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동영상 검찰조사 진행, 이재현 회장 사면 수사 나올까 임원진 불안

[시사포커스 / 강기성 기자] 이재현 CJ 회장이 치료차 미국으로 간 사이, CJ 임원들이 검찰을 상대로 진땀을 흘리고 있다. 삼성 이건희 회장 동영상 조사에 CJ계열사 직원이 구속·검찰 조사를 받고 있으며, 주총에서는 법무법인 사외이사가 신규 선임되어 자문단에 합류됐다. 무엇보다 이 회장의 8‧15특별사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예상되는 가운데 현직 회장단과 임원진에게 지워진 부담이 크다는 평가다.
♦ 삼성家와의 분쟁에 CJ 임‧직원 곤혹
27일 이건희 회장 성매매 동영상과 관련해 검찰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최측근 성 모 부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렀다. 이번 사건은 삼성-CJ간 고 이병철 삼성그룹 전 회장의 유산상속 분쟁이 생겼을 때 일어났다.
성 부사장은 최근 10여년 간 CJ그룹 회장실의 재무담당 상무와 부사장으로 재무관리를 총괄했고, 지난 2013년 이 회장의 비자금 의혹에도 연루돼 기소됐던 바, 2015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CJ의 국내외 차명계좌를 관리했다는 의혹도 가지고 있다.
앞서 검찰은 2월 25일 동영상을 촬영한 CJ제일제당 부장 출신 56살 선 모씨를 구속해 지시한 윗선이 있는지 조사했다. 검찰은 선 씨 배후에서 CJ 측이 조직적으로 동영상 촬영을 꾸민 것으로 의심하고, CJ 계열사 4곳을 압수수색한 결과 이번 성 부사장을 불러 조사한 것이다. 선 씨는 친동생과 동영상 제작자로 알려진 이 모씨에게 이건희 성매매 동영상을 지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선 씨는 구속 직후 사직했다.
성 부사장 측은 27일 검찰조사에서 “선 씨의 친동생 등이 5억여원을 요구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성 부사장에게 보낸 바가 있었고 이를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CJ직원인 선 씨가 CJ 측 핵심관리자인 자신에게 동영상을 이용해 금품을 요구했기 때문에, 동영상 촬영 지시와 관련이 없다는 주장이다.
물론 CJ 측도 선 씨에 대해 '꼬리자르기'를 하듯 선을 그은 상태고, 성 부사장과 관련된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재현 CJ 회장은 선 씨가 퇴사한 뒤인 지난 4일 미국으로 출국했고, 지병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검찰은 CJ 측에 피의자로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한 상태로, 선 씨 측이 삼성에도 접촉해 사건 무마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은 혐의를 포착하고 자금 출처를 확인하고 있다.
♦ 법무법인 사외이사 신규 선임…보험?
이번 24일 열린 CJ 주총에서 경영일선에 복귀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재현 CJ회장은 사내이사로 복귀하지 않았다. 대신 CJ는 새로 김앤장법률사무소 세무담당 고문이자 과거 국세청 차장이었던 박윤준 사외이사와 채경수 법무법인 율촌 고문이자 서울국세청장을 역임한 채경수 사외이사, 두 법무법인 고문을 신규 선임했다.
박윤준 사외이사가 속한 김앤장법률사무소는 지난 2013~2015년 1600억원 이재현 회장의 횡령과 배임, 조세포탈 혐의의 변론을 수행한 곳이다. 또 채경수 사외이사가 고문으로 있는 율촌은 지난 2016년 6건의 세금소송에서 5건을 맡아 현재, CJ와 CJ CGV 간 법인세 소송과 CJ제일제당의 종부세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법무법인이다.
CJ에는 과거 이재현 회장의 변호뿐 아니라, 장녀 이경후 씨와 장남 이선호 씨에 관한 3세 경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계열사 M&A와 일감몰아주기 벗어나기 등 승계구도 그림을 만들어가면서 김앤장과 율촌과 같은 법무법인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올해 박윤준, 채경수 두 신규 사외이사 선임을 우연으로 볼 수 없다고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나아가 CJ 지배구조개편은 물론이고 ‘국정농단’ 최순실과 박근혜 정권 때 벌어졌던 논란에 검찰 조사가 개시되면 이재현 회장을 보호할 지원군을 심은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 8‧15특별사면 수사 예상…당사자 ‘부재중’

이번 수사에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슈로 수면아래 가라앉아 있던 이재현 CJ회장의 8‧15 특별사면의 대가성 여부도 재조명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 후 CJ 측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의 진술이 엇갈린 채로 남아, 검찰이 다시 손을 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지난 22일 박근혜 전 대통령 조사를 마치면서 "SK‧롯데 등 대기업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현 CJ 회장 특별사면이 대가성이라는 표면적인 증거는 안종범 업무수첩에 2015년 12월 27일 VIP지시사항으로 ‘이재현 회장 도울 일이 생길 수 있음’이라는 메모다. 해당 수첩에는 ‘재상고’, ‘기각’, ‘형집행정지신청’등의 사면에 관계된 단어들이 문장 곳곳에 들어있었다.
수사의 핵심은 이재현 CJ회장이 지난해 8‧15특별사면의 대가로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각각 8억원과 5억원,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K-컬쳐밸리에 1조 4000억원의 투자하기로 했던 것인지 여부다. SK나 롯데와는 달리 이재현 회장이 미국에 나가 치료 중인 관계로 특검에서 조사 대상은 실무진에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그 간 CJ임원들이 이재현 회장의 변론을 위해 피의자마냥 불려다녔던 게 사실이다. 앞서 조영석 CJ 부사장은 특검에서 이재현 CJ회장의 특별사면과 K컬쳐밸리투자는 연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조 부사장은 지난 2월 21일 “박근혜 대통령이 CJ의 영화‧방송이 좌파성향을 보인다고 불만을 표시했던 바, 재단출연에 대해 CJ내부에서도 (이재현 회장과 연관돼)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고 답변했다.
지난 해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도 이재현 CJ회장 대신 비상경영체재를 지휘했던 손경식 CJ회장이 나와 진술했다. 손 회장은 청문회에서 지난 2013년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전화통화에서 “‘박근혜 대통령(VIP)이 이미경 부회장의 자리를 비켜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진술했다.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압박과 관련해 CJ에서 논란이 된 영화가 ‘변호인’이었다. 이미경 부회장도 현재 미국에서 검찰 수사를 앞두고 귀국을 미루고 있다. 업계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미경 부회장에 대한 압박이 이재현 회장에게는 ‘득‘이었다고 해석한다.
최근 이재현 CJ회장은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고 장녀 이경후 씨와 사위 정종환 씨를 상무대우로 승진시켰고 아들 이선호 씨의 경영수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CJ그룹은 SI(System Integration) 회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를 지주사화해 ‘3세경영’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업계 일각의 한 관계자는 “CJ 내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들이 이재현 회장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수년동안 이재현 CJ 회장이 감옥에 있고, 치료 중에도 실제적으로 CJ를 이끌어 온 건 주변인들”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IT업종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이재현 회장이 이번 ‘국정농단’사태가 낳은 유통‧문화업의 ‘오너리스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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