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보복’ 불가론 외치던 정부의 ‘강건너 불구경’
'사드 보복’ 불가론 외치던 정부의 ‘강건너 불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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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넘도록 무대책, ‘사드부지 제공’ 롯데는 중국내 ‘표적’ 1순위
▲ 사드 부지로 경북 성주골프장을 제공한 롯데는 중국내에서 표적 1순위 기업이다. 중국내 롯데마트는 사실상 대다수가 휴업상태다. ⓒ 뉴시스
[ 시사포커스 / 고승은 기자 ] 사드 부지로 경북 성주골프장을 제공한 롯데는 중국내 표적 1순위 기업이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중국에 진출해 있는 롯데 사업장에 대해 세무조사나 소방 위생검사를 벌이는 등 ‘사드 보복’ 조치에 들어갔다.
 
최근 롯데마트 중국 영업점은 상당한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 내 롯데마트는 총 99곳인데, 중국 정부로부터 1달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매장은 전체 67곳이다. 현지의 안티 정서를 고려해 자체 휴점한 매장도 20여 곳이나 되며 사실상 90%가 휴업상태다.
 
또 중국내 롯데에 대한 반감도 거세지고 있다. 롯데마트에 납품해온 중국 업체들이 잇따라 상품을 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는 면세점 분야에서도 적잖은 타격을 입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국내 면세점 시장 점유율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최대 사업자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조치로 유커들이 줄어들면서 매출에도 적잖은 피해를 보고 있다. 롯데면세점 측은 지난 18~19일 주말 이틀간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25% 하락했다고 20일 밝힌 바 있다.
 
이미 중국의 ‘사드 보복’은 지난해 8월 암묵적인 ‘한한령’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러면서 산업계로도 번져 가는 등 각 분야로 확산되는 추세다. 특히 롯데는 국방부로부터 남양주 군용지를 받는 대신 성주골프장을 내주면서 중국으로부터 ‘표적 1호’ 기업이 됐다.
 
중국인 대다수는 사드 배치 결정이 한국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21일 시장조사기관 나이스알앤씨가 중국인 2천7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약 10명 중 9명(89.5%)이 “사드 이슈는 한국 전체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특히 롯데에 대한 반감은 역시 가장 높았다. 응답자의 85.2%가 “사드 이슈는 롯데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고, ‘부정적이다’를 넘어 ‘매우 부정적이다’라고 답한 비율도 56.1%에 달해 삼성전자, LG생활건강, 현대-기아차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같은 '사드 보복'과 관련,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등은 2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명동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중국 당국을 규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무차별 보복을 당하고 있는 롯데를 위해 ‘롯데 살리기 범국민운동’을 제안하며 롯데제품 적극 구매를 외치기도 했다.
▲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등은 2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명동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중국 당국을 규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에 엄정한 대응과 단호한 자세를 촉구했다. 사진 / 고승은 기자
이들은 “사드 배치를 적극 지지함과 동시에 중국의 전방위적인 사드 보복조치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보복조치에 대해 “북핵 위기상황에 따른 최소한의 안보조치까지 제한하려는 내정간섭이나 다름없다”며 “이를 문제 삼고 무역보복까지 일삼는 중국의 행위는 세계무역기구(WTO)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국제사회의 조롱거리이자 국제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항의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엄정한 대응과 단호한 자세를 보여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 8개월 전엔 ‘보복 불가능’ 외치더니
 
하지만, 한국 정부는 여전히 중국에 대한 단호한 자세도 없고 경제보복에 어떠한 대응도 하지 못하고 있다. 벌써 ‘사드 보복’ 문제는 지난해 여름부터 제기돼 오던 일인데 아직 대응책은 안 보인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국이고 한국 수출의 25%를 차지한다. 이처럼 중국의 사드 보복 문제를 당해내기란 쉽지 않다. 한국경제에 적잖은 위협이 되고 있음에도 강건너 불구경이다. 그렇다고 사드 배치를 번복하겠다는 입장도 아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18일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린 주요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 참석, 중국의 사드 보복 문제와 관련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다”고 답했다.
 
유 부총리는 "'한한령'도 법적인 실체는 없다. 분명 어딘가 실체는 있지만, 법적 실체가 없는 것을 가지고 국가 간에 얘기할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심증만 가지고 이야기해봤자, 중국은 '우리는 사드와 관계없다'는 딱 한마디를 할 것이다. 중국 쪽에서는 국민들의 감정이 좋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대답이 왔다"며 거듭 답답함을 토로했다.
▲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7월 ‘사드 보복’ 문제와 관련해 “전면적인 경제 보복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으나, 전방위적 보복이 가시화된 지금은 “심증이 있지만 물증이 없다”며 면피성 발언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그는 이번 회의를 계기로 샤오제 중국 재정부장과의 양자면담을 추진했지만, 이도 상대방의 거부로 무산됐다. 여전히 한국 정부는 중국의 보복 조치에 대해 공식 항의마저도 하지 못하고 있다.
 
유 부총리는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규범에 어긋난 것이 있으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포함해 당당하고 의연하게 대처할 것”이라면서도 “제소를 하려면 증거나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사드 때문에 이런 조치를 내린다'는 그런 게 없다”며 면피성 발언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7월 한반도 사드 배치가 결정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 지적에 대해 “중국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돼 있고 자유무역협정(FTA)을 하고 있다. 전면적인 경제 보복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며 ‘경제보복’ 불가론을 편 바 있다.
 
이같은 입장은 경제수장인 유 부총리뿐만 아니라, 황교안 총리나 윤병세 외교부장관도 마찬가지였다. 황 총리도 비슷한 시기 국회 긴급현안질문 답변에서 “쉽게 경제보복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답했고, 윤 장관도 “중국 정부 측에서 경제제재를 취하겠다는 얘기도 없었고, 그런 걸 시사하는 발언도 없었다”라며 역시 보복 불가론을 폈었다.
 
지난해 8월 이후로 중국의 암묵적인 보복 조치는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7개월 넘도록 수습방안은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결국 50여일 뒤 출범할 차기정권에 엄청난 숙제를 안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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