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재점화 위한 노림수

경영권 분쟁에서 밀려났던 신 전 부회장이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롯데제과 및 롯데칠성음료 지분을 압류하면서 국내 롯데 계열사 지분 확보에 나섰다.
특히 롯데제과 지분을 확보하면서 일각에선 추후 신동빈 회장과의 경영권 쟁탈전을 위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롯데제과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혁신안 발표 이후 지배구조개혁의 핵심계열사로 부각되면서 신 전 부회장이 먼저 선수를 치고 신 총괄회장의 지분 압류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신동주 父 지분 압류에 신동빈측 영향 無
신 전 부회장은 올해 1월31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에게 부과된 증여세 2,126억 원을 전액 납부했다. 당시 신 전 부회장은 “세금은 일시에 납부하되, 필요한 자금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단 충당하고, 추후 신격호 총괄회장은 시간을 갖고 보유한 자산 등의 처분을 통해 이를 변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최근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롯데제과 지분(6.8%)과 롯데칠성 지분(1.3%)에 대한 압류에 나섰다. 지분 가치는 2천100억원에 이른다. 신 전 부회장이 납부한 증여세와 비슷한 액수로 이번 압류는 채무관계로 보여진다. 다시 말해 신 총괄회장이 증여세를 납부할 금액이 없자 장남인 신 전 부회장에게 2천100억원의 돈을 빌렸는데 돈을 받는 명목으로 신 전 부회장측이 지분 확보에 나선 것이다.
일각에선 신 전 부회장의 이번 압류가 ‘신의 한 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반면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을 흔드는데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와관련 롯데그룹 홍보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신 전 부회장이 2100억원 가량의 롯데제과와 롯데칠성 지분에 대해 압류에 나섰다고 금융업체들로부터 통보를 받았다”며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에는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신 전 부회장측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그리고 신 총괄회장 한정후견 재판 결과 등 상황을 보고 실제 강제 압류 집행 정치 신청을 할 것인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롯데그릅측이 신 전 부회장의 신 총괄회장 지분 압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은 롯데제과의 2대 주주로 올라서기 때문이다.
롯데제과는 그룹의 모태로 향후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중요한 핵심 계열사다. 2015년 신동빈-신동주 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시작점도 롯데제과 지분 경쟁에서 비롯됐다.

따라서 이번 롯데제과 지분 확보는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되살리는 것으로 롯데그룹측은 보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제과 지분 3.96%에 신 총괄회장 지분 6.83%를 더해 10.79% 지분을 확보, 롯데알루미늄 15.29%에 이어 롯데제과 2대 주주가 된다.
신동빈 회장은 9.07%로 신 전 부회장에 지분율에서 뒤진다. 그렇다 하더라도 롯데알루미늄 지분이 신 회장에게 우호 지분인만큼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는 게 롯데측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신 전 부회장의 이번 롯데제과 지분 확보에 롯데측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과정에서 2대주주로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 간섭에 방해할 가능성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롯데그룹측은 강제 압류 집행정지 신청 등의 조치를 강구하며 신 전 부회장측 압박에 나선 것이다.
◆롯데제과 지배구조 핵심 역할
이처럼 롯데제과가 형제간 경영권 분쟁 및 지주사 전환에 있어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순환출자 구조의 중심에 놓여 있다. 롯데그룹 순환출자 고리의 큰 축은 호텔롯데→롯데알미늄→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상사→한국후지필름을 거쳐 롯데쇼핑으로 순환된다.
롯데제과는 롯데쇼핑(7.86%), 롯데칠성음료(18.33%), 롯데푸드(9.32%), 롯데리아(13.59%), 롯데정보통신(6.12%), 롯데로지틱스(4.64%) 등 지분을 보유해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첫 단추로 호텔롯데 상장을 시도했지만 경영진의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무기한 연기됐다.
올해 하반기 상장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상장이 되면 1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주가 탄생할 전망이다. 호텔롯데는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롯데알미늄, 롯데건설, 롯데손해보험 등의 계열 지분을 보유해 한국롯데의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다.
재계는 호텔롯데가 상장되면 지주사로 되는 과정에서 신 회장 지분과 우호지분이 많은 롯데제과를 지배구조 재편과정에서 중간지주사로 세워 신 회장의 롯데그룹 장악력에 핵심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주사 전환 작업의 포석으로 롯데칠성음료는 신 회장의 롯데칠성음료 사내이사 선임건을 주주총회에 상정한다. 롯데쇼핑, 롯데칠성, 롯데제과, 롯데푸드 계열사는 지난 1월19일 “순환출자 해소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분할·합병·분할합병 등을 비롯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롯데칠성음료 지분 구조의 경우 신 전 부회장이 2.83%, 신 총괄회장이 1.30%, 신 전 부회장이 2.83%을 보유 더해도 신 회장의 지분 5.71%에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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