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표에 소극적 삼성물산 합병 대우조선 등 감시자 역할 못해 비판

국민연금이 주총 거수기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데는 상장사의 지분을 보유한 만큼 적극적인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기업 감시자의 역할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만 285개고 10%이상도 76곳에 달한다. 특히 재계 10대 그룹 계열사에 5%이상 지분을 소유한 곳만 63곳으로 주요 안건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특히 삼성 계열사만 8곳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현대차그룹의 경우엔 현대차 8.02%, 지주사 역학을 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도 9.02%를 보유하고 있다.
막강한 의결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주총 시즌에만 되면 작아지는 목소리에 국민연금이 배당금만 노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배당 수익 느는데 의결권 행사엔 소홀
국민연금은 주주친화 정책을 앞세워 배당 수익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5%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내 상장사로부터 지급받는 지난해 배당금은 1조6315억원을 2015년에 비해 14.98% 늘었다. 삼성전자 배당금은 3618억원, 현대차그룹 배당금은 1335억원 지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에서도 지난해 535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국민연금은 현대차와 포스코 주총에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포스코 주총에서 권오준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 중립 의견을 냈다. 최순실씨가 포스코 광고계열사 포레카 지분 강탈 시도와 관련 권오준 회장은 포레카 인수를 도왔다는 의혹으로 한동안 곤혹을 치른 바 있다. 권오준 회장은 지난 20일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속행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포레카 인수를 도왔다는 의혹에 대해 자신과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주총 당시 국민연금 의결권전문위원회는 “권 회장이 의결권행사 지침에 따른 객관적 사실에 해당하진 않지만, 사회적 논란 확산으로 기업 가치 등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의 우려가 있어 중립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중립 투표는 다른 주주의 찬성ㆍ반대투표 비율을 의안 결의에 그대로 적용하는 방식이다. 현대자동차 주주총회에서도 국민연금은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에 기권했다.
기업마다 투자여건이 다르고 경영 사항도 다른 만큼 중립이나 기권 의결권 행사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적절치 않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중립’ 및 ‘기권’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지침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분을 보유한 회사가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는 자를 이사로 선임할 때 반대할 수 있다. 이런 지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대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것은 주주로서의 의결권 행사를 소홀히 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연금의 이같은 행태는 해마다 되풀이해왔다는 점에서 심각성은 더한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796개사 주주총회에 참석해 3035건의 상정안에 대해 2715건 찬성표를 던져 89.5%를 기록한 반면 306건(10.1%)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는데 그쳤다. 중립은 14건에 달했다.
국민연금기금운영본부가 올해 1월부터 3월17일까지 125개사 의결권 행사 내역을 분석한 결과 총 669개 주총 안건 중 594건(88.8%)에 대해 찬성했고, 66건(9.9%) 안건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중립’과 ‘의결권 미행사’ ‘기권’도 각각 2건, 6건, 1건을 기록했다. 지난해와 주총 반대비율과 비교할 경우 0.2% 감소했다. 2012년부터 올해 3월17일까지 주총 반대비율은 10%대 안팎에 머무르는 수준이다. 올해도 거수기 비판에 자유로울 수 없는 수치인 셈이다.
◆국민 혈세 낭비에도 감시자 역할 ‘미작동’

국민연금이 거수기 비판의 오명에 중심에 선 것은 삼성물산 합병과 대우조선 해양 문제가 어김없이 거론되고 있다.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외부 전문가들로 이뤄진 의결권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직접 찬성표를 던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이다.
업계는 2015년 7월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이 가결된 것에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게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당시 ISS,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반대 권고를 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은 당시 삼성물산의 지분 10%을 보유해 의사결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국민연금은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와 주식 가치의 상승 여지 등을 재무적 투자자 입장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라고 해명했지만 지난달 11월 이와 관련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바 있다.
이외에 대우조선해양의 총체적 부실로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대우조선 분식회계 관련 489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회사채 채무조정 방안 발표로 회사채 투자금 손실이 현실화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회사채 390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피해 규모 산정 등 소송을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해양 주요주주였던 2010년부터 2015년 7월까지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진 안건은 1건에 불과했다. 분식회계 결과가 지난해 감사원 결과로 나온 가운데 국민연금이 감시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거수기 노릇만 하면서 피해만 커져 비난을 받았었다. 대우조선의 정상화 작업에 KDB산업은행이 정부의 계획에 따라 국민연금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 논란에 중심에 섰고 감시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거수기 비판에 직면한 국민연금이 국민 ‘혈세’를 낭비했다는 점에서 정부 구조조정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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