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후보 측, 당 경선관리 비판...압도적으로 득표한 문재인 측 의심

SNS를 통해 22일 오후에 유출된 문건은 이날 실시된 민주당 대선후보 선거인단 현장투표 결과로 추정되는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65.6%, 이재명 성남시장이 22.5%, 안희정 충남지사가 11.6%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총 득표수가 1만1865표 밖에 안 되고, 지역도 52개 여서 신빙성이 크게 떨어진다. 현장투표 대상자는 약 29만명이고, 이날 투표에 참가한 선거인은 약 5만2000여명이었다.
민주당은 이 문건을 지역위원장들이 속한 카카오톡 채팅방에 공유한 6인에 대해 진상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6명은 경기, 호남, 대구경북 등의 지역위원장인데 현장투표가 끝난 뒤 지역위원장 채팅방에 개표 결과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각 후보 측 경선관리 문제점 지적...경선은 계속
아무튼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각 후보진영에서는 거세게 반발하고 경선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편 진상조사와 유출자 처벌에 목소리를 높였으나, 경선보이콧(불참) 같은 초강수를 주장하는 후보진영은 없었다.
문재인 전 대표는 23일 전북도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0만이 넘는 국민 선거인단이 참여해서 민주당 경선이 축제의 장으로 돼 있는데 축제의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해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당 선관위를 비롯해 후보 진영도 경선을 국민이 더 많이 함께 하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가자는 제안의 말씀을 드린다”며 경선이 중단되는 일은 없어야 함을 강조했다.
안희정 지사는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방문 뒤 기자들과 만나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정하게 이끌어주기를 바란다”며 “선거 진행 과정에서 각 후보별 캠프가 모여 적절한 대응책을 논의해주기를 바란다”며 언급을 삼갔다.
이재명 시장은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유출 건은 일종의 ‘밴드웨건 효과’를 강화하는 것으로 공정성 훼손”이라면서 “경선을 보이콧하거나 그럴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 27일 광주경선은 당연히 참여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65%의 압도적 득표로 의심받는 문재인 캠프 “당 차원에서 처리”
1위 후보로 타 후보로부터 맹공을 받고 있던 문재인 캠프는 ‘문건유출’에 대해서도 타 후보로부터 의심을 사게 되자 답답한 상황이다. 더구나 문건에서는 득표율이 6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와 안 지사 측과 이 시장 측의 의혹의 눈초리는 더 매섭다.
해당문건을 유포한 6명의 지역위원장들이 문 전 대표 지지자로 알려지자 당의 한 관계자는 “의도적인 게 아니라 할지라도 문 전 대표 쪽 지역위원장들이 ‘충성경쟁’을 하다가 이런 사태가 난 것”이라며 고의여부와 무관하게 문 전 대표 진영을 겨냥했다.
이에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당 차원에서 조사를 하면 누구의 지시를 받고 했는지 드러날 것이고, 그러면 그것대로 처리하면 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캠프 운영에 있어서 항상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 우리에게 득 될 게 하나도 없다”면서 “이번 사고가 예견됐던 게 사실이지만 사실상 전국 단위의 결과가 개표 직후인 시간에 삽시간에 퍼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건 누가 만든 것이지, 진짜 결과를 취합한 게 아니다. 물리적으로 취합할 시간이 그 정도 밖에 안 걸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문건자체를 의심했다.
그런데 문제는 문건의 진위 여부에만 있는 게 아니어서 문 전 대표측은 답답할 수 밖에 없다. 진짜든 가짜라든 상관없이 압도적인 득표율 자체가 ‘대세론’ 확산을 위한 의도라는 의심을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각 캠프 대변인 “예견된 문제였다면, 대비도 있었어야”
첫 지역순회경선인 호남지역 경선을 앞두고 각 후보들은 지역 지상파방송 합동토론회 등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최근 ‘네거티브’ 논쟁 등으로 캠프 간 신경이 날카로운 상황에서 각 후보의 캠프 대인들이 토론회에서 논쟁을 계속 이어갔지만 상호비방으로 치닫지는 안았다.
문 전 대표 측 진성준 대변인, 안 지사 측 강훈식 대변인, 이 시장 측 제윤경 대변인, 최성 시장 측 이상성 대변인은 23일 오전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투표결과 유출’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안 지사 측 강훈식 대변인은 “당 경선에 214만 명이라고 하는 국민적 관심이 굉장히 높다. 그그런데 사전투표의 형식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돼서 굉장히 유감스럽다”면서 “어쨌든 선관위가 말한 허위사실 자체는 믿고 있습니다만 이 과정들이 명백하게 밝혀져야 되겠다, 그래서 이후에 있을 우리가 경선 과정들이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과정이 돼야 되지 않느냐”고 명백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문 전 대표측 진성준 대변인도 “전국에서 투표소 투표를 실시하고 나면 어떤 방식으로든 참관인도 많이 거기에 들어가고 하기 때문에 흘러나갈 수 있으니 개표를 마친 직후에 그 개표 결과를 발표하는 게 좋겠다라는 의견이 있었다”면서 “다만 발표하게 되면 나머지 순회경선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발표하지 말고 밀봉하자 해서 이런 일들이 발생할 수 있는 개연성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현장투표에 대한 결정과정을 설명했다.
최 시장 측 이상성 대변인은 “애초에 이 경선 설계를 할 때 뭔가 잘못되었다”면서 “충분한 시뮬레이션을 해보지 못하고 전국 1000여 명의 투표참관인들이 있는데 그분들이 끝까지 비밀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었던 게 저는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점에서 선관위는 좀 반성하고 차제에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시장 측 제윤경 대변인은 “애초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라는 점은 어떤 측면에서는 사전에 문제 가능성을 인지했기 때문에 그에 따른 사실 그 이 대안도 마련했어야 됐다 라는 문제제기가 가능하다. 사전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라고 얘기하는 것은 지금 선관위가 할 말은 아니다”라며 “문제는 투표가 끝나자마자 지역위원장 단톡방에서 이런 개표결과가 올라왔다, 이건 공 조직조차도 도덕적으로 해이한 것이 아니냐 이런 생각이 들고 우리 당 전체가 정말 원칙을 지키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좀 심사숙고해야 될 때인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상성 대변인은 “민주당 경선이 경선할 때마다 룰이 바뀐다. 그러다 보니까 선관위가 헤맬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한번 룰을 정해서 미국처럼 10년, 20년, 30년이 지나도 같은 룰을 하게 되면 이런 실수가 없을 거다 그런 생각을 한다”고 의견을 덧붙였다.

민주당은 지역위원장 6명이 제출한 사건 경위서를 검토하고 이들에 대한 대면조사를 진행했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중앙당 선관위는 확인할 수 없는 현장투표 결과가 인터넷에 유포된 것과 관련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며 ”당 지도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정경선 관리’ 의지에 흠집이 난데다 ‘아름다운 경선’도 차질을 빚게 됐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중앙당 선관위에 전달하고 신속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최고위의 공정한 선거관리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며 “최고위는 더욱 엄정하고 공정한 경선관리에 만전을 기해서 국민경선선거인단의 높은 참여 열기와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의 뜨거운 기대를 수렴할 수 있는 대통령후보를 선출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승조 진상조사위원장은 진상조사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지역위원장 6명의 경위서와 대면조사를 토대로 사건경위를 조사했다. 이들은 미리 제출한 경위서에서 “카카오톡 채팅방에 투표 결과를 고의적으로 올린 게 아니다”라는 비슷한 내용의 해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추가로 파악된 유출자에 대해 “인터넷으로 올리는 거나 민간인 중에서는 조사할 방법이 없다”며 “일부 개표집계 과정에서 참관인이 내용을 유출한 것이지, 문건 유출에 대해 이래서 당이 엉망이라고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강변했다.
경선 첫날 단 하루 실시된 현장투표에서 투표결과로 추정되는 문건이 유출돼, 민주당은 한 바탕 홍역을 치뤘으나, 당의 발빠른 대응과 후보 진영 간의 상호 비방으로 까지는 번지지 않아 한 고비는 넘긴 듯하다. 하지만, 선거인단이 대거 참여하고, 참여방식도 여러 가지여서 문제의 소지는 여러 곳에 있는 듯하다. 중요한 것은 문제의 발생이 아니라 문제의 처리일 것이다. 민주당의 경선은 점점 흥미와 조바심을 높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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