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이제 조기 대선 정국으로 본격 돌입한 상황이다 보니 선두주자인 문 전 대표에 대한 집중공세가 이전보다 한층 강화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문 전 대표가 하락세로 돌아서지 않고 있다는 점은 보수층 결집만으로 판 뒤집기는 어렵다는 점을 한층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때문에 문 전 대표에게 있어서 실질적인 위협이라고 한다면 적어도 현 시점에선 보수정당 후보보다는 같은 당의 안 지사를 우선 꼽을 수밖에 없는데, 안 지사는 리얼미터 조사 뿐 아니라 YTN과 서울신문의 의뢰로 엠브레인이 지난 15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29명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면접 조사해 16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95% 신뢰수준 ±3.1%P, 응답률 13.4%)에서도 20.2%의 지지율로 문 전 대표를 제외하곤 유일하게 20%대를 기록하는 모습을 보여 유력한 경쟁자로서의 모습을 드러냈다.
 
아울러 엠브레인의 조사 결과에서도 황 대행 불출마로 인한 홍 지사의 약진은 눈에 띄었는데, 5.9%의 지지율로 단숨에 대선후보 중 5위에 자리 잡으며 황 대행을 잇는 보수진영의 유력후보란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비록 홍 지사의 지지율이 야권주자들에 비하면 아직 후위에 머물고 있지만 민주당 경선에서 안 지사가 아닌 문 전 대표로 최종 후보가 확정될 경우 안 지사를 지지하던 중도보수 표심 중 일부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나 홍 지사에게로 분산될 여지도 충분히 있기에 이들의 추가적인 상승 역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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