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파트너사 2015년 9월 폐업… 1년 반 지난 올 3월 7일 공시

이에 대해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기업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 미숙한 사전 조사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청(EMEA)의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여러모로 철저하고도 치밀한 준비가 필요한 데도 이를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또, 폐업 사실의 뒤늦은 파악 역시 사업관리능력의 헛점을 드러낸 단면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주가가 하락할 것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늑장공시를 한 것은 아닌지 하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국약품 측은 “회사 차원에서 첫 해외 진출에 대한 경험 부족으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었다”면서도 “주가와는 전혀 관계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이번 계약 해지 건을 거울 삼아 향후 새로운 파트너사를 물색해 미국 진출을 재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2013년 미국 ‘그래비티 바이오’사와 500억원 규모 계약
안국약품이 자체 개발한 천연물 신약 ‘시네츄라 시럽’은 지난 2011년 발매 3개월만에 처방액 100억원을 돌파하며 큰 인기를 끄는 가운데 국내 진해거담제 리딩 품목으로 자리 잡아왔다. 이러한 국내시장의 성공을 바탕으로 안국약품은 지난 2013년 6월 미국 ‘그래비티 바이오(Gravity Bio, Inc)’사와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하며 해외 진출의 첫 발을 내딛었다.
당시 계약에 따르면 그래비티 바이오는 2년 이내에 ‘시네츄라 시럽’의 미국, 유럽 등 현지 임상시험과 개발, 등록 및 상용화를 진행하기로 되어 있었다. 또한, 안국약품은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청(EMEA) 승인 시 각각 400만 달러와 200만 달러, 모두 600만 달러를 포함해 총 4,350만 달러(약 500억원)의 라이센스 수수료와 제품 판매에 따른 로열티를 받기로 했다.
그러나 안국약품은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난 3월 7일 공시를 통해 “미국 그래비티 바이오가 기술수출 계약 체결 후 별다른 이유 없이 제품 개발 및 임상시험을 지연, 미국 FDA 및 유럽 EMEA의 승인을 얻지 못하는 등 계약 조건을 이행하지 못해 라이센스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 시행착오 딛고 미국 진출 재추진
우선 논란이 되는 것은 안국약품이 미국 ‘그래비티 바이오’사와 무려 500억원 규모의 라이센스 독점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을 전혀 받지 않은 사실이다.
또한, 이 업체가 안국약품과 계약을 맺기 불과 5개월 전인 2013년 1월에 설립된 신생업체여서 프로필 파일도 없었을뿐 아니라 연구 실적, 제품 개발, 임상시험 등의 실적도 미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6월 계약 당시 안국약품은 그래비티 바이오에 대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텔라웨어에 소재한 개발·마케팅 전문기업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더욱이 ‘그래비티 바이오’사는 이미 2015년 사업자등록 말소로 폐업 처리된 사실까지 드러나 일각에서는 안국약품이 주가 하락을 우려해 그동안 이를 숨겨온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로 비춰볼 때 안국약품이 ‘시네츄라 시럽’의 해외진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방면으로 철저한 준비작업이 필수적임에도, 사업관리능력의 허점을 적잖이 나타내며 연이은 시행착오를 범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안국약품 관계자는 “미국 ‘그래비티 바이오’사는 미국과 유럽의 승인을 위한 라이센스 관련 행정이나 서류상의 대행을 담당했다”며 “임상데이터는 데이슨 연구소에서 진행하고 있어 미국 진출이 중단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첫 기술 수출에 대한 경험 및 노하우 부족과 해당전문인력 부재로 이번 계약 해지와 관련된 문제점이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주가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주가가 3만원을 경신한 2015년만 하더라도 바이오신약 개발, 유럽 당뇨병치료제 도입 등 자체 호재와 함께 R&D 파이프라인을 지닌 제약사 대부분을 포함, 업계 전반의 주가가 상승한 시기였기 때문에, 당시 주가에 대한 문제 제기는 터무니없는 억측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또한, “앞으로 새로운 라이센싱 파트너사를 선정해 ‘시네츄라 시럽’의 미국 진출을 다시 추진할 예정”이라며 “현재 해당 제품이 발매된 이란을 포함해 쿠웨이트 등 중동과 중남미 시장에서 허가와 발매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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