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법 허점 파고들어 총수 일가 배불리는 꼼수 지적

28일 재계 및 공정위에 따르면 자산 5조원 이상 총수가 있는 45개 기업집단에 소속된 계열사 중 총수일가 지분이 30%(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계열사 225개사 중 일감 몰아주기 점검 대상 중 10대 그룹 집단 중 GS그룹이 보헌개발과 엔씨타스, 옥산유통, GS네오텍 등 21개로 가장 많았고, 현대커머셜 등 12개사가 점검 명단에 오른 현대차그룹이 그 뒤를 이었다.
◆총수 일가 내부거래 통해 급성장
일감 몰아주기는 동일 그룹 계열사끼리 부품, 완제품, 원료 등을 구입하는 등 총수 일가가 지분을 많이 보유한 비상장사에 일감을 몰아준 후 몸집을 불린 후 대주주에게 배당 등 형태로 이익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총수 일가의 배를 불리는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공정거래법상 총수 지분이 30% 이상인 회사의 내부거래 매출이 12% 이상이거나 200억 원 이상일 경우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한다.
가장 많은 규제 대상에 포함된 GS그룹의 보헌개발은 부동사 임대업을 하는 곳으로 지분은 허서홍 GS에너지 상무와 허세홍 GS글로벌 대표, 허준홍 GS칼텍스 전무가 각각 33.3%씩 보유하고 있다. 내부거래 비중은 99%에 이른다. 보헌개발은 지난 2015년 GS그룹 계열사인 옥산유통과 GS아이티엠, 삼양인터내셔널과 내부거래를 했다. 옥산유통의 계열사 매출 의존도 역시 71.2%에 달했다. 옥산유통은 1997년부터 한국필립모리스와 상품 독점공급 계약을 맺고 GS25 등에 담배를 공급하고 있다. 옥산유통의 지분은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과 특수관계인 등이 51%를 보유하고 있다.
GS그룹에 이어 두번째로 규제 대상에 포함된 현대차그룹 중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제외돼 남은 5곳 중 현대커머셜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둘째 사위인 정태영 현대캐피탈·현대카드 부회장과 부인 정명이씨가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커머셜은 현대차그룹 상용차 부문 할부금융을 독점하는 회사로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일 정도로 알짜 회사라는 평이다. 이 회사는 정명이씨가 33.3%, 정 부회장이 16.7%로 부부가 운영하면서 회사가 급성장했다.

◆허술한 규제 총수 일가 배만 불려
그동안 경제의 선순환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일감몰아주기 피해가 급증하자 대선주자 후부가 일감몰아주기 방지 공약을 내세우는 등 일감몰아주기는 오너일가 3~4세의 경영에 안전판이 돼 주는 동시에 경쟁사를 압살(?)하는 무기로 여겨졌다. 그래서 이를 방지하고자 대기업 계열사 중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선정 관리에 나선 상황이다.
2013년 8월 관련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됐고, 2015년 2월 본격적으로 시행된 이후 첫 처벌 사례로 일감몰아주기로 총수 일가를 지원한 현대그룹 계열사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2억8500만원을 부과했다.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증권(주) 및 현대로지스틱스(주)가 총수 친족 회사인 HST 및 (주)쓰리비에게 부당지원 했다는 이유다. 부당이익을 취한 HST와 쓰리비도 각각 4300만원과 7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일감 몰아주기는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공정 경쟁을 저해하며, 일감몰아주기의 열매는 총수 일가에 돌아가는 점에서 시장질서에 반하고 있다. 계열사가 총수 일가 회사에 일감을 몰아줄 경우 일감을 몰아주는 회사의 주주가치가 훼손될 여지가 충분하다.
이외에도 기존 거래처와 관계를 끊고 총수 일가 회사와 거래하면 같은 경쟁사는 거래가 끊겨 도산 위기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게다가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한다 하더라도 기업의 효율성 보안성 긴급성 등 불가피한 사유가 인정되면 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또 일감 몰아주기에 의존하더라도 ‘일감을 주는 회사’와 ‘일감을 받는 회사’ 사이에 임원이 같지 않고, 채무 보증만 돼 있지 않다면 매출이 99.9%라도 ‘일감 몰아주기’가 아닌 허점을 파고들어 일감을 몰아줄 수 있어 법 강화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일감몰아주기 규제기준으로 30%는 너무 높다”며 “상장사와 비상장사를 차등 규제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채 의워은 지난해 8월 상장사와 비상장사 모두 규제대상 지분율 기준을 20%로 단일화 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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