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문화가 발달하면서 이제 거리에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의 카페들이 존재를 하고 있다. 뜨개질을 하거나 혹은 만화책도 볼 수 있고 또한 사주나 궁합을 보면서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들이 시내 곳곳에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카페는 좀 생소한 느낌이 든다. '메이드(maid. 하녀)카페'가 그 주인공이다. 단어 자체로 해석을 하면 ‘하녀카페’라는 뜻으로 풀이가 된다. 낯설고 한참을 생각하게 하지만 단번에 하녀라는 이미지를 가지고는 이 곳을 금방 해석할 수가 없다. 이 메이드 카페라 함은 하녀가 시중을 드는 말 그대로 하녀카페로 생각을 하면 된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이미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 메이드 카페가 서울 명동에 지난 3월 상륙했다. 알고 보니 텔레비전에도 떠들썩하게 나온 적이 있고 일본 언론에서 특히 더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메이드는 하녀 혹은 가정부를 뜻하는 말
검은색 원피스, 흰색 두건에 흰 앞치마를 두르고 흰색 스타킹을 신은 하녀 복장의 여자 종업원이 카페 문을 앳된 여성이 '다녀오셨습니까. 주인님!'하며 허리를 굽혀 90도 인사를 한다. 카페는 하얀색톤으로 벽을 장식해 예상보다 밝은 분위기였다.
한쪽 벽면엔 케이블TV에서 방영되는 일본만화가 프로젝트를 통해 대형화면으로 비쳐졌다. 반대편 쪽엔 작은 바가 꾸며져 있었다. 여기엔 각종 보드게임도구와 일본잡지, 방명록 등이 비치되어 있었다. 일본 만화책을 보는 고등학생, 방명록을 남기는 여대생 등 혼자 온 손님이 많이 있다. 예상을 깬 그저 일반 카페와 별반 디를 것이 없다. “주문하실 때는 테이블에 놓여 있는 종을 울려 주십시오. 주인님!” 식사류나 음료 등이 적힌 메뉴판을 보면 이색적인 메뉴들도 많이 있다. ‘메이드와 사진 찍기-3000원’, ‘메이드와 게임-3분당 4000원’등 메이드들을 이용한 이색 메뉴도 있다. 메이드와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3000원짜리 메뉴를 신청하자 메이드 주의 사항을 알려준다. “팔짱을 끼거나 신체 접촉은 불가능합니다 주인님"
지난 3월 개장한 이 카페는 재일교포 출신 한국인이 만든 것으로 일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메이드카페’의 한국 분점이다. 일본인인 카페 지배인은 “주 고객은 새로운 일본 문화를 경험해 보려는 10, 20대 남성”이라고 말했다. 카페 관계자는 "최근 일본에서는 메이드열풍이 사회적인 이슈로 등장 할 만큼 정말 대단하다"면서 "카페, 상점은 물론이고 유흥가와 연예계까지 번질 정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메이드카페를 오픈한 이유는 단지 일본유행을 그대로 한국에 상륙시키는데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카페는 서울에 몇 군데 더 점포를 낼 계획이다.
◆일본문화의 토론 공간
메이드는 하나의 상징이고 더 나아가 일본문화를 터놓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는 차원이었다는 것이다.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음악 등 엄연히 존재하는 일본문화 마니아들을 위한 해방구를 지향하고 싶다는 것이 메이드카페의 포부였다. 테마카페를 구상하면서 메이드를 선택한 것도 일본의 오타쿠문화를 제대로 소개하는데 적격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메이드카페가 문을 연 것은 지난 3월. 이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이 히로시씨의 평가다. 그 증거로 그는 메이드의 이름이 표지에 적혀있는 방명록을 보여줬다. 방명록에는 주인과 메이드들이 나눈 다양한 이야기들이 아기자기하게 담겨있었다. 이른바 팬들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과 한국의 메이드카페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히로시씨는 일본의 오타쿠문화가 혼자서 즐기는 개인주의라고 표현한다면, 한국의 마니아문화는 공유의 문화라는 말로 설명한다. 일본 메이드카페의 고객들은 메이드와 조용히 대화하고 그들의 행동을 가만히 엿보는 것만으로도 열광한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 메이드카페의 고객들은 훨씬 적극적이다. 게다가 메이드와의 소소한 경험담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를 즐긴다는 것이다. 메이드카페를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일은 불청객들과 일본문화에 대한 선입견이다. 변태성행위 업소나 유흥업소로 알고오는 손님대하기도 힘이 들지만 진짜 하녀인양 메이드들을 막 대하는 손님을 이해시키기도 어렵다고 토로한다.
◆신종 오타쿠(마니아) 문화… ‘메이드’
메이드카페뿐만 아니라 메이드 의상을 전문적으로 파는 ‘메이드 옷 가게’도 인기다. 코스프레(만화 주인공과 같은 옷을 입는 것) 복장과 함께 메이드 옷을 판매하거나 대여하는 인터넷 사이트는 10여 개정도가 문을 열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도 서울 동대문시장의 도매상을 중심으로 3, 4곳에 이른다. 지난달 문을 연 메이드복 판매 사이트 ‘커플 캔디’의 최하나(30·여) 점장은 “10대부터 3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옷을 구입한다”고 말했다. 국내 메이드카페에 등장하는 메이드 복장은 여성의 성(性)적 매력을 강조한 일본 스타일이다. 이는 긴 검은색 원피스에 흰 앞치마 등 서구의 메이드 의상을, 치마를 짧게 하고 흰색 반스타킹을 신은 모습으로 변형한 것이다.
일본 도쿄의 아키하바라(秋葉原)를 중심으로 유행한 메이드 문화는 일본에서 메이드 술집이나 메이드 게임방, 안경점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메이드 문화가 한국에 알려진 계기는 무엇일까? 그것은 일본의 ‘메이드 만화’인 ‘엠마’ ‘화우경 메이드대’ ‘이분이 나의 주인님’ 같은 번역판 일본만화들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시작을 했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만화들이 젊은 층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마니아 층이 형성이 되고 이런 마니아들을 위해 메이드 카페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컴퓨터 게임 ‘마비노기’에서도 집을 지키는 요정이 메이드 옷을 입고 있으며, 인터넷에선 메이드 미용실 개장에 대한 의견이 오고가고 있다.
◆문화 다양성이냐 성 상품화냐
젊은 층은 일본발(發) 메이드 문화를 △만화를 통해 경험한 판타지 세계와 실생활을 연결해 주는 ‘접점 문화’ △미소녀에 대한 호감이나 사랑을 나타내는 이른바 ‘모에’(萌え·싹트다는 뜻에서 온 말) 문화 △여성이 주는 극진한 ‘서비스’로 인식하고 있다. 대학생 임진호(23) 씨는 “같은 돈을 내고도 왕처럼 대접받으니 기분이 좋다”며 “‘문화 다원주의’의 개념으로 받아들이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을 상품화한다” “한국적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등 부정적 견해도 만만치 않다. 특히 반일감정이 남아 있는 한국에서는 일본의 독특한 문화가 뿌리내리기 힘든데다 성을 상품화한다는 우려 섞인 의견도 만만치 않다. ‘와일드 포레스트’라는 네티즌은 “아무리 좋게 봐도 여성을 눈요깃감으로 전락시킨다는 지적을 피하긴 힘들 것”이라고 적었다. 최근에는 “메이드 복장을 한 도우미가 파견됩니다”라는 메이드 파출부 광고가 인터넷에 게시되자 많은 누리꾼이 성토하고 나서 사이트가 폐쇄되기도 했다. 한 인터넷 업체가 시간당 5만 원에 강아지 돌보기 전문이나 안마 전문 등 다양한 메이드를 제공한다는 광고를 내보내자 누리꾼들이 격렬히 반발한 적도 있다.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의 정미래(44·여) 팀장은 “메이드 제복을 입힌 여성에게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성의 상품화이며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화평론가 김지룡 씨는 “메이드 문화는 최고의 서비스로 위안을 받고자 하는 일본 젊은 층에서 확산되고 있다”며 “그러나 대가만 지불하면 어떤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는 일본인들의 가치관과 달리, 한국에서는 인권 의식이 강해 논란을 초래할 소지가 많다”고 진단했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성상품화 지적에 대해 카페의 주인은 “일반 커피숍과 모두 똑같다. 다만 서빙하는 여성이 하녀복장을 입고 좀 더 친절할 뿐이다. 찻값도 다른 일반 카페와 같은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일본의 독특한 문화가 낳은 메이드 카페가 한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