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연대, 대선까지 순항 가능할까
개헌 연대, 대선까지 순항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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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당, ‘대선 때 개헌 투표’ 합의했지만 국민의당서 번복 기류
▲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3당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대선과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치르기로 합의했으나 국민의당 내부에서 이를 놓고 일부 파열음이 일면서 개헌 연대가 흔들리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지난 15일 대선 때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자는 개헌안에 합의한 이후 이에 반발한 더불어민주당과 사흘째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개헌에 대해선 민주당 대선주자들 3명 모두 찬성하고 있는 만큼 사실상 개헌을 고리로 한 이들 3당의 연대는 개헌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당을 견제하자는 공통된 이해관계에 따라 결성된 부분이 없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대선 후 개헌을 내세우는 민주당과 달리 보수진영인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일찌감치 대선 전 개헌을 강력하게 주장해왔고 촉박한 대선 일정상 대선 전 개헌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지자 대선과 개헌투표를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개헌을 분명히 못 박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대선 경쟁이 한치 앞을 예상하기 힘든 박빙으로 치달았을 경우 다당제 구도에서 이런 합의가 성사되기는 어려웠겠지만 일찍이 민주당 후보들만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형성되어 버리면서 대선 경쟁력이 떨어진 이들 3당이 개헌을 바탕으로 향후 탄생할 정권을 압박하는 데 쉽게 뜻을 모을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개헌 문제를 놓고 이들 3당 중 국민의당에서 벌써부터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는데다 민주당 내 개헌파가 모두 비문계인 것도 아니어서 구심점 없는 이들이 어느 정도로 3당이 추진하는 개헌 연대에 합류할 것인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란 점이 또 다른 과제로 꼽히고 있다.
 
◆ 국민의당 안철수, ‘개헌 연대’ 흔드나
 
대선 동시 개헌을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합의한 만큼 일단 개헌안 발의를 추진할 모양새지만 3당 중 국민의당에서 유독 개헌 문제를 놓고 잡음이 일어나고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15일 대선 때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안을 3당이 합의했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기자들과 만나 “국민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개헌에 반대한다”며 직설적으로 반대의 뜻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가장 적절한 개헌 시기로 내년 지방선거 때를 지목했는데, 민주당의 주장과 일치하고 있어 당내 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에 맞춰 개헌 국민투표를 하기로 사실상 당론화했었는데, 우상호 원내대표는 17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2018년 지방선거에서 개헌 투표하는 것에 대해 협약서라도 쓸 수 있다”며 민주당을 뺀 채 3당끼리 ‘대선 동시 개헌투표’안으로 합의한 데에 격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이 뿐 아니라 안 전 대표는 자유한국당을 겨냥해서도 “한국당은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람이 없다”며 “그런데도 일부 소속 의원들은 공공연히 헌법 불복을 외치고 이런 사람들이 또 개헌을 하겠다고 나서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맹공을 퍼붓기까지 해 이들과 개헌 연대를 지속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안 전 대표가 야권 대선후보란 자신의 입장 때문에 부득이 자당의 합의사항에 대해서도 이처럼 비판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풀이되나 그의 이 같은 발언은 당내를 뒤흔든 끝에 결국 17일엔 당 지도부에서조차 비슷한 목소리가 나오기에 이르렀다.
 
박지원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실상 반문연대의 신호탄으로 비쳐졌던 지난 15일 3당 간 개헌 합의에 대해 “자유한국당 일부는 헌법을 파괴한 세력인데 이런 분들과 같이 개헌한다고 하는 건 문제가 있지 않나”라고 어깃장을 놓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한 발 더 나아가 박 대표는 한국당 뿐 아니라 또 다른 보수정당인 바른정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탄핵 가결의 공로는 인정하지만 어떤 공조나 연합, 연대 이런 건 없다. 우린 우리 당의 경선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며 단번에 일축했다.
 
흥미로운 건 김영환, 문병호 최고위원 등 다른 지도부 일원도 박 대표의 발언과 크게 다를 것 없이 이날 최고위에서 제3지대 후보는 없다며 오히려 한국당과 바른정당을 향해 대선후보를 내지 말라고 압박하기까지 했는데, 이 같은 모습은 ‘국민의당이 제3지대’라던 과거 박 대표의 주장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고 있다.
 
◆ 갑작스러운 국민의당의 변심, 대체 왜?

 
▲ 국민의당 대선후보인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자당 합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과의 연대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안 전 대표나 박 대표 입장에선 국민의당이 한국당, 바른정당과 같은 그저 3당 중 하나로서 제3지대에서의 통합 경선에 참여해 봐야 최순실 파문으로 타격을 입은 범여권에 자칫 회생의 기회만 준 채 자신들은 이용만 당할 수도 있어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또 혹 민주당 경선이 문재인 전 대표의 승리로 끝날 경우 그간 민주당의 안희정 충남 지사를 지지하던 중도·보수 유권자 중 상당수가 결국 그 다음으로 지지율이 높은 유력주자이자 유일한 야당 후보인 안 전 대표를 지지하게 될 수밖에 없어 여전히 대선에 기대를 걸어 볼 수 있다는 점도 이런 입장을 내놓게 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밖에 당의 주요 지지기반이 보수진영에 반감이 강한 호남이라는 점과 개헌 관련 여론조사에서 보수정당 측 주장인 대선 전 개헌보다는 민주당 측 주장인 대선 후 개헌을 지지하는 답변이 더 많이 나왔다는 점 역시 3당 개헌 연대를 지속하는 데 회의감이 들게 만들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연합뉴스와 KBS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양일간 전국 남녀 유권자 204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신뢰도 95% 표본오차 ±2.2%P, 응답률 14.1%)에 따르면 대선 전 개헌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32.7%인 데 반해 대선 후 개헌을 선호한다는 답변은 45.8%로 나왔고, 아예 개헌이 불필요하다는 응답도 10.3%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조사에선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가 추진하는 반 패권 개헌연대가 대선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파급력이 없을 것이라 답한 비율이 63.2%에 이르고 영향력이 클 것이라 전망한 비율은 23.1%에 그쳐 개헌 연대가 정국을 흔들만한 변수가 되지 못할 것이란 회의적 여론이 적지 않은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결국 보수정당과 연대했다가 괜한 역풍을 받아 그나마 남은 지지기반까지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국민의당이 대등한 형태의 3당 연대에서 발을 빼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개헌 연대를 지속한다고 해도 개헌 발의나 의결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부분 역시 회의적 기류가 자리 잡게 된 원인으로 꼽히는데, 개헌안이 의결되려면 200석을 확보해야 하지만 자유한국당(94석)과 국민의당(39석), 바른정당(32석)만으로는 의결정족수에 미치지 못하고 설령 민주당 내 개헌파 세력까지 끌어들인다고 해도 35명을 넘어야 해 이 정도 규모로 협조를 끌어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록 김 전 대표를 지지하는 비문계 의원들이 표결에는 힘을 보태줄 가능성이 있지만 민주당에서 개헌을 지지하는 의원들 중 대부분이 비문일지언정 반문 성향에 이르는 이들은 이미 국민의당 등으로 상당수 탈당해 나갔기에 소수에 그치는 만큼 점차 개헌연대가 반문연대란 성격을 짙게 띠기 시작하면 3당 주도의 개헌에 협력하는 데에도 부담을 느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조짐은 벌써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기도 한데, 민주당 내 개헌파 중 한 명인 박용진 의원은 17일 경기방송 라디오에 나와 3당의 개헌 합의에 대해 “초읽기에 몰리고 다른 묘수는 없으니 아무 데나 두는 것”이라며 “바둑의 ‘덜컥수’”라고 오히려 날선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국민의당까지 이렇게 흔들리는 시점에서 당장 개헌안 발의선인 150명도 이르지 못하게 되는 것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개헌안을 발의하지 못하게 되면 조기 대선일까지 ‘개헌 반대 프레임’으로 민주당을 압박하게 될 수 없고 제3지대 결성의 명분인 개헌의 동력 또한 크게 상실하게 돼 과연 국민의당이 개헌 연대 지속 여부를 놓고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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