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동아일보사 앞에 선 해직기자들, “박정희 흔적들, 박근혜가 다 쓸어갔다”

물론 언론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중앙정보부(현 국정원)는 언론사들을 계속 감시해왔다. 70년대 초중반 <동아일보>는 시장점유율에서 단연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국내 최대 신문사였다. 하지만 중앙정보부 앞에서는 역시 예외 따위는 없었다. 유신정권은 모든 언론을 철저한 ‘나팔수’로 만들려 했다.
이에 지난 1974년 <동아일보> 기자들은 유신정권의 간섭 배제 등을 골자로 한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했다. 그러자 유신정권은 광고사들에 대한 압박에 나섰으며, 결국 <동아일보>의 광고는 무더기로 해약돼 백지로 내게 됐다.
그러자 <동아일보> 경영진은 정권의 요구에 굴복하고 1975년 3월 17일 동아일보사에서 농성 중이던 160여 명의 기자와 사원들을 무더기로 해고했다. 이후 <동아일보> 언론인 113명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를 결성하며 정권과 싸웠다.
그로부터 42년이라는 오랜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동아일보>로는 돌아가지 못했다. 이들은 최근 ‘박근혜 파면’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들은 17일 오전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해직기자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은, 오늘로부터 42년 전인 1975년 3월17일 새벽 동아일보 사옥 안에서 농성을 벌이다 2백명의 괴한들에게 끌려나갔던 일을 회고했다. 그러면서 “그 이후에 동아일보에 한발짝도 들여놓지 못하고 42년이 흘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쫓겨난 그날, 바로 지금 프레스센터 자리에 있는 신문회관에서 동아투위를 결성하며 오늘까지 이렇게 함께 있다. 유신독재가 당시 동아일보 사주 김상만과 함께 우리를 내쫓았지만, 우리는 언제라도 돌아가서 자유언론 공정방송을 실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민주화를 염원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희가 정말 분노했던 것은 2012년 대선에서 박정희의 딸 박근혜가 신유신독재를 시작했을 때다. 당시엔 정말 뭐라고 심정을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세우고 싶어 하는 시민들과 함께 여러 해 동안 노력하다 ‘최순실 게이트’로 시작된 촛불혁명을 통해 마침내 박근혜를 파면시켰다. 지금도 미신으로 남아있는 ‘박정희 신화’를 없애버리고 박근혜와 역사의 무덤으로 묻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아직도 언론계에선 나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최근에 벌어진 OBS 정리해고 사태 등을 거론하며, “마지막 발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앞으로도 열심히 싸우겠다”고 말했다.
박성제 MBC 해직기자는 “2007년에 MBC 노조위원장을 맡았을 때, 외부행사에서 동아투위 선배들이 항상 오셔서 지지발언을 해주셨다. 당시 무슨 생각을 했냐면 ‘저렇게 억울하게 해고당한 분들이 저분들이 마지막이겠거니’ 했는데, 어느새 제가 2012년 정권에 해고된 5년차 해직 언론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이어 “바로 몇 달 전 일부 언론의 노력에 의해 촛불집회가 촉발되고, 박근혜 국정농단이 밝혀지면서 권좌에서 끌려 내려온 것도 후배 언론인들의 나름 역할이 있었다고 자부한다”며 “저희는 조만간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돌아가면 더 이상 비극이 없도록 공정언론을 바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동아투위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오는 5월 9일 19대 대선에서 ‘민주평화체제’를 지향하는 정권이 들어선다면 ‘박근혜 부역언론인들’은 청산 대상 최우선 순위에 오를 것”이라며 “만약 그 정권이 부역자 심판을 망설인다면, 시민들과 광장에서 다시 촛불을 들고 권력과 부역언론인들의 야합을 강력히 규탄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박정희에게 부역한 언론인들이라면 고인이든 생존자이든 가릴 것 없이 엄중한 역사의 심판대에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국언론노조는 지난해 12월 ▲김성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이인호 KBS 이사장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고대영 KBS 사장 ▲안광한 전 MBC 사장 ▲배석규 전 YTN 사장 ▲박노황 연합뉴스 사장 ▲백종문 MBC 부사장 등을 ‘10대 언론 부역자’로 꼽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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